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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일고 검도관에서 1급 심사를 앞두고 맹 수련 중인 2학년 이과반 학생들.
ⓒ 안서순
10년째 전교생을 검도 유단자로 만들어 졸업시키는 학교가 있어 화제다.

이 학교는 충남 서산시 지곡면 서일고등학교(교장 조한구)로 지난 1995년부터 검도를 교기(校技)로 가르치고 있다. 지금까지 이 학교가 배출한 유단자는1996년부터 2006년까지 10년 동안 초단1548명, 2단 78명 등 모두 1626명이다.

오는 9월에는 또다시 2학년에서 초단이 쏟아진다. 현재 2학년 199명의 학생들은 지난4월 2급 심사를 통과했고 이달 말게 있는 1급 심사를 위해 땀을 쏟고 있다. 이 학교 조한구 교장은 "검도가 스포츠이긴 하지만 정신과 예를 존중하며 고도의 집중력과 의지력, 극기심을 요구하고 있어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일고등학교에서 검도가 시작되게 된 것은 양희태 체육교사(검도공인4단)가 부임하면서 학교 측에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전교생 검도 배우기를 건의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지면서부터다.

올해부터는 현재 검도 국가대표 선수인 임선미씨(4단)가 기간제 체육교사로 부임해 양 교사와 함께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양 교사는 "검도는 양보와 겸손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예의를 중시하고 의지력을 길러 학업신장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전교생에게 익히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 안서순

▲ 검도관에서 수련중인 2학년학생들.
ⓒ 안서순

"나의 나쁜 점을 베기 위해 검도를 하죠"

이 학교 전용검도관의 앞쪽벽면에는 '검도는 남을 베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나쁜 마음을 베는 것이다'는 훈(訓)이 붙어 있다.

1학년 학생들은 매주 2시간씩 검도이론과 죽도 잡는 법과 이동, 3동작 머리치기 등 기초부터 시작해 6월에 5급 심사를 받는다. 이어 본격 수련으로 들어가 9월에는 4급 심사, 12월에는 3급 심사를 마친다. 2학년이 되면 매주 1시간씩 수련을 해 4월에 2급 심사를 받고 7월초 1급 심사를 거친 다음 9월에 초단심사를 받는다.

매주 월요일 6교시, 2학년 이과반 28명의 학생들이 수련을 하는 시간이다. 웃고 떠들며 삼삼오오 검도관으로 들어서던 학생들이 도복을 입고 죽도를 들고나서부터는 표정부터 달라진다.

▲ 학생들 모두 진지한 자세로 검도 수련에 임한다.
ⓒ 안서순
장난기 어리던 눈동자는 진지한 눈빛으로 변했고 웃던 입은 한일자로 굳게 다물어져 있다. 학생들이 이 시간에 익히는 것은 '본국검법'이다. 본국검법은 현존하는 검법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신라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오랜 전통을 지닌 것이다.

"자, 금계독립세다. 자세를 바로해라. 발을 확실하게 들고 검을 바로 세워라."

양 교사의 지적이 날카롭다. 학생들의 얼굴에 땀방울이 흐른다. 그래도 표정만은 사뭇 진지하다.

"다음은 후일격세다. 먼저 배운 대로 해 본다. 아니지. 검법은 뒤쪽 상대의 머리를 정면으로 치는 자세잖아. 자, 오른발을 앞으로 내며 윈발로 몸을 밀면서 오른발이 땅을 구르는 순간 치는 것이다."

양교사의 눈에는 28명의 움직임이 한눈에 들어오는 모양이다. 자세가 바르지 않거나 검의 위치가 틀리면 바로 지적과 교정이 뒤따른다.

정은주 학생(2학년)은 "검도시간이 엄격하고 힘들기도 하지만 나를 낮추고 나의 나쁜 점을 베기 위해 열심히 배우고 있다"며 "어려운 수련을 하다 보니 수업시간에도 집중이 잘되어 성적향상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장은 "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검도를 시작한 이후 학생들의 인성교육이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학업성취도도 높아지기 때문에 학생들과 학부모 모두가 원하기 때문에 검도가 13년째 학교 교기로 존속할 수 있는 것이다"고 밝혔다.

▲ 소녀검객의 눈빛이 사뭇 진지하다.
ⓒ 안서순


태그:#서일고, #검도, #충남 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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