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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은 안방극장의 변함없는 흥행보증수표다. 올해 하반기에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만한 사극 라인업들이 줄줄이 첫 선을 앞두고 있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한층 다양화한 소재와 규모, 케이블 TV의 사극 제작 도전, 사상 첫 북한 제작 드라마의 방영까지 풍성한 화제가 넘쳐날 전망이다.
고구려사에서 '백투더 조선'
지난해 안방극장에서는 고구려사 열풍이 방송가를 강타했다. <주몽>이 최고시청률을 자랑하며 1년 가까이 롱런했고, <연개소문>, <대조영>등이 후발주자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에는 사극들이 다시 텃밭이라 할 수 있는 조선시대로 귀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방영중인 <한성별곡-정>(KBS)을 비롯하여 <왕과 나>(SBS), <이산 정조대왕>, <별순 검>(MBC), <대왕 세종>(KBS) 등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잇달아 선을 보인다. 케이블채널 CGV에서 첫 사극 제작에 도전하는 <8일>, 국내 최초로 방영되는 북한 사극 <사육신>도 있다.
주목할 것은 대부분 조선시대 궁중사와 역대 군주들의 이야기를 다룬 '정치 사극'이 유독 많다는 점이다. <이산 정조대왕>, <한성별곡-정>, <8일>등 정조를 주인공으로 하거나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많다는 것도 눈길을 끄는 부분. 시대적 과제나 진정한 리더십의 본질을 다루는 테마들이 주류를 이룬다. 대선이라는 시대 분위기와 맞물려, 사극 속 사회와 정치구조를 '현대의 재해석'으로 보는 시각도 가능할 전망이다.
조선 시대 사극들은 2000년대 이후 왕실 중심의 권력투쟁과 궁중암투라는 식상한 소재에서 벗어나 <허준>, <대장금>, <황진이>등 그 시대의 전문직 종사자들을 주인공으로 야사와 민중사관 위주의 시각에서 풀어낸 '퓨전 사극'들이 한동안 대세를 이루었다.
정치사를 중심으로 한 조선시대 이야기는 기존 사극들에서 많이 다루어진 소재인데다가 사료 또한 풍부한 만큼, 시청자들의 눈높이도 까다롭다. 세종대왕이나 연산군, 정조 같은 역대 군주들의 이야기는 사실 그리 새로운 주제는 아니다. 여차하면 이야기가 식상하거나, 역사적 고증 등의 문제로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기존 사극들에서 다룬 조선시대 이야기들과 얼마나 다른 역사적 재해석과 독창적인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을지가 관건.
'규모의 미학'에서 장르와 주제로 세분화
지난해 고구려사 연작들을 통하여 TV 드라마의 '블록버스터'화를 주도했던 사극들이 올해는 장르와 주제별로 세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개소문>, <대조영>, <주몽> 등이 높은 인기를 끌었지만, 한편으로는 부실한 완성도와 연장방송 논란, 지나친 민족주의와 영웅주의에 치우친 보수적 사관으로 인하여 비판도 많이 받았었음을 감안했을 때 얼마나 새로운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정치 사극에서, 추리물, 판타지에 이르기까지 종래 사극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들이 포진한 것에 주목할 만하다. <한성별곡-정>이나 <8일>, <별순검> 등은 사극에서 추리와 스릴러, 다큐멘터리적 요소들을 결합했으며, 고구려 사극의 후발주자로 방영되는 <태왕사신기>는 아직 편성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신화와 판타지의 세계를 덧입힌 퓨전 사극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지도 높은 스타급 배우와 연출자들의 '이름값'도 기대해볼 만하다. 국내 방송사에서 사극계의 쌍두마차로 불리는 이병훈 PD(대장금, 서동요)와 김재형 PD(여인천하)는 각각 <이산 정조대왕>과 <왕과 나>를 통해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다.
<이산 정조대왕>의 이서진을 비롯, <대왕 세종>의 김상경, <왕과 나>의 유동근, <태왕사신기>의 배용준, 최민수, <8일>의 김상중 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사극에서 검증 받은 정상급 중견배우들의 경륜과, 현대극에서 친숙한 젊은 스타들의 사극 도전이 시선을 모은다. 군주 이야기가 유독 많은 올해 하반기 사극 라인업에서 누가 가장 '제왕'다운 연기를 보여줄지도 관심사다.
한편 다음달 방영예정인 남북합작 사극 <사육신>에서는 국내 휴대폰 광고로 친숙한 조명애를 비롯한 박성욱, 김련화 등이 등장할 예정으로, 북한 배우들의 사극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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