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차별은 그대로 별도 직군제

2006년 12월 20일 우리은행 노사는 정규직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창구직원 비정규직 3100여명을 정규직화 한다는 발표를 했다. 우리은행은 노사의 이 합의로 7월 1일부터 시행 된 비정규직 법안(기간제 및 단시간제 근로자 보호법 제정안, 파견근로자 보호법 개정안, 노동위원회법 개정안)에서 동일직종 차별금지 조항을 피해갈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우리은행은 사회 문제인 비정규직 문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했다는 명분과 비정규직을 채용했을 때처럼 인건비 부담 없이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실리까지 챙기게 되었다.

우리은행의 발표 직후 언론은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을 찾았다는 둥 소란을 떨었지만 기존 비정규직을 별도의 직군으로 묶어 정규직과는 다른 임금과 승진 체계로 관리하는 직군제 도입을 전제로 한 ‘정규직화’는 차별은 그대로이고 고용만 평생 보장 받는 ‘짝퉁 정규직’을 양산해 내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무기한 차별 받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우리은행의 실험 이후 대부분의 금융권이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가운데 정부가 가장 먼저 우리은행의 사례를 본받아 지난 6월 26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이하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종합대책의 핵심 내용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7만 여명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고 무기계약근로자 관리지침을 통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우리은행의 직군제처럼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이라는 직군으로 분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차별시정에 있어서도 정부는 처우개선이 없으면 형평성, 저임금 고착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정규직과의 현격한 차이가 있을 경우에만 처우개선을 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정부의 종합대책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에게 무기한 차별 받는 삶을 강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월급 53만원짜리 정규직?

조영자(여·43세)씨는 2007년 3월까지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M전자(전자제품 조립업체)에 다니다 부당해고를 당했다. 해고이유는 취업 당시 사장이 약속한 상여금 300%를 받으려고 노동조합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근속 5년차였던 그가 당시 받았던 임금은 시급 2356원(일급 1만8천850원)으로 월급으로 계산하면 53만2456원이었다. 2006년 법정 최저임금 시급 3100원(일급 2만4800원)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다.

M전자 사장은 잔업, 특근수당, 연월차수당, 생리수당, 퇴직금 등 기본급으로 계산되는 수당을 줄이기 위해 기본급을 최대한 낮추고 근속수당이라는 명목으로 사원들에게 일괄적으로 매월 16만원을 지급해 겨우 법정 최저임금을 넘겨 지급하고 있었다. 조영자씨는 사장이 최저임금을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알았다고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비수기인 5~9월 사이에는 적게는 매월 2~3일씩, 많게는 10일씩 일을 시키지 않았고 당연히 그만큼 급여도 지불하지 않았다. 회사에 귀책사유가 있어 일을 시키지 않을 때는 통상임금의 70%를 지급해야 하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조영자씨는 2007년 5월 지방노동위원회에서 회사가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판결을 받았고 복직을 안 하는 대신 체불임금과 퇴직금을 받는 것으로 회사와 화해를 했다. 그러나 회사는 약속한 기일에 합의금을 지급하지 않고 회사 명의도 다른 사람으로 변경한 상태이다. 조영자씨는 합의금 지급 2차 시한인 7월 25일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중규직'이라 부른다

우리은행의 별도 직군 정규직, 공공부문 무기계약 비정규직, 중소영세 사업장 정규직 같이 고용은 보장되면서도 임금 등 근로조건은 비정규직처럼 열악한 계층을 '중규직'이라고 부른다.

비정규직 5천여 명 전원을 8월부터 임금과 복리후생까지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완전 정규직화 한다고 선언한 신세계, 7월 1일 비정규법 시행을 앞두고 뉴코아, 홈에버에서 각각 300명, 500명을 집단해고하고 외주화(용역, 파견)와 직무급제 도입을 하려하고 있는 이랜드 그룹, 이 두 방식 외에 사용자들이 택할 수 있는 것이 '중규직'이다.

과연 '중규직'은 비정규직 문제 해법의 차선인가, 차악인가?

태그:#비정규직, #중규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