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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되풀이되는 일상이다. 몸도 마음도 지쳐만 간다. 한번쯤 살포시 마음을 기대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편안하게 쉬었으면 좋겠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한적하게 걸으며 사색에 잠길 수 있다면….


슬로시티(Slow City)라는 게 있다. ‘슬로시티’란 이른바 ‘느림의 철학’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지역을 뜻한다. 패스트푸드와 상반된 ‘슬로푸드’의 정신을 지역 전체로 확대하면서 만들어진 개념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반성하고 느리게 사는 삶을 실천해야 참다운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00년,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그레베의 파울로 사투르니니(Paolo Saturnini) 시장이 주민들에게 ‘느리게 살자’고 호소한 데서 시작된 운동이다. ‘빠르게’로 대변되는 속도 지향적인 사회 대신 느리게 살면서 행복한 삶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지난달 말까지 ‘슬로시티 국제연맹’에는 10개 나라 93개 도시가 가입돼 있다. 이탈리아를 비롯해 독일,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폴란드, 노르웨이 등 유럽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슬로시티로 인증 받은 도시들은 생태․환경․문화에 기반한 대안 관광도시로 인기를 끌고 있다.

 

까다로운 선정기준, 인구 5만 이하에 대형 마트 없어야...

 

최근 전라남도 4개 지역이 이 슬로시티에 선정이 됐다. 슬로시티로 지정된 전남 4개 지역은 담양군 창평면, 장흥군 유치면, 완도군 청산면, 신안군 증도면이다. 슬로시티 지정은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에서 처음이다.


지난 1일 이탈리아 그레베인 키안티에서 열린 슬로시티 국제연맹(회장 로베르토 안젤루치·Roberto Angelucci) 총회에서 이들 4개 지역이 슬로우 시티로 지정됐다. 연맹은 "이들 4곳이 급격한 글로벌화와 도시화 가운데서도 전통적 삶의 방식과 공동체 정신을 아름답게 지켜내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슬로시티 국제연맹 가입 지역은 11개 나라 97개 도시로 늘었다. 슬로시티는 세계 많은 도시(마을)가 인증을 신청할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신청했다가 지정을 받지 못했다.


자연 환경이 풍부하고 전통 유산과 지역 특성이 남아 있는 인구 5만명 이하 지역을 회원 도시(마을)로 인증하고 있는 슬로시티는 먼저 대형 마트나 패스트푸드점 등이 없어야 한다. 전통 산업과 슬로푸드는 물론, 아름다운 경관도 갖춰야 한다. 세계적 네트워크를 가질 수 있는 보편적 문화도 보유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슬로시티로 인증 받은 도시들은 하나같이 생태, 환경, 맛, 전통 등을 기반으로 하는 관광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외국 관광객들까지 몰려들면서 고용과 관광 수입도 크게 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는 슬로시티를 찾는 여행상품도 나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에 슬로시티로 인증을 받은 담양 창평면은 가사문학을 중심으로 전통 가옥과 돌담길이 보존되고 있다. 한과와 쌀엿 등 전통음식도 생산하고 있다. 장흥 유치면은 산악형의 수려한 경관에서 표고버섯을 많이 재배하고 있다. 장수풍뎅이 자연학습 등을 통한 친환경농업도 눈에 띠는 지역이다.


문화관광부의 ‘가고 싶은 섬’ 시범사업 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한 완도 청산도는 섬마을에 둘러진 돌담과 특유의 농경문화가 살아 있는 섬이다. 생선회, 전복죽 등 전통 해물음식과 자연풍광을 소재로 한 영화·드라마 촬영지로 여행객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신안 증도는 천혜의 갯벌과 그 갯벌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으로 가치를 높이고 있는 섬이다. 문화재청이 근대문화재로 지정한 태평염전과 석조소금창고가 천일염의 역사를 증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라남도는 슬로시티로 지정된 이들 4개 지역을 경쟁력 있고 차별화된 브랜드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주민들과 여행객들이 그 고장 특유의 먹거리와 고유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전라남도의 방침이다.


슬로시티로 지정된 이들 지역에는 슬로시티 국제연맹이 전통유산과 지역특성이 잘 보존된 ‘느림의 도시’로 공인해 달팽이 문양의 인증표를 붙여준다. 연맹 사이트를 통한 지역 홍보도 해준다.


전라남도는 슬로시티 지정을 위해 지난해 3월 슬로시티 국제연맹 창시자인 파울로 사투르니니 시장을 초청한 데 이어, 지난 4월 슬로시티 유치 신청서를 국제연맹에 냈으며 9월 7∼8일 이틀 동안 실사를 받은 바 있다.


최장주 전라남도 과학기술과장은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개발과 한옥건립 사업 등 전라남도의 발전 방향이 친환경적인 슬로시티가 지향하는 발전 모델과 많이 닮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면서 “앞으로 슬로시티 지정지역 고유의 문화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전남 농어촌의 새로운 브랜드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태그:#슬로시티, #담양 창평, #신안 증도, #완도 청산도, #장흥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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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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