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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7일 13만 명의 작은 도시 여수와 해양수산부 앞 광장에는 흥분과 기쁨의 함성이 피어올랐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박람회국제사무국(BIE) 총회에서 2012년 여수박람회 개최가 결정된 것이다. 당초 동서양 문명의 만남을 상징하는 ‘길’을 모토로 내걸었던 탕헤르(모로코)에 뒤질 것이라던 예상은 중앙정부, 특히 ‘드러나지 않은’ 외교통상부의 총력전으로 뒤집어졌다.

 

여수박람회 유치에 총동원된 외교력


해외 공관에서 근무하는 수많은 외교관들은 거의 한 명도 빠짐없이 여수박람회 개최를 위한 직간접의 로비와 외교활동을 전개하였다. 총회 장소인 파리 주불대사관에는 베이스캠프가 설치되고 외교부 통상교섭조정관을 파리현지 대책본부장으로 상주하도록 하였으며, 고위 외교관을 3명이나 담당대사로 선임하기도 하였다.

 

전 세계 각국의 고위 외교관들은 직접 외국 정부각료들을 접촉하고 일선 외교관들은 유치 방문을 위한 의전 준비에 매진하였다. 외교관들의 이런 노력이 없었다면 유치위원회의 40여 차례 110여 개국 방문이라는 엄청난 노력은 아예 불가능했다


외교관들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활동을 한 이유는 본국 본부의 열정 때문이었다. 외교부는 본부에 제1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유치지원본부를 설치하고 지난 2월 말 재외공관장회의에서 별도의 대책을 논의했으며 이후 전현직 고위외교관들을 지역별 국가별로 파견하여 일대일 외교협상을 벌이도록 한 것이다


실로 엄청난 외교역량의 투입을 필요로 하는 ‘일대일 외교협상’은 우리나라가 지난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당선에서 효과를 본 바 있는 방식이다. 효과가 큰 반면 일상적인 출입국 업무와 재외동포 보호업무 그리고 정보 업무 등의 소홀을 불러 올 수 있는 위험한 방식이다.


한 나라의 외교활동이 전력을 기울일 만큼 여수박람회가 중요한 행사인가? 누구도 여기에 대해 논의해 본 적이 없다. 더구나 세계박람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결국 국내인들을 위한 행사에 그치고 만 지난 1993년의 대전박람회와 비교해 이번 여수박람회는 한국의 외교활동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정부는 마땅히 설명해야 할 일이다.

 

‘국제행사’를 빙자한 지역개발

 

여수박람회 유치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인물은 한덕수 국무총리다. 먼저 한덕수 총리는 취임하자마자 여수박람회 유치를 자신의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로 꼽고 전력을 기울여 왔으며, 청와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확고한 의지 앞에 외교통상부의 위상은 한낱 ‘국제행사 유치’의 전위부대로 전락한 것이다.

 

한덕수 총리는 유치가 결정되자마자 여수박람회 개최를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등을 포함 19조원을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 자신(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계산한 생산유발 효과 10조원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언제나 국제행사의 ‘생산유발’ 효과는 이 행사로 인한 타 부문의 ‘생산감소’ 효과를 계산해 넣지 않는다. 따라서 실제 ‘생산증가’ 효과는 10조원에 훨씬 못 미칠 테고 19조원의 무게는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왜 이렇게 과도한 세금을 투자하는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국제행사’를 지렛대로 하는 대규모 지역개발의 그림자를 발견한다. 지금까지 월드컵, 대전박람회 등의 많은 대규모 행사를 통해 정치인은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지역은 개발 특혜의 이득을 얻어 왔다. 대선을 앞두고 지역민의 정서에 편승하는 정치인들은 넘쳐날망정 진지한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대안정책 사이트 이스트플랫폼(www.epl.or.kr)에 동시 게재됩니다.
**이상동 기자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연구원입니다.


태그:#여수, #국제박람회, #한덕수, #지역개발, #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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