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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머리가 하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어려운 일이 있거나 어떤 고난이 있더라도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서로 돕고 살겠습니까?"
“예~!”

 

요즘은 때가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봄, 가을에 가장 많은 신혼부부가 탄생하는 거 같다. 지난 9월 30일 남편 친구의 아들 결혼식이 있었다. 어느 새 하나 둘 며느리를 맞고 사위를 맞는 친구들을 보며 새삼 세월의 빠름을 실감하게 된다. 머잖아 우리부부도 가슴에 꽃을 달고 저 자리에 서서 하객들의 축하를 받겠지. 25년 전 우리 부모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동병상련이라고나 할까? 신부 부모님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들어온다. 며느리를 맞는 측의 흐뭇해하는 모습과는 달리 얼굴에서 서운함이 배어나는 신부 부모님. 줄곧 카메라를 의식하며 생글생글 웃던 신부. 하지만 양가 부모님께 큰절을 올리기 위해 부모님 앞에 서자 이내 눈물을 보인다. 신랑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눈물을 닦아주느라 애를 썼다.

 

어떠한 이유로든 품안에 자식을 떠나보내는 부모나 자식 모두 이별의 아픔은 있기 마련. 특히 아직도 가녀리고 어린애 같은 딸자식을 험한 세상으로 내보내는 부모의 심정은 축복에 앞서 안쓰러움이 가득하리라.  

 

세상이 바뀌었다 해도 우리나라에서의 결혼은 두 사람만의 결합이 아닌 집안 대 집안이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므로 순간에 오는 느낌보다는 생활 정도나 가풍이 비슷한 집안끼리 맺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랐기에 생활습관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한 두 사람이 한 가정을 이루어 긴 시간을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어쩜 고르지 못한 일기만큼이나 변화무쌍한 나날들, 알콩달콩 깨가 쏟아지는 날보다는 그렇지 못한 날들이 더 많을 것이다. 

 

이맘때면 뉘 집 아들, 딸이 시집을 잘 갔느니 장가를 잘 갔느니 하는 말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과연 잘 갔다는 게 무엇일까. 결과적으로 자신보다 배우자의 조건이 월등하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한 경우 한 쪽 집안에선 혼수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급기야는 파혼이란 말까지 오갈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경우도 보았다. 마지못해 자식들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결혼을 성사시켰다는 말을 들었을 때 과연 그렇게 시작된 결혼생활이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 생겼다.

 

요즘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청첩장을 받아들면 혼기를 앞둔 딸자식을 가진 부모 입장에선 머지않아 닥칠 일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물론 개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혹자는 결혼을 하게 되면 부부가 우선이 되어야 하고 다음이 부모 세 번째가 자식이라고 했다. 부모를 두 번째로 꼽는 이유는 우선 부부사이가 원만한 가정이라야 부모님 은혜에 보답할 수 있는 것이고 또 부모님께 효도하는 엄마, 아빠를 보고 자란 자식은 자연스레 효를 배우고 익히게 되기 때문에 자녀교육에도 바람직하다는 것. 얘길 듣고 보니 일리 있는 말이었다. 

 

부모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은 호의호식에 대한 보답이 아니라 신랑·신부 두 사람이 서로 합심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나아가 형제간에 우애를 돈독히 하는 것임을 일깨워 주었다.  

 

가을의 주말, 어느 한 쪽이 기울지도 넘치지도 않는 걸맞은 두 집안의 화목한 결혼이 보는 이의 마음까지도 편안하게 했다. 살짝 비까지 뿌려 더욱 싱그러웠던 날, 시작이 좋았던 것처럼 두 사람의 앞날에도 행운이 가득하길 빌어본다.


태그:#신랑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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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52세 주부입니다. 아직은 다듬어진 글이 아니라 여러분께 내놓기가 쑥스럽지만 좀 더 갈고 닦아 독자들의 가슴에 스며들 수 있는 혼이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특히 사는이야기나 인물 여행정보에 대한 글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곳에서 많을 것을 배울 수 있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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