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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기자는 성공회대학교에 재학중입니다.

취업난을 해결하겠다는 얘기는 여기저기서 들리지만 졸업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 혹은 이미 졸업생들에겐 그저 코웃음만 나오는 이야기다. 졸업을 해도 갈곳 없는 대학생들은 이른 아침부터 도서관, 학원을 전전하며 좁은 취업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애쓴다.

 

간간히 자신의 실력과 운이 따라주어 일찍이 취업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는데,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며 많은 취업 예비생들의 가슴을 바짝바짝 타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취업 예비생들의 애타는 마음을 이용한 불법 피라미드 조직이 나타나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많은 이들에게 불법 다단계의 경종을 알려주었던 JU 사건은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으로 유명하다. 이 사건 역시 많은 대학생들이 연루되어 있었는데, 이번에 취재한 피라미드 피해자 P군 역시 같은 말을 하였다.

 

Y대학교에 재학 중인 P군(24)은 얼마 전 군대 후임이 일자리를 소개시켜주겠다고 해 성남시까지 동행했다. 성남구치소 앞 주택가 어느 건물 2층으로 올라간 P군은, 그곳에 들어서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 제대로 된 일자리라면 그런 주택가에 사무실이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이미 그곳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연령은 P군과 비슷한 또래들이었다. 건물 안 큰 공간의 앞쪽에서 누군가가 계속 강의를 하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은 그 강의를 들으며 앉아있었다. 강의를 지켜보는 그들은 피곤해 보였으며 왠지 주눅들어 있었다. 낌새를 눈치 챈 P군은 그곳을 벗어나려 했지만 그곳을 지키는 십수명의 덩치가 큰 남자들에게 가로막혔다.

 

덩치 큰 사내들에게 가로막혀 어쩔 수 없이 교육을 듣게 된 P군. 핸드폰으로 친구들에게 상황을 알리려 하지만 역시 사내들에게 저지당한다. 화장실을 갈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역시 이 덩치 큰 사내들이 동행한다. 말 그대로 24시간 감시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덧 3일이 흘렀고, P군은 어렵사리 그들의 눈을 따돌려 자신의 형에게 문자메시지로 도움을 청했다.

 

P군의 형은 문자메시지를 받고 즉각 112에 신고했지만 주택가가 빽빽히 들어선 성남 구치소 앞은 경찰조차도 도움을 줄 수 없었다. P군은 자신을 유인한 군대 후임을 원망해보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

 

그렇게 이틀을 더 지낸 후, 다단계 조직은 '투자'를 강요했다. 여기서 '투자'라 함은, 자신의 돈을 50만원~500만원까지 상납한 후, 그 금액에 맞는 물건을 수령하는 행위를 말한다. 물론 여기서 수령한 물건은 판매에 목적이 있는 상품들이다. 여기서 P군은 은행에서 돈을 찾으러 다녀온다는 핑계를 대고 그곳을 빠져나와 바로 자신의 집으로 귀가했다. 물론 그곳에 두고 온 자신의 옷가지와 기타 짐들은 전부 두고 온 채다. 달려나오는 P군의 뒤엔, 수십~수백만원을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며 조직에 상납하는 다른 또래의 대학생들이 있었다.

 

다음은 P군과의 인터뷰이다.

 

- 왜 다단계 업체에 들어갔는가.
"들어가고 싶어서 들어갔겠는가. 군대 후임이 4박5일짜리 보안 관련 업무 소개시켜주는 거라 해서 믿고 갔다."

 

-  집을 오래비우는 일을 굳이 했어야 했나?
"지금 취업난이 절정에 달했다. 이미 전공으로 취업하는 것은 포기한지 오래다. 그나마 보안 쪽 일이 힘들어 사람들이 지원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이쪽으로 일해 보려고 했다."

 

- 그곳에 감금 되었을 때, 빠져나오거나 주변에 연락할 수 없었나.
"불가능하다. 수십 명의 덩치 큰 남자들이 검은 양복을 입고 사람들을 일괄적으로 통솔하며 경계의 눈빛으로 감시한다. 내가 3일 만에 연락한 것은 핸드폰 키패드를 숙지하고 있어 한손으로도 문자메시지를 작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겉옷 속주머니에 핸드폰을 넣고 한손만 그쪽으로 집어넣어 문자메시지를 작성했다."

 

- 그곳에 있던 또래의 사람들에 대해 말해 달라.
"대부분 대학생, 대학 졸업생들이었다. 예상과는 달리 지방에서 많이 왔다. 이들은 몇몇을 제외하고 자신들이 일하려 하는 피라미드 조직에 대해 어떠한 경계심도 갖고 있지 않았다."

 

- 당신이 나올 때, 남은 사람들이 많았는가.
그렇다. 교육이 끝나면 투자는 거의 강요식이지만 결국은 본인의 의사에 맡긴다. 투자금이 몇 억씩 되는 것도 아닌데 투자하지 않는다고 사람을 계속 가두어 둘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남아 투자금을 내고 있는 것을 마지막으로 보았다."

 

 

이렇게 P군은 다단계에서 탈출했지만 P군의 말에 따르면 이미 그곳에 속해있는 대학생들도 있었으며, 자금원이 확보된 피라미드 조직은 더 큰 자금 마련을 위해 자신들의 활동을 계속 전개해 나갈 것임이 분명했다.

 

피라미드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점은 절정에 다다른 취업난을 이용, 땀흘려 돈을 벌려는 사람들을 유인해 교육을 시킨 후, 물건을 판매자의 지인들부터 사게 하는데에 있다. 무언가 일자리가 있는 줄 알고 와서 그들의 교육에 현혹되고, 투자금을 내고 물건을 받아 자신의 가족들, 친지들 등 가까운 지인에게 먼저 판매를 하게된다.

 

물론 물건의 품질은 보장할 수 없으며 그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의 안전 또한 보장할 수 없다는게 피라미드 판매의 큰 문제점 중의 하나다. 또한 다른 판매원들을 모집하기 위해 자신의 지인들도 피라미드의 수렁 속으로 끌고 들어가게 되는 피라미드 조직의 구인방식 또한 큰 사회적 문제이다.

 

피라미드는 현재 법률로 금지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를 단속하기가 상당히 어려워 우리 눈이 보이지 않는 저 어둠속에서 계속 생존해가고 있다. 또한 취업난에 허덕이는 대학생들을 보이지 않는 어둠 저편으로 유혹하고 있다.


태그:#피라미드, #불법다단계, #대학생, #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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