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해 5월 중국을 시작으로 인도·미국을 차례차례 자전거로 종단했던 박정규 기자가 2차 세계일주에 나섭니다. 6월 14일 체 게바라의 숨결이 살아있는 쿠바를 시작으로 2008년 12월까지 남미·북아프리카를 누빌 박정규 기자가 쿠바 아바나에서 출사표를 보내왔습니다. <편집자주>

"도련님! 도련님! 10시예요~""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나 버렸다니…."어젯밤에 수리를 하지 못한 자전거를 가지고 인근 수리점으로 달려갔다. 오늘(13일) 출국한다고 밤에 자전거를 포장하다가 변속기 부분을 망가뜨려 버렸다. 결국 자전거 가게에서 거금 11만원을 주고 XTR등급으로 교환하고 나머지 짐을 부랴부랴 챙겨서 인천공항으로 출발! 이번에는 형님이 공항까지 태워준다고 하셔서 땀을 덜 흘리게 되었다. 출국 3시간 전에 도착해서 수속과정을 시작했다. 박스는 겨우 2개다. 자전거 박스 하나, 짐 가방을 큰 박스에 넣은 거. 이번에는 포장에 성공했다.

 

자전거 포장, 득도의 경지에 오르다

 

항상 자전거 박스에 페달 구멍이 났었고 패니어를 분해하지 않아서 박스를 덧대어서 사이즈가 더 커지거나 허술하게 포장해서, 도착지에 도착하면 거의 포장이 개방된 상태인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앞 패니어·핸들바·페달·안장·변속기까지 분리했다.

 

박스에도 쏙 하고 들어간다. 충격방지용 포장지도 넣었다. 하하~ 제법 시간이 걸렸지만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른 분들은 원래 이렇게 했겠지만….어! 미진이다. 티켓팅을 하러 갔는데 누구보다 여행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고 있는 울산친구가 이 곳까지 깜짝 배웅을 나와 준 것이다. 이 친구 또한 세계 일주를 준비하고 있고 내년쯤에 출국할 예정이다. 많은 어려움에도 여자 혼자의 몸으로 꿈을 향해 달려가는 열정을 먹고 자라나는 한 송이 해바라기라고나 할까? 멋진 친구다.

 

잠시 후 어머니와 누나도 오셨다. 하하. 반가운 사람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어머니는 수술일정을 잡으려고 서울에 오셨다. 마지막으로 막내아들 얼굴을 한 번 더 보려고 먼 길을 오셨다. 아랫배 속에 아기 머리만 한 혹이 생겼다고 한다. 초기에는 주먹만 했는데 그 때 수술을 하면 일을 많이 쉬어야 한다고…. 그냥 괜찮아지겠지 하고 너무 방치해 버려서 병을 키워 버린 것이다. 수술을 하고 한동안 휴식을 취하면 정말 괜찮아진다고 하니 다행이다. 수술하는 동안 곁에 있어 드리지 못해도 안타깝지만 큰 수술이 아니라서 한결 마음이 놓인다. "너 대금 있어?" 누나의 질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 어디 갔지?" 서둘러 물품 위치가 적힌 물품리스트를 살펴보았다. "휴대"라고 적혀있다. 아! 형 차에서 안 가지고 내렸구나…. "형이 지금 톨게이트 지나갔다가 다시 톨게이트 지나서 돌아오고 있대! 업체 사람 만나러 간다고 하던데, 바쁠 텐데….

 

"물품 목록 160개, 어떻게 다 챙겨

 

밤새 물품 목록을 작성했는데 약 160개나 되었다. 무슨 이사 가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많을까?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다 적어서 그렇겠지만 짐을 10㎏ 줄이고도 이만큼이나 된다니…. 아버지의 조언대로 모든 물품명과 물품의 위치를 작성하느라 밤을 새고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인 "대금"을 빠뜨리고 말았다. 다행히 형님이 돌아가다가 이상한 생각에 차를 확인하고 다시 핸들을 돌린 것이다.짐 무게들을 측정했는데 짐 가방들을 모은 박스가 19.82㎏, 자전거 포장 박스가 18.84㎏, 노트북 가방이 730g 총 45.96kg이었다. 생각보다 짐을 많이 줄여서 뿌듯하다. 축소해서 처리해도 될 것 같다.

 

"자전거는 운송료를 내야 하는데요."공항 직원이 슬픈 말을 한다. 사실 이번 C항공사는 캐나다로 가는 경우 자전거당 65달러를 내야한다. 그래도 공항에서 이야기해서 한번 저렴하게 해보려고 했는데 전혀 통하지가 않는다. 결국 한화 4만2천원을 내버렸다. 거기다가 경유하는 구간마다 짐을 모두 찾아야 하고 운송료를 또 내야 한단다. 첫 번째 목적지인 체 게바라의 숨결이 살아있는 쿠바로 가려면 인천-캐나다 밴쿠버-토론토-쿠바 하바나까지 비행기를 3번 갈아타야 하고 짐을 3번 찾아야 하고 운송료를 2번 내야 한다."밥 잘 먹고 다니고, 비오고 태풍 오면 자전거 타지 말고…. 위험한 데 가지 말고 건강하게 잘 다녀와~" 어머니의 마지막 인사말을 뒤로 한 채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희망의 씨알'을 품고 쿠바로

 

웅- 웅- 부-왕! 드디어 한국 땅을 벗어나기 시작했다….아…. 1차 자전거 세계 일주를 마치고 3개월 동안 참 분주하게 보냈던 것 같다. 의미 있었던 일도 많았지만, 어찌되었건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고 이제 다시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하늘 위로 날아갈 수 있게 되었다. 항상 무언가를 하나씩 빠뜨리고 세울 수 없는 만큼의 벅찬 행동이 요구되는 일들을 잔뜩 세우고 모두 이루지 못함에 안타까워하고 내가 하는 일에만 정신을 잃고 친구의 눈물을 보지 못하기도 하고…. 나는 그렇게 여러 모로 부족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9개월간의 여행기간 동안 내가 챙기지 못했던 부분들을 채워준 사람이 있었고 혼자 이루기 벅찬 일들을 대신 해준 사람이 있었고 나의 눈물을 닦아준 사람이 있었다. 여행을 마치고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 가슴 한구석에 아주 뜨거운 그 무언가가 느껴졌다. "나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그런 '희망의 씨알'이 자라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래! 실제적인 방법을 찾아보자! 내가 할 수 있는 그런 일을 말이다. 그래서 2차 자전거 세계일주의 목적들을 다시 정했다. "인간의 신뢰성 회복, 대한민국 홍보, 희망질문을 통해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희망과 꿈을 주는 '동기부여 전문가'로서의 훈련, 세계의 기독교 선교지 상황보고"에 두었다.

 

2007년 6월 13일부터 2007년 12월 10일까지 쿠바, 남미, 북아프리카를 여행할 계획이다. 인간의 신뢰성 회복을 위해 저녁마다 현지인의 집을 찾아가 도움을 구할 것이며 아직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정악대금으로 "아리랑"을 연주하며 한국 음악만의 특별한 기억을 남겨주고 싶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희망은 무엇입니까? 3가지만 알려 주십시오"라고 그들의 기억 속에 잊혀져 있던 희망을 다시 꺼내주고 싶다.

 

그리고 현지의 교육기관들과 교회에서 가슴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면 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동기부여 전문가로서의 꿈에 한 걸음 다가가고 싶다. 내가 밟는 땅에 내가 만나는 이들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지지해주는 이들에게 '희망의 씨알'을 선물해주고 싶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내가 알고 내가 모르는 사람 모두의 가슴속에 꺼지지 않는 열정의 희망의 씨알이 자라나기를 기대해본다.만약에 정말 포기해야 상황이 생겨버린다면… 그 때는 "어쩔 수 없지 뭐…" 하고 포기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에 대한 믿음만큼은 나의 심장이 뛰는 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세상은 고통스러운 일로 가득하지만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힘 또한 가득하다"는 누군가의 말이 가슴속 깊이 새겨지는 날이다.

 

2007년 6월 16일 토요일. 체 게바라의 숨결이 살아있는 쿠바 하바나에서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 박정규 올림.

 

 

덧붙이는 글 |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자전거여행, #체 게바라, #쿠바, #남미 , #북아프리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기사는 연재 자전거는 자전車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