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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문학의 만남, 왠지 재미 없고, 어울리지 않는다. 만약 나에게 철학과 문학을 중매 서라 하면 어색해 선뜻 나서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철학과 문학은 차이성이 크지만 인간에 대한 진지한 접근 때문에 한 번 중매를 선다면 잘 어울리는 한쌍이 될 것 같다.

여기 한 중매장이가 있으니 김영건이다. 그는 '책세상 문고 우리시대 007' <철학과 문학비평, 그 비판적 대화>에서 이 둘의 만남이 얼마나 설래고, 흥미 있는지, 또 어색한 만남이 깊은 연인 사이로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문학은 이성을 동반하지만 감성을 통한 상상력이 강하다. 철학은 감성을 동반할 수 있지만 이성을 통한 논리와 개념적인 작업을 한다. 그러기 나 같은 범인(凡人) 문학과 철학이 만나 하나 되는 모습은 어색하다.

하지만 여기에 '문학비평'이라는 개념이 접목되면 달라진다. '비평'은 논리적인 작업이기 때문이다. 감성과 예술성이 동반된 상상력 작업인 문학을 철학적 사고인 논리를 통하여 비평함으로 문학과 철학이 만남을 이룰 때 어색하지 않는다. 김영건이 말하는 것을 읽어보자.

"문학비평이나 평론은 상상력뿐만 아니라 논리적이며 개념적 작업을 포함하고 있다. 다시 말해 비평이나 평론은 문학작품처럼 창조적이며 상상력에 근거를 두고 있다. 작품의 내적 구조를 분석하고 감추어져 있는 의미를 발견하면서 작품이 제시하는 함축을 분석하는 작업은 지적인 설득력을 목표로 하는 일종의 논리적이고 개념적인 작업이다."(본문6쪽)

이 작업을 통하여 문학과 철학은 생산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예술성이 강한 문학과 논리성이 강한 철학이 만남을 이룰 때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문학은 감성뿐만 아니라 철학이 가미된 논리성을 통하여 풍부한 지적 작업을 할 수 있다. 철학 역시 이성과 논리성 때문에 메마른 느낌을 강하게 풍기지만 문학을 통하여 감성과 감동, 예술성을 만날 수 있다.

김영건은 이환이 쓴 <20세기 이데올로기와 문학사상>을 통하여 철학과 문학의 만남을 전개한다.

"이환은 우리의 정신적 무늬 속에는 서로 구분되는 두 가지 상이한 풍토가 있다고 말한다. 이 상인한 풍토, 달리 표현하면 두 가지 질서는 파스칼을 통하여 명백하게 표현된 기하학적 정신과 직관이다. 기하학적 정신이 주로 논리적 추론에 따라 사고하고 질서를 세우는 관념의 조직이라면, 직관은 오히려 그러한 것을 넘어서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경험 가운데 감지하는 심정 드리마라 할 것이다. 요약하면 관념의 질서와 감성의 질서다."(본문 21쪽)

김영건이 이환을 통하여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우리는 직관과 관념이 우리 삶에 항상 개입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이 한 번에 작용할 수도 있고, 따라 작용할 수 있다. 모든 인간에게 직관과 관념은 있다. 이 관념과 직관은 철학과 예술의 장르로 이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모든 인간은 철학과 문학적인 존재이며, 어느 누구도 이런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김연건은 문학과 철학의 낭만적 만남, 젊은 비평가들의 지적 사대주의, 근대성과 주체성 반성, 생태학적 세계관, 경박한 글쓰기, 심미적 이성 철학으로 잔잔히 자기 글을 쓰고 있다. '잔잔한 글쓰기'이지만 북풍이 온몸을 휘감아 도는 것처럼 오싹함을 느꼈다. 철학을 잘모른다. 문학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김영건이 말하는 것처럼 이 시대는 애쓰 철학과 문학의 만남을 외면하고 있다. 내용을 자세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가 결론으로 말하는 것에서 우리는 너무 비판을 쉽게하고, 진지하지 못하고,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바쁜 우리 일상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든 것은 존중할 만하다.

철학과 문학이 무시되는 곳에는 우리 자신의 본래성과 진정성이 희생되기 마련이다. 이런 말은 우리 시대가 가벼움과 깊이 있는 노력과 사고가 없다. 수박껍질만 매만지면서 수박을 다 먹었다고 말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문학가, 비평가 철학자가 모두 말이다. 이 책 구성을 보면 1장 '문학과 철학의 낭만적 만남,' 2장 '젊은 비평가들의 사대주의 또는 기묘한 결합적 상업주의' 3장 '근대성과 주체성 반성-김윤식과 가라타니 고전' 4장 '생태학적 세계관과 녹색문학' 5장 '경박한 글쓰기와 게으른 철학' 6장 '심미적 이성과 철학'으로 되어 있다. 특히 2장과 4, 5장은 정독할 필요가 있다.

우리 시대 문학과 철학은 사대주의와 깊은 글쓰기는 사라져버렸다. 깊은 사고 없이 미사어구와 감미로움,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문학이 난무하는 이 때 김영건의 비판은 새겨들어야 한다. 이 시대 문학과 철학을 통하여 우리가 어떤 지적 사고와 작업을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190쪽 안팍밖에 안되는 작은 책이지만 쉽게 놓칠 수 없는 책임은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 <철학과 문학비평, 그 비판적 대화> 김영건 지음 ㅣ 책세상



철학과 문학비평, 그 비판적 대화

김영건 지음, 책세상(2000)


태그:#철학, #문학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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