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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무소’ 이름을 ‘동주민센터’로 바꾸는 것을 예로 들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기관의 외래어 남용 실태가 갈수록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한 신문기사를 보았습니다. 직감적으로 한글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일년 내내 우리말에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도 이날만 되면 모두 우리말에 대해 관심을 표현하니까요.

이 일을 계기로 저 또한 새삼스럽게 행정기관에서 즐겨 쓰는 단어를 떠올려 봅니다. 나대지, 시건장치, 가접수, 사고다발지역…. 참 많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행정기관에서 많이 쓰고 있는 일본식 한자어는 대다수 국민들이 어렵게 느끼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당연히 순화해야 할 대상입니다.

‘나대지’는 ‘빈 집터’로, ‘시건장치’는 ‘잠금장치’로, ‘할증료’는 ‘웃돈’으로, ‘가접수’는 ‘임시 접수’로, ‘매표구’는 ‘표 사는 곳’으로 바로 잡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각종 표지판이나 공문서에서 볼 수 있는 ‘사고다발지역’은 ‘사고 잦은 곳’으로, ‘저촉되다’는 ‘걸린다’로, ‘식별이 용이하다’는 ‘알아보기 쉽다’로 순화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전라남도공무원교육원이 개설한 ‘국어능력향상과정’. 이 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교육원 가운데 전라남도교육원이 처음이라고.
 전라남도공무원교육원이 개설한 ‘국어능력향상과정’. 이 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교육원 가운데 전라남도교육원이 처음이라고.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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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나온 김에 ‘기스’, ‘쇼부’ 같은 일본식 단어나 한자어 등 우리말이 아닌 말들도 우리말로 바꿔 쓰면 좋겠습니다. ‘기스’는 ‘흠’이나 ‘생채기’로, ‘잇빠이’는 ‘가득’이나 ‘한껏’으로, ‘신삥’은 ‘신출내기’나 ‘새내기’로, ‘쇼부’는 ‘흥정’이나 ‘결판’으로 바꿔 쓰면 더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우리 국어의 자존심도 회복될 것입니다.

언어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다고 합니다. 말하는 사람들이 많이 쓰면 살아남고, 쓰지 않으면 없어지고 말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순화 용어를 만들어도 말하는 다수가 이를 쓰지 않으면 소용없을 것입니다.

한글날을 맞아 눈에 띄는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전라남도공무원교육원이 우리말과 우리글 사랑에 팔을 걷었다는 것입니다. 교육과정에 ‘국어능력향상과정’을 개설했는데요. 전국 광역자치단체 교육원 가운데 처음이어서 특색있다고 합니다. 하찮은 일일 수도 있지만 한글날이기에 달리 보이는 것이 당연합니다.

6급 이하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이 교육과정은 국어능력을 향상시키는데 반드시 필요한 올바른 언어와 문장 사용법에 중점을 두고, 행정기관에서 많이 쓰는 연설문과 보고서 작성 요령, 공문서 바로 쓰기, 우리말 바로 알고 바로 쓰기, 외래어 사용 실태와 비판 등도 들어 있다고 합니다.

강사 또한 대학교수와 방송국 아나운서, 공직에서 오랜 기간 공문서 바로쓰기 등을 연구해 온 전직 공무원 등이 포함돼 있답니다. 강좌는 1주일 과정으로 출·퇴근을 하면서 35시간 강의를 듣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라고 합니다. 지난 2월과 7월 이미 두 차례 운영을 했으며, 이를 통해 모두 197명이 교육을 받았다고 합니다. 교육과정에 대한 교육생들의 호응과 만족도도 높았다는 게 교육원 측의 설명입니다.

김양수 전라남도공무원교육원장은 “국어를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점차 줄어들고 있고 비속한 인터넷 언어와 근원을 알 수 없는 저속한 외래어의 범람으로 아름다운 우리말과 글이 점점 변질돼 가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국어능력향상과정’을 개설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공무원 사회에서 국어사랑을 앞장서 실천할 수 있도록 내년엔 더 확대,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아름답고 빛나는 우리말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결코 어렵거나 거창한 일도 아닙니다. 단지 고운 말, 바른 말, 쉬운 말을 가려 쓰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 모두가 늘 관심 갖고 참여할 때 가능합니다. 우리말을 지키려는 전라남도공무원교육원의 작은 몸짓이 아주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태그:#전남공무원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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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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