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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고장 진도는 관혼상제와 모든 의식들이 예술과 맞닿아 있다. 떠난 사람을 위하여 부르는 만가에도 망자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힘이 담겨 있다. 진도 소포리 상여놀이는 이승이 아닌 세계를 다루는 의식이 노래로 남아 생활 속에 스며있는 것이다. 소포리의 만가에서는 신기하게도 신명나는 흥이 느껴진다.

마을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120여년 된 소포리 상여에 대해 설명하는 김병철 소포리문화원장
▲ 상여 마을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120여년 된 소포리 상여에 대해 설명하는 김병철 소포리문화원장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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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소포리 상여

소포리 상여소리에는 ‘애’와 ‘어’가 나온다. 슬플 애와 모실 어다. 슬프다기보다는 묘한 매력으로 이끈다. 꽹과리 치며 소리를 매기면 북과 장구 장단이 이어진다.

에에 에헤헤야 에헤 에헤 어허허야
못 가겄네 안 갈라네 차마 서러서 못 가겄네 내 집을 두고는 못 가겄네
삼천갑자 동방석은 삼천갑자를 살았어도 오날 가시는 금일 망제는 백 년도 못 살았네
죽장산 가래송낙은 수양산의 넋이나 되여
암제 감실로 허옵실제 오날 가시는 금일 망제님
고장대 몸이 되고 피로장이에 넋이 되어 수족이 없이 오신다기로
옷 지어 용돗 놓고 보신 주어 배석 주어야략 잔치로 흠향을 한다
오날은 여그서 울고불고 있다마는 어느 시절에 여그를 올꺼나
가시는 날은 안다마는 오만 날짜는 모른답니다
동서남북 간 데마다 형제같이 하고 갈까
오영방  깊이 들어 형제투정을 마자 하고
요내 염불로 길을 닦아 왕생극락으로 인도를 합니다

- 운상소리

마을회관 앞에 돌담으로 쌓아올린 상여집이 있다. 지붕은 호박 덩굴이 온통 뒤덮고 있어 눈여겨보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마을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상여는 무려 120여년이 넘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 서넛이 아침 일찍부터 나와 만장을 묶고 상여 수리를 한다. ‘제10회 진도세계바다평화제‘에 참여할 예정이다. 권정철(79)씨에 따르면 만장의 시초는 옛날에 학식 있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만장 행렬이 부의 상징이 되어 안타까웠는데 지금은 그나마도 일상 속에서 볼 수 없어 정말 아쉽다고 한다.

상여행렬시 상여 앞에 가는 영혼을 모시는 가마 영여에는 망자의 영정사진과 신발, 향 돗자리 등을 싣고 간다.
▲ 영여 상여행렬시 상여 앞에 가는 영혼을 모시는 가마 영여에는 망자의 영정사진과 신발, 향 돗자리 등을 싣고 간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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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 행렬 시 상여 앞에 가는 영혼을 모시는 가마 영여에는 망자의 영정사진과 신발, 향 돗자리 등을 싣고 간다. 영정사진과 신발은 다시 가져와 3년을 상방에 모셨다. 죽음을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보기 때문에 장례 행렬 시 북과 장구가 이어진다.

소포리 상여놀이는 11월 말경 서울의 청계광장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날은 소포리가 간직하고 있는 모든 민속(상여놀이, 강강술래, 배틀노래, 남도민요 등)을 다 선보인다. 이 행사는 단위 부락으로는 국내에서 처음이며 마을 주민들과 향우회원들에게 소포리에 대한 자긍심과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한다고 김병철(44) 문화원장은 전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장례행렬이다. 살아생전 망자와 함께했던 마을사람들이 노래와 함께 저승길을 인도해주고 음식을 나누는 굿판이다.

‘사후에 만반진수 불여 생전에 일배주만도 못 하느니라‘ 사철가의 한 대목이다. 이는 살아생전에 친구에게 술 한 잔 권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화목하게 지내라는 뜻이 담겨있다.

맏상제로 참여한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 맏상제 맏상제로 참여한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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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생전 망자와 함께했던 마을사람들이 노래와 함께 저승길을 인도해주고 음식을 나누는 굿판
▲ 저승길 살아생전 망자와 함께했던 마을사람들이 노래와 함께 저승길을 인도해주고 음식을 나누는 굿판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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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놀이에는 소포리 주민 60여명과 체험을 온 서울대, 덕성여대, 서울여대생 80여명이 함께했다.

만가행렬이 이어진다. 만가는 민요의 하나로 상여꾼들이 상여를 매고 가면서 부르는 상여소리다. 진도 만가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부자와 양반가 또는 명망가로 알려진 집에서 초상이 났을 때 예인들을 불러 만가를 부르게 했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을의 상여 설소리꾼에게 상여소리를 매기게 했던 것이다.

진도 만가는 지산면에서 부르는 소리로 신청 예인들의 전문화된 소리다. 그러므로 종류가 매우 다양하며 북·장구·쇠·피리의 반주에 맞춰 소리를 한다. 이 만가는 박병천씨의 모친인 김소심씨에 의해 전승되다 중년에 들어 일반화되었다. 현재 김항규씨와 설재복씨의 뒤를 잇는 설재림씨가 진도 만가를 전승하고 있다고 한다.

진도 만가의 특색 중 하나는 마을 아낙들이 다리 위의 상여 앞에 두 줄로 서서 흰 무명의 질베를 잡고 가며 상여꾼들과 함께 소리를 한다. 이러한 여성들을 호상꾼이라고 하며 이 호상행렬은 당골이 상여소리를 하는 양반가의 상여 행렬에서만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일반화되었다.

흥이 담긴 신명나는 한판 굿을 벌이는 고수 김내식 선생의 코믹한 모습
▲ 고수 흥이 담긴 신명나는 한판 굿을 벌이는 고수 김내식 선생의 코믹한 모습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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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다기보다는 묘한 매력으로 이끈다. 꽹과리 치며 소리를 매기면 북과 장구 장단이 이어진다.
▲ 흥의 행렬 슬프다기보다는 묘한 매력으로 이끈다. 꽹과리 치며 소리를 매기면 북과 장구 장단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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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대교를 건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장례행렬
▲ 장례행렬 진도대교를 건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장례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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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과 흥이 담긴 신명나는 한판 굿

시도무형문화제 제19호(전남)인 만가보존회원의 시연은 죽음을 아름다움과 흥으로 이끈다. 엄숙하면서도 느릿느릿 사물장단에 맞춰 진행하는 행렬은 가슴 깊은 곳의 감성까지 자극한다.  이러한 축제 형태의 장례행렬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진도읍과 6개면이 참여한 상여행렬은 광장을 한 바퀴 돌아 진도대교로 향한다.

이 행사체험을 위해 진도를 찾은 박유정(22·목포대 문화인류학과 3학년) 양은 “죽음을 문화로 승화시킨 것에 대하여 감동을 받았습니다. 슬픔이 아닌 흥겨움이 깃들어 있어요”라고 말한다.

만장이 바람에 날린다. 소포리 마을의 상여행렬에는 머리에 두건을 쓴 서울대 학생들이 맏상제로 참여한 전경수(59·서울대 인류학과) 교수와 함께 뒤따른다. 진도대교로 이어진 만가행렬은 장엄하기까지 하다. 함께 참여해보니 가슴은 알 수 없는 감흥으로 충만 되었다. 장례행렬의 신명나는 한판 굿은 산사람을 위한 배려까지 깃들어있다.

노제가 끝나자 음식을 나눠먹고 한잔 술로 시름을 달랜다.
▲ 노제 노제가 끝나자 음식을 나눠먹고 한잔 술로 시름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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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만가는 무속음악과 민요가 함께한다. 그리고 호상이 따르는 장례풍속의 독특함 때문에 민속학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문화적 자산이다. 만가는 사람이 죽었을 때 상여를 메고 가면서 부르는 민요의 일종인 상여소리지만 운구하는 형태와 불리는 노래가 특이하다. 진도는 상여를 메고 갈 때 여자도 상여꾼으로 참여하고 만가의 반주 악기로 사물과 피리가 등장하며 메김 소리와 뒷소리를 뒷받침해 준다.

노제를 지낸다. 노제가 끝나자 음식을 나눠 먹고 한잔 술로 시름을 달랜다. 진도대교를 건너 광장으로 되돌아온 상여를 마지막으로 불사른다. 삶의 흔적이나 아픔은 다 녹아내리고 새로운 삶을 찾아 천상으로 가라 기원한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아픔까지도 활활 타오르는 불에 실어 날려버린다. 불티가 하늘 높이 날린다.

덧붙이는 글 | <‘테마’가 있는 나만의 여행 >응모 글



태그:#상여놀이, #소포리, #장례행렬, #영여, #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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