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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의 최대 분수령이 될 '슈퍼 4연전' 첫날 광주·전남은 정동영 후보의 손을 들었다. 이제 부산·경남의 '선택'이 남았다.

 

광주·전남이 범여권의 정치적 기반이라면 부산·경남은 범여권의 대선 승리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때문에 정동영, 손학규, 이해찬 세 후보는 광주·전남 경선 만큼이나 부산·경남 경선에 전력을 쏟아왔다.

 

정동영 '1위는 지켰는데'? 손학규 '어쨌든 선전'?... '우울한' 이해찬

 

정동영 후보는 29일 광주·전남 경선에서 두 지역 모두 1위를 차지하며 '광주의 선택'이라는 정치적 의미를 얻어냈다. 정 후보는 이날 경선을 포함해 6개 지역 경선 누계 결과, 손학규 후보를 1만여표 차이로 따돌리게 됐다.

 

그러나 정 후보가 광주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어내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정 후보 캠프 내에서도 "나올 만큼 나왔다", "예상보다 부족했다" 등 분석이 엇갈렸다.

 

반전을 노렸던 손학규 후보는 기대했던 '칩거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손 후보 측은 나름대로 선전했다는 반응이다. 우상호 대변인은 경선 결과 발표 30여분 전 "광주가 손학규를 살려주겠죠"라고 말했다. 살려주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광주가 손학규를 버린 것"도 아니다.

 

송영길 의원은 결과 발표 이후 "조직동원을 하지 않은 가운데 이런 결과를 얻은 것은 의미있는 것이다, 만족스럽다"며 "이 같은 추세라면 수도권 등 경선에서 역전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손 후보는 이날 경선 결과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선전했다'고 판단한 것인지 표정은 누구보다 밝아보였다. 지지자들에게도 "최종 후보는 손학규"라며 승리의 의지를 다졌다.

 

이날 경선 결과 가장 큰 상처를 입게 된 것은 이해찬 후보다. 이 후보 측은 내심 광주·전남에서 2위 이상을 기대했지만, 두 지역 모두 3위에 그쳤다. 친노 후보 단일화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을 넘어 "참패했다"는 반응이다. 이 후보도 "광주전남에서 기대만큼 나오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광주지역 캠프 한 관계자는 "정동영은 본전한 것이고 손학규는 나름대로 선전했다"며 "이해찬 후보는 완전히 죽을 쒔다"고 자조했다.

 

정치권외부에서만 "광주 광주"... 경선 무관심 확인

 

광주·전남 경선을 앞두고 후보들은 "광주의 선택이 경선을 결정짓는다"며 총력전을 펼쳤다. 정치권에서는 투표율이 30%는 넘어설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분주했던 후보와 통합신당의 바람과는 달리 무덤덤한 민심은 평균 투표율 22.64%(광주 20.67%, 전남 24.25%)로 확인됐다. 첫 주말 4연전 당시 투표율(19.8%)보다는 높지만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다.

 

새로운 바람을 기대했지만 맥이 빠지는 결과만 확인한 셈이다. 특히 범여권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광주·전남에서조차 신당 경선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 확인돼 '광주의 선택'이 갖는 정치적 의미 역시 반감됐다.

 

통합신당 광주시당 한 관계자는 "광주가 전남보다 투표율이 낮을 줄 몰랐다, 낮아도 너무 낮았다"면서 "뭔가 꿈틀대는 민심을 확인하고 경선 흥행의 발판이 마련되기를 바랐는데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02년 '광주의 선택'처럼 방향타를 결정짓게 될 것 같지 않다"며 "오히려 광주전남보다는 부산경남의 결과가 정치적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부산·경남 박빙... 누가 웃을까?

 

주말 '슈퍼 4연전'의 절반인 광주·전남지역 경선이 끝나면서 관심은 나머지 절반인 부산·경남지역 경선으로 쏠리고 있다.

 

당장 '광주 대첩'에서 참패한 이해찬 후보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친노(무현)'에 대한 반감이 강한 광주·전남에서 최대한 선전한 뒤, 부산·경남에서 뒤집겠다는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광주·전남 경선에서 당초 예상보다 훨씬 밑도는 9826표를 얻는 데 그쳐, 1위 정동영 후보(2만6065표)나 2위 손학규 후보(1만9906표)와의 표차가 너무 크게 벌어졌다.

 

그렇다고 부산·경남 상황이 녹녹한 것만도 아니다. 이해찬 후보 측 김형주 의원은 "정동영 후보가 호남 출신이기는 하지만 당 의장을 하면서 다져놓은 부산지역 조직이 만만치 않다"며 "손학규 후보의 경우 중간에 잠적한 것 때문에 광주·전남 경선에서 표가 빠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김 의원은 "다만 손 후보를 한나라당에서 우리 쪽으로 불러들인 것은 사실상 호남이기 때문에 손 후보에 대한 호남의 기대감이 높은 반면 영남에서는 다른 분위기일 수 있다"며 "(친노) 후보단일화 효과는 (친노 반감이 강한) 광주·전남을 제외한 지역에서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광재 의원도 "경선은 부산·경남부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아니냐"며 "결국 플러스 알파를 누가 먹느냐의 싸움이다, 전국정당으로 가겠다면 영남에서 표를 얻어야 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경선 결과 발표 직후 이해찬 후보는 서울로 올라가려던 당초 계획을 취소하고 부산으로 이동해 심야대책회의를 여는 등 '비상 태세'에 돌입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연고지인 부산·경남에서조차 밀릴 경우 향후 경선에서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광주·전남에서 대세론의 발판을 마련한 정동영 후보가 부산·경남에서 '호남후보 필패론'을 떨쳐내고 승리의 쐐기를 박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정 후보 측은 호남에서의 여세를 몰아 1위 유지를 자신하고 있다.
 
정 후보측 민병두 의원은 "(광주 전남보다) 오히려 부산 경남이 더 중요하다"며 "2002년 광주에서 노무현 후보가 승리한 것처럼, 2007년에는 정동영 후보가 부산에서 승리해야 바람이 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 의원은 부산 경남 경선을 항공모함과의 싸움에 비유했다. 민 의원은 "부산 경남에서는 친노 대표주자인 이해찬 후보가 항공모함 같은 조직을 가지고 있다, 청와대 전현직 행정관과 공기업 전직 임원, 참여정부 평가포럼, 노사모, 김두관, 신기남... "이라며 "우리는 항공모함과 싸우러 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민 의원은 "2002년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 중에는 '경선 지킴이'를 했던 정동영 후보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들의 채무의식이 간단한 게 아니다"고 기대했다.

 

정청래 의원도 "초박빙"이라면서도 "2002년 노사모를 능가하는 자발적 펜클럽 '정통(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 조직이 30일 부산에서 그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손학규 후보는 합동연설회 때마다 "참여정부의 공과로부터 자유로운 유일한 후보"라고 강조해왔다. 손 후보 측이 부산경남 경선에서 "해 볼만하다"고 얘기하는 근거다.

 

우상호 대변인은 "부산은 3파전 양상이지만, 광주보다 해볼만하다"며 "상대적으로 정동영 후보의 조직이 호남 향우회를 제외하면 크지 않다"고 자신했다. 우 대변인은 "이번 경선의 드라마는 광주가 아니라 부산에서 써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 후보 측은 특히 "선거인단 대상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다"면서 실제 투표로 연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저조한 투표율... 누구에게 유리할까?

 

문제는 투표율이다. 손 후보 측 김주한 공보특보는 "여론조사에서 앞서봤자 투표율이 낮으면 소용이 없다"며 "투표율이 낮으면 완전히 조직 선거다, 조직으로만 따지면 이해찬 후보가 높고, 조직의 충성도로 따지면 정동영 후보가 높다"고 안타까워 했다.

 

투표율을 걱정하기는 이해찬 후보측도 마찬가지다. 김형주 의원은 "광주전남 투표율이 20% 초반이기 때문에 부산경남은 더 낮을 것 같다"며 "1, 2위 후보와 표 차이가 많이 나는 상황에서 우리는 순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많은 수의 표를 받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부산경남 경선 투표율이 20%대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참가하는 선거인단은 4만여명에 불과하다. 이해찬 후보로서는 이들 중 60~70% 이상을 득표해야 정동영 후보와 엇비슷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해찬 후보가 부산경남에서 1위를 한다 하더라도 광주전남의 손실을 만회하기가 수월치 않아 보인다.


태그:#대선후보 경선, #부산경남, #정동영, #이해찬, #손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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