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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엔 버스나 움직이는 모든 차를 이용해 광주로 진입하였다.
ⓒ 518재단

워메 나라꼴이 어떻게 되불라고 군인이 민간인한테 총질이다냐. 가시나 젖가슴을 도려내부렀다드만 그것이 참말이여?

그것뿐이다요. 지금 금남로는 시체가 천지랑께요. 18일 이후로 광주 사람들 다 죽여 불라고 마음먹었다드만요.

광주는 막혀붓당께요. 오도가도 못한당께요. 공수부대가 차라고 보이는 것들은 다아 기관총으로 지져불고 난리가 아니어라우.

너 간첩 아니여? 아무리 그래도 그라제,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냐.

아따 전두환이한테 뭐 보이는 게 있다요. 김대중 선생님을 감옥에 잡아들이고 시범케이스로 광주를 찍어부렀다 안 하요. 나한테 게기면 다 이렇게 죽여분다고 겁주는 것이지라.

그것이 뭔 말이다냐. 이런 개같은 갱우가 어디가 있다냐. 그러믄 우리가 이러고 있으믄 안 되제. 모다 광주로 올라가야제. 총을 들고있는 놈들한테는 총으로 맞서야 되지 않겄어?

그래서 우리가 왔당께요. 아제는 나이가 많아서 안 됭께 카마니 있어 부씨요.

안 되긴 뭐가 안 되야. 우리가 이렇게 있어블믄 전두환이가 우리를 개똥으로 알 것인디, 그 때 살아서 뭣한다냐. 글고 우리 아들도 광주 직장에 갔다가 아직 안 돌아왔당께.

아따 아제는 기다리랑께요. 여그 나주 금계동 파출소 무기고 털어가꼬 얼른 광주로 가야된당께요. 광주공원에서 한바탕 붙어분다고 안하요.

무기고는 어떻게 털라고 그라냐. 배란빡이 두꺼울 것인디.

지가 두꺼워 봤자지롸우. 트럭으로 밀어블라요.

트럭으로?

네! 트럭이 쪼까 오락가락한께 고걸로 밀어블고 트럭은 버려불지라 뭐.

그 다음은 어떻게 할라고 그라냐. 무기들은 어떻게 옮길라고 그라냐?

무기고 털면 광주로 올라가는 버스들에다 모두 실어야지라우.

그라믄 트럭 운전은 내가 할란다.

아제가요? 아제는 운전도 못함서 그러요.

그렁께 내가 한다는 것이여. 시동만 걸어주고 악셀만 꽉 밟아블믄 되지 뭐. 안 그러냐?

그러기야 하지만요 그럼 아제가 죽을 수도 있당께요.

죽어도 나같이 나이들어 아무 쓰잘데기 없는 사람이 죽어부러야제. 젊은것들은 광주 올라가서 총 쏴야 할 것 아니냐. 이 트럭이냐?

네!

시동 걸어봐!

아따 아제 왜 그러요.

그냥 있으랑께요.

염병하지 말고 얼른 말 안 듣냐?

나는 늙었응께 괜찬당께 그러네.

난 모르겄소. 여기 시동 걸어브렀소. 이것이 악셀이어라우. 그냥 꽉 밟고 운전대 확실하게 붙들어부씨요. 아따 미치것네잉. 안되겄소. 아제 얼른 내리씨요.

됐당께. 너나 얼른 내려브러. 내리랑께.

아제.

혹시 말이다잉 나한테 뭔 일이 생기믄 네가 말 잘해줘야 한다잉. 그럴라믄 광주가서 니도 살아와야하고…. 알겄냐?

네.

아따 이 맛으로 운전한갑따잉. 이상 기분이 좋다야. 나 간다잉.

아제…. 아제…….

부응, 부릉, 부우우우우웅, 꽈광 꽝.

아제…. 나보고 어쩌라고 이러브요. 와따 미치고 환장하겄네. 아제 눈 쪼까 떠보씨요. 아제…. 흑흑.. 운전도 겁나게 잘하구만요. 무기고가 뻥 뚫려브렀소. 얼른 일어났씨요. 뭣 허요. 할 일 다 했으면 그만 자고 일어나야제. 뭔 피는 이렇게 많이 흐른다냐. 아제, 아제…. 흑흑흑…….

덧붙이는 글 | 이창근 기자는 고향이 전남 나주입니다. 이 글은 당시 집근처에 있던 파출소 무기고가 털렸을 때 있었던 일을 듣고 재구성해 본 것입니다. 

뉴스앤조이에 글을 송고했습니다.


태그:#518, #시, #사회이슈, #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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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사고와 건강한 생활운동을 전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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