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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락장송이 낙동강, 병산과 잘 어울린다.
ⓒ 이상기
병산서원은 하회마을 상류에 있다. 하회마을에서 병산서원은 직선거리로 2㎞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강을 따라 길이 나있지 않기 때문에 병산서원 입구 3거리로 나와 상류에서 하류로 다시 내려가야 한다. 그러므로 하회마을에서 병산서원까지는 6㎞나 된다. 병산으로 가는 길은 절반이 포장되어 있고, 나머지 절반은 포장되어 있지 않아 과거로 여행하는 느낌이 든다.

병산서원에 도착하면 서원 앞으로 잘 가꿔진 정원이 보이고 그 앞 낙동강변에 낙락장송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 병산서원과 함께 했을지도 모르는 그 소나무 너머로 병산이 병풍처럼 병산서원을 감싸고 있다. 비가 오기 때문에 낙동강 물에 비친 병산의 모습을 볼 수가 없어 유감이다.

▲ 만대루를 설명하는 안내판: 꽃잎이 떨어져 아름답다.
ⓒ 이상기
우리 일행은 먼저 서원의 정문인 복례문(復禮門) 앞에 선다. 문화유산 해설사가 복례의 의미를 이야기해 준다. 복례란 <논어(論語)>의 '안연(顔淵)'편에 나오는 말로 '克己復禮爲仁'에 따 왔다고 한다. '나를 극복하고 예로 돌아감이 바로 인'이라는 것이다. 서원의 입구에서부터 '예로 돌아감'을 강조하고 있다.

문을 들어서자 2층 누각인 만대루(晩對樓)가 나온다. 건물 옆에 만대루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서 있다. 봄비에 꽃잎이 떨어져 안내판이 꽃무늬 판으로 변해 있다. 그곳에는 만대루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자연지형을 그대로 이용하여 건축한 2층 누각 건물인 만대루는 휴식과 강학의 복합공간이다. 기둥 사이로 보이는 낙동강과 병산이 마치 7폭 병풍을 보는듯한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한다."

만대루 양쪽으로 나있는 계단을 올라 2층 마루에 오른다. 마루에 앉아 만대루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만대(晩對)라는 명칭은 두보(杜甫)의 시 '백제성루(白帝城樓)'에서 따왔다고 한다. 또 주자(朱子)의 고향 무이구곡(武夷九谷)에 있는 정자 만대정에서 차용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 입교당 대청을 통해 바라 본 만대루의 모습
ⓒ 이상기
강 건너 한산각 江渡寒山閣
성 높은 곳에 절새루 城高絶塞樓
푸른 절벽은 저녁에 마주하기 좋으니 翠屛宜晩對
물 맑은 계곡에 모여 진하게 놀아보세 白谷會深遊


우리는 저녁이 아닌 점심때쯤 병산의 풍광을 대한다. 그래도 비가 와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아주 차분하다. 두보처럼 놀아보는 게 아니고 오히려 차분하게 감상할 수 있다. 만대루 기둥 사이로 복례문, 낙동강과 병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뒤로 눈을 돌려 서원 쪽을 바라보니 서원의 중심 건물인 입교당(立敎堂)이 자리하고 있다.

▲ 입교당에 걸려있는 현판들.
ⓒ 이상기
입교당은 가르침을 세우는 곳으로 요즘 말로 하면 교실이다.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학문의 기초를 세우는 강학(講學) 공간이다. 입교당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건물로 가운데 3칸이 대청마루 형태로 되어 있다.

정면 처마 밑에 병산서원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고, 대청마루 안쪽 기둥과 서까래 부위에 입교당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그리고 입교당과 만대루 사이 좌우로는 동재와 서재가 있다. 동재와 서재는 유생들이 기거하는 곳이었으나 현재는 향사나 제사 때 유림이나 시민들이 머무는 장소로 사용된다.

입교당을 살펴보고 뒤로 돌아 가보니 계단을 통해 존덕사(尊德祠)로 올라갈 수 있다. 존덕사는 류성룡 선생과 그의 아들 류진의 위패를 모셔둔 곳으로 음력 3월과 9월에 향사(享祀)를 올린다. 그러나 이곳은 문이 닫혀 있어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또 사당은 건축학적 또는 문화유산적 측면에서 가지는 의미가 적어 시간이 없을 경우 생략하는 경향이 있다.

▲ 서애 류성룡 선생이 심었다는 배롱나무
ⓒ 이상기
오히려 존덕사로 올라가는 문 옆에 있는 배롱나무가 서애 류성룡 선생이 심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바로 병산서원과 그 역사를 같이 해온 셈이다. 우리 일행은 전사청 쪽으로 나 있는 문을 나와 밖에서 입교당과 만대루의 옆모습을 감상한다. 추녀의 곡선, 누대와 담장의 직선 등이 우리 건축의 서정성과 아름다움을 정말 실감나게 한다.

서원을 나오며 만난 마지막 장면이 또 압권이다. 달팽이 모양으로 돌아서 들어가도록 만든 통시다. 통시란 보통 뒷간으로 불리는 재래식 변소이다. 가운데가 뭉툭한 통나무를 잘라 두 쪽으로 나눈 후 가운데를 둥그렇게 잘라 받침대를 만들고, 그 아래 똥장군을 묻은 형태이다. 과거 흔히 볼 수 있던 변소인데 요즈음은 보기가 어려워 명물이 되고 말았다.

▲ 달팽이처럼 돌아 들어가는 통시(좌)/통시 안에 있는 변좌와 장군(우)
ⓒ 이상기
그런 의미에서 병산서원은 제대로 격식을 갖춘 전형적인 서원이기도 하지만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친근한 서원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서원 앞의 병산과 낙동강이 건물과 잘 어울리는 자연친화적인 서원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통해 안동의 문화와 문화유산을 소개한다. 그리고 인근에 있는 된장마을, 한지전시관을 통해 안동의 맛과 멋을 보여주려고 한다. 4회에 걸쳐 연재한다.


태그:#병산서원, #복례문, #만대루, #존덕사, #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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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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