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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15일)은 '스승의 날'입니다. 하지만 두 아이의 아빠로서 스승의 날이라고는 한다지만 특별히 다른 그 어떤 생각도 없습니다. 저는 그렇다지만 아이 엄마는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며칠 전부터 어떤 선물을 아이들 선생님들에게 할 것인지를 무척이나 고민하더군요.

초등 2학년과 5학년 두 아이들의 선생님들 두 분이 다 여선생님들이고, 이분들에게 맞는 선물을 생각하느라 고심했다는 거지요. 저의 아내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 엄마들하고 몇 번인가를 통화를 하더니만, 화장품을 선물하겠다고 결정하더군요.

▲ 아이들 엄마가 지난번 출장길에 사온 화장품입니다.
ⓒ 추광규
뭐, 그런 선물을 고르거나 말거나 남자인 저는 무심할 밖에요. 어제 일요일은 마트에 가서는 예쁜 포장지를 골라 오더니, 지난번 출장을 갔다가 사온 화장품을 꺼내놓고는 나름대로 예쁘게 포장을 했답니다.

오늘 아침에는 내일 휴교를 하기 때문에, 준비한 선물을 미리 선물하기 위해, 아이들 손에 작은 쇼핑백에 담은 선물과 함께 아이들이 직접 쓴 편지를 들려 보냈답니다.

하지만 오후에 학교에서 돌아온 둘째 아이 즉 초등학교 2학년 아이의 손에는 아침에 들고 갔던 쇼핑백이 고스란히 들려져 있습니다. 제가 아이 손에 들린 쇼핑백이 이상해서 둘째 아이에게 물었답니다.

평소 둘째 아이가 숫기가 없어서 선생님에게 갖다 드리기가 계면쩍어서 그냥 들고 온 것은 아닌가 해서입니다.

"왜? 선생님한테 선물 갔다가 드리지 않은 거니?"
"아니, 선생님이 괜찮다고 엄마 다시 갖다 드리라고 했어."

제가 의아해서 다시 물었답니다.

"왜? 선생님이 선물을 다시 돌려 보낸 거니, 무슨 말씀이 없었니?"
"아니 있었어요!. 얘들이 들고온 케이크는 나눠 먹고, 선생님이 엄마한테 갖다 드리라고 편지까지 써줬어."

▲ 오늘, 둘째 아이 담임 선생님이 직접 써 보낸 편지입니다.
ⓒ 추광규
둘째 아이의 말을 들어보니, 내일 스승의 날이지만 휴교를 하는 관계로 같은 반 아이들도 선생님께 선물을 한다고 각종 선물을 많이들 들고온 모양입니다.

하지만, 둘째 아이의 선생님은 아이들이 들고온 선물 중 다시 가져가면 상하거나 훼손될만한 선물을 제외하고는 모든 선물을 다시 되돌려 보낸 모양입니다.

한 아이가 가져온 케이크는 반 아이들하고 선생님하고 같이 나눠 먹고, 작은 꽃은 고맙다고 가슴에 달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선물을 되돌려 주면서 "이 선물은 너희들이 직접 만들거나 노력이 들어가지 않은 선물이기에 선생님은 받을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선물들을 조용히 부른 후 되돌려 줬다는 겁니다.

둘째 아이가 되가져온 쇼핑백에는 예쁜 편지지에 선생님이 직접 쓴 편지가 담겨 있더군요.

"부족한 저에게 이렇게 정성어린 선물을 준비해주신 것 너무 감사드린다"면서 "보내신 선물은 그 깊은 마음만 받고 돌려보냅니다, 저의 서투른 표현으로 오해라도 하시지 않을까 걱정입니다"는 글귀와 함께 말이지요.

스승의 날을 맞아서, 선물한 마음이 혹여 상처를 입지는 않을까 염려하는 둘째 아이 담임선생님의 그 마음이 엿보여, 내심 흐뭇합니다.

어쨌든 오늘 둘째 아이가 다시 가져온 선물을 보면서 저는 '아직도 이런 선생님이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뿐입니다. 더불어 오늘내일 다른 많은 선생님들이 제자들에게 받았을 또는 받게 될 선물은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였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포스트(www.dailypost.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스승의날, #담임선생님, #편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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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는 굴러가는게 아니라 뛰어서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화물칸도 없을 수 있습니다. <신문고 뉴스> 편집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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