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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청양고 인문반 신설을 위한 비대위' 임광빈 정책위원이 도교육감 면담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도 교육감님 뵙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31일, 충남도교육청 정문 앞. '청양고 인문반 신설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공동대표 이태재, 김명숙)' 임광빈 정책위원은 이날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도 교육감 면담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임 정책위원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6일까지 3차례에 걸쳐 오제직 교육감 면담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일정이 바쁘고 교육감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임 정책위원은 "학교 통합 때 인문반을 신설해 달라는 주민 2500여명의 서명을 도 교육감에게 전달하고 통합추진 과정의 문제점을 제기하고자 교육감 면담을 요청했다"며 "청양군 전체를 몇 달 동안 술렁이게 한 고교 통합 문제가 왜 사소하고 교육감이 사람들을 만날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인지 납득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문반 신설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된 것은 지난달 11일.

이에 앞서 충남도교육청은 지난 5월 청양읍에 있는 청양농공고와 청양여자정보고를 통합하기로 하고 해당학교 운영위원회와 동창회에 각각 의견을 물었다.

이에 대한 학교 운영위원회와 동창회의 공통된 의견은 "학교 통합에는 찬성하나 인문계반(2학급 이상) 설치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 충남 청양읍은 6개면으로 구성돼 있지만 인문계 학교가 단 한 곳도 없다. 청양읍에서 15km 이상 떨어진 정산면에 있는 정산고가 청양군 전체에서 유일한 인문계 고등학교다.

"청양읍(6개면) 전체에 인문고 한 곳도 없어... 매년 100여명 타지로"

▲ 청양농공고와 창양여정보고 통합과 관련, 청양읍 주민들은 2개 학급 이상의 인문반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이 때문에 청양읍 주민들은 매년 자녀의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타 지역으로 나가야 하는 통에 인구감소는 물론 가계부담(월 평균 40여만원) 가중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인문계 학교 신설을 10년째 요구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청양읍권 중학교 졸업생 중 146명이 타지로 나갔고 이 중 129명이 인문고에 진학했다.

때마침 도 교육청에서 청양농공고와 청양여자정보고의 통합을 추진하자, 주민들은 2학급 정도의 인문반 설치를 전제로 한 통합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 6월 도 교육청 주도로 구성된 학교통합추진위원회에서는 충남 정산면 지역의 반대를 이유로 주민들의 통합 전제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문반 설치에 대해 "우선 학교를 통합한 후 논의하기로" 한 것.

이때부터 청양읍 주민들은 '인문반 신설을 위한 비대위'를 구성하고 "통합추진위 구성에서 지역인사가 배제된 반면 도교육청 인사로 편중됐고 적절한 추진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인문반 신설 없는 통합 반대' 방침을 거듭 밝혔다. 이 같은 방침에 동의, 서명한 인원은 2500여명.

하지만 2차 통합추진위원회에서는 청양읍 주민들이 찬성하는 자세인 반면 정산면 지역에서는 정산고 입학 학생 수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인문반 신설을 반대하고 있다며 '통합 유보'를 결정했다.

정산면의 경우 인문계인 정산고에 청양읍에서 매년 20여명의 학생들이 진학하고 있어, 그곳 주민들은 청양읍에 인문반을 신설할 경우 학생 수 및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며 인문반 신설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비대위 측은 "도 교육청이 통합과정에서 주민들의 숙원인 인문반 설치 계획을 고려치 않고 정산면 주민들의 반대를 빌미로 무작정 학교 한 곳을 없애 하나로 통합하는 데만 몰두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반면 도 교육청 측은 "먼저 통합한 후에 청양읍과 정산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인문반 설치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 김명숙 비대위 공동대표(청양군 의원).
ⓒ 오마이뉴스 심규상
향후 방침 제각각 속 멀고 먼 교육감 면담

양측은 향후 방향에 대해서도 다른 견해를 밝히고 있다.

충남도 측은 "청양읍과 정산면 구성원들이 각각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겠다고 약속하면 여론조사기관에 여론분포를 의뢰해 학교 통합 및 인문반 설치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비대위 측은 "인문반 설치 여부는 정산면 주민들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며 "도 교육청이 지역 교육의 발전 방향과 관련, 객관적인 현실과 교육 철학을 토대로 하려 하지 않고 여론조사에 의존하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날 비대위의 임 정책위원은 끝내 도 교육감을 면담하지 못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주무부서와 얘기해도 될 일을 굳이 도 교육감과 얘기하겠다는 것 자체가 납득할 수 없다"는 말로 이후 면담성사 가능성을 일축했다.

반면 김명숙 비대위 공동대표(청양군 의원)는 "도 교육청 주무부서는 통합추진 과정에서 공식적인 공개설명회 한 번 개최하지 않는 등 밀실행정을 추진했다"며 "일을 다 그르친 상태에서 주무부서 타령만 하는 것은 주민 의견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태그:#청양고, #오제직교육감, #인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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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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