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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지난주 김종성 기자가 필자의 책 ‘한미일 삼각동맹’에 대한 비판적 서평인 “일본과 동맹 맺어 중국을 견제하라?”를 싣고 필자가 거기에 대해 “왜 한미일 삼각동맹인가”란 반박기사를 싣고 난 후 필자가 마치 냉전시대적 발상으로 친미, 친일을 주장하면서 중국포위를 위한 미국과 일본의 세계전략에 편승하자는 매판적 사대주의자로 비쳐진 것 같아 필자의 미국과 일본에 관한 인식을 밝힌 5편의 글 중 마지막장이다. 특히 필자의 대일인식은 앞의 글 “현실의 전략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미쓰야 연구‘와 ’일본은 전쟁으로 가는가‘에 자세히 나와 있으므로 3편의 글을 연결해서 읽으면 유익하리라 생각한다. 〈필자 주〉

현재 일본은 전후 30여 년 만에 세계적인 졸부가 되어 축적된 힘과 제동장치 없는 우향우 추세가 합쳐져 자신감을 갖게 되자 이젠 돈만으로는 안 된다며 일본에 부과되고 있는 국제적인 역할은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 보다 크기 때문에 분쟁지역에 평화유지대를 파견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며 자위대의 해외파견을 강행하고 있다.

자위대의 해외파견은 나카소네 수상 때인 1980년 2월 림팩훈련에 해상자위대가 처음 참가함으로써 시작됐다. 그 후 고이즈미 정권 때인 2002년 12월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대테러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의 함정에 연료를 공급하는 해상자위대 보급함의 호위를 맡기 위해 최신예 이지스함을 우여곡절 끝에 인도양에 파견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자위대의 해외파견 형식을 빌린 참전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이것은 너무나도 극명하게 국제분쟁해결수단으로서 힘의 위협과 사용을 영원히 포기하도록 규정한 일본헌법에 저촉되는 것이다.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하거나 아전인수(我田引水) 식으로 해석해 첨단전력을 증강하고 자위대의 활동영역을 세계화시킨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군사대국화를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과거의 침략행위조차 정당화하려는 일본 내 보수우익세력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피해당사국들은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중 가장 큰 피해자인 중국이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는 것은 지난날의 악몽이 되살아나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나라들이 일본자위대의 해외파견을 계기로 경제대국인 일본이 군사대국으로 급부상하여 아시아의 새로운 맹주(盟主)를 꿈꾸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다.

만일 일본이 미국을 대신해 해상자위대를 핵으로 한 군사블록을 형성, 아시아·태평양의 지역 세력으로서 대국 간의 파워게임에 주역으로 참가할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아시아 국가들은 결코 좌시하고만 있지 않을 것임을 자각해야 한다.

아울러 일본이 비핵 3원칙과 비핵 4정책을 고수하면서도 2004년 현재 자국 내 5.7톤과 영국 및 프랑스에 재처리를 위탁한 37.4톤 등 핵무기 5000개 이상을 제조할 수 있는 43.1톤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이미 1945년 8월 12일 흥남 앞바다에서 핵폭발실험을 성공시킨바 있다.

현재 일본은 세계 3위의 핵 발전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3개월이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자본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일본은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 핵 재처리공장을 통해서 2007년 5월까지 핵폭탄 500개 이상을 제조할 수 있는 4톤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계획이다. 일본의 보수·주류세력이 현재 추구하고 있는 목표는 전쟁이 가능한 일본이며 그 다음 목표는 핵무장한 일본일 것이다.

1995년 일부 공개된 비밀자료인 일본외무성의 ‘외교정책 대강’에는 “우리는 핵무기생산을 위한 경제·기술적 잠재력을 유지할 것이며 이에 관해 일본은 어떤 간섭도 받지 않도록 대처 한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2006년 중반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수상의 핵 보유권고발언을 포함해 일본 정치권에서 계속 흘러나오고 있는 핵 발언의 저의가 결코 한두 사람의 돈키호테적 발상의 산물이거나 이른바 망언이 아니라 일본정부와 일본 보수·주류세력의 본심이자 집단적 정책의지의 표현임을 알고 있다.

또 1998년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는 신형장거리미사일 광명성(대포동) 1호와 2006년 발사실패로 끝난 광명성(대포동) 2호로 추정되는 미사일의 시험발사 및 같은 해 10월 조잡한 핵실험을 감행했을 때 일본은 마치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이것은 일본이 미국·러시아·이스라엘·프랑스 등에 이어 정찰위성을 보유한 5번째 국가인 동시에 미국과 러시아 다음으로 각각 2대의 광학 및 레이더영상위성을 동시에 보유한 위성강국으로써 그 운반체인 J1, M5, H2A로켓 등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들 로켓은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맞먹는 폭발력과 추진력을 지녀 언제든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개량이 가능하다. 일본은 결심만 하면 3~6개월 이내에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제작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세계 각국은 북한의 핵·미사일과 아울러 일본의 핵(?)·미사일(?)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음을 일본은 알아야 할 것이다.

일본은 연합군에 의해서 무장해제 된지 반세기만에 ‘전수방위’와 ‘비핵 3원칙’ 그리고 ‘평화헌법’의 3중 족쇄를 갈수록 느슨하게 만들어 사실상 재무장으로 복귀하였으며 이와 동시에 국제문제에 대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행보가 놀라울 만큼 빠르다. 그들은 침략과 식민통치로 주변 국가를 짓밟은 과거사를 반성하기는커녕 왜 일본민족이 아시아와 나아가 전 세계를 지배할 수밖에 없는 최우수 민족인지를 역설하는 제국주의적 황국사관에 입각한 전쟁중독증에 감염되어 군국주의 망령을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

북한이 일본의 헌법 개정안이 군사대국화를 지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자 “해외침략에 환장이 된 자의 망동”이라며 “군국주의 부활과 재무장에 주력하면서 재침야망을 버린 적이 없는 ……… 일본은 아시아에서 매우 위험한 침략세력으로서의 두각을 더욱 뚜렷이 나타내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한 것은 일본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북한도 매우 위협을 느끼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2004년 10월 26일 동경만 앞바다에서 8개국 연합으로 실시된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훈련인 ‘팀 사무라이’를 미국과 함께 주도했다. 이에 북한의 박길연 유엔대사는 “동경만의 PSI훈련은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대한 위반이자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준비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는데 이것은 장차 일본이 북한을 빌미로 미국과 함께 중국봉쇄작전에 들어가기 위한 수순에 본격적으로 돌입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일본의 우경화 추세는 ‘북한 위협론’ 없이는 불가능하다. 북한 위협론이 사라질 경우 군사력증강을 위한 훌륭한 구실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의 군사력증강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직접 ‘중국 위협론’을 거론하기에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핵과 미사일문제를 비롯한 북한이라는 구실이 필요한 것이다. 결국 북한 위협론은 중국견제를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보면 일본은 마치 전쟁을 하지 못해 안달이 난 나라처럼 보인다. 이는 일본이 사무라이들의 나라라는 점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지난날 구일본군의 장교단은 스스로가 국가의 운명을 짊어지고 있다고 믿었으며 군인이 아닌 자는 일본인이 아니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볼 때 천황이 없는 일본을 생각할 수 없는 것처럼 전쟁은 그들에게 있어 불가분(不可分)의 것인지도 모른다. 다음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일본에 처음으로 화승총이 전래된 것은 1543년 명나라로 향하던 중 표류하여 규슈의 다네가시마에 상륙한 포르투갈 선원에 의해서였다. 난파 시 포르투갈 선원이 이 총을 갖고서 일본인들이 보는 앞에서 새를 잡았다고 하여 조총(鳥銃)으로 불리게 된 이 화기는 그 후 성능이 개량된 상태로 급속히 일본전역으로 파급되어 1600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일본을 통일하게 되는 계기가 된 세키가하라 전투에 동원된 총은 양군이 합쳐 약 6만 정이나 되었다. 그 당시 유럽 최대의 육군을 자랑하던 프랑스군이 1만여 정의 총을 보유하고 있던 것에 비교해볼 때, 이 당시 일본은 유럽 전체가 가지고 있던 숫자보다 더 많은 총을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일본인들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일본도(日本刀)를 만들어 무사들의 신체의 일부가 되다시피 하였다. 이렇게 볼 때 각종 전투장비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은 타고난 것 같다. 일본인들은 정말 전쟁을 사랑하는 민족인가. 그러나 어떻게 보면 일본이 전쟁을 사랑하건 말건, 또 전후 계속된 고도성장의 여력으로 국력에 상응하는 방위비를 쓰던 말든 그것은 남의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정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우리에게 있어 일본이라는 존재는 국제적으로 불가피한 충돌을 야기 시키는 중요한 인자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날의 범죄에 대한 속죄의 마음이 있었는지를 의심할 정도로 망언을 일삼고 수시로 되풀이해 주변국들의 자존심을 자극하고 있는 일본의 모습을 보면 설사 천만 번을 양보한다 하더라도 이는 피 침략국들에게 일본이 여전히 침략적인 의도를 가지고 동아시아의 패권을 추구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패권주의(覇權主義)는 군국주의(軍國主義)의 현대판 버전으로서 군국주의가 군사적 침략을 통한 영토확장이 목표라면 패권주의는 군사력과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시장의 확충을 통해 달성된다. 따라서 패권주의를 세계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는 미국의 성장엔진은 바로 전쟁과 시장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미국의 아류인 일본이 미·일동맹을 통한 찰떡 공조를 기반으로 군사대국화를 노리는 것은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대변되는 두 개의 패권요소 중 부족한 한 부분을 보완함으로써 완전한 패권체제를 이룩하고자하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도 “경제대국은 반드시 군사대국화하기 마련이다.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제대국 일본의 자위대가 과연 언제까지 자국 내에 갇혀 있으려 할까?

일본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음은 결코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일본사회에서 소름끼치는 가공할 군국망령의 부활을 1970년 일본의 유명한 우익작가 미시마 유키오가 도쿄 육상자위대 청사 발코니에서 “전쟁과 재무장을 금지하는 일본헌법을 뒤엎어야한다. 자위대는 궐기하라”고 외치며 할복 자결한 것을 보면서, 1980년 ‘이에나가 사부로’ 전 동경도립대학교수의 고등학교교과서 검정소송패소사건과 계속되는 역사교과서 왜곡을 보면서, 국수주의적 좌파논객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와 모리타 SONY명예회장이 함께 썼다는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을 보면서, 과거사에 대한 청산과 반성은커녕 오히려 일본지도층을 대변한다는 자들의 끝없는 망언행렬을 보면서, “주한미군이 일방적인 공격을 받는다면,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해 자위대를 한반도에 파견해야한다”는 가메이 정조회장의 발언에서, 2번에 걸친 북한의 괴선박사건과 미사일발사 그리고 핵실험을 군사대국화의 빌미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전쟁포기를 규정한 평화헌법 제9조를 개정하려는 집요하고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면서 일본인들이 전후 일시적 평화주의자에서 그들의 본성인 세계최고의 골수 전쟁광(骨髓 戰爭狂)들로 되돌아가고 있음을 본다.

다시 휘날리는 일장기와 욱일승천기를 동아시아국가들은 경계의 눈으로 주시하고 있음을 일본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태그:#군사대국, #한미일 삼각동맹, #해외파견, #비핵 3원칙, #비핵 4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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