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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적봉
ⓒ 오마이뉴스 박민삼
예로부터 충남은 충절의 고장이라 하여 많은 역사적 충신과 명사들의 혼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특히 홍성, 예산 일대에 분포되어 있는 역사적 유적지는 이 지방을 찾는 이들에게 관광을 겸한 역사적 문화유산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용봉산을 중심으로 남쪽의 홍성군 일대에는 만해 한용운선사, 백야 김좌진 장군, 최영 장군, 사육신 성삼문 등의 생가와 9백의총, 그리고 백제 부흥의 마지막 보루였던 임존성까지 주변 곳곳에 유적지가 분포되 있다.

또한 용봉산 북쪽 예산군 일대는 항일구국운동의 선봉장이였던 윤봉길 의사의 생가와 여승들의 수도도량으로 널리 알려진 수덕사, 조선개국 승려인 무학대사의 출생지로 알려진 간월암 그리고 덕산온천까지 용봉산을 중심으로 많은 유적지가 널려 있어 알차게 문화답사를 즐길 수 있다.

▲ 거대한 암릉으로 이루어진 악귀봉
ⓒ 오마이뉴스 박민삼
그 역사적 현장의 중심에 서 있는 용봉산. 비록 381m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홍성지방에서 대표적 관광지로 내세울 정도로 아름다운 암릉미와 수려한 산세를 자랑한다. 또 고려시대 고찰인 용봉사 마애석불과 미륵암, 그리고 최영 장군 활터 등을 둘러볼 수 있는 곳으로 3시간 안팎이면 부담없이 오를 수 있어 가족 산행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서울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2시 30분여분 달리다 홍성IC로 빠져나와 홍성읍 시내를 지나 덕산온천방향 609번 지방도를 타서 20여분 가다보면 용봉산 아래 홍북면 용봉초등학교에 도착하게 된다. 산행기점은 보통 이곳에서 시작해 여러 봉우리를 걸쳐 용봉사로 내려와 주차장으로 하산하게 된다.

▲ 미륵암
ⓒ 오마이뉴스 박민삼
가벼운 발걸음으로 올라선 초입길은 한적한 시골길을 걷는 것처럼 포근하고 정겹다. 경사면도 가파르지 않아 20여분 오르자 금세 작은 정자가 세워져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멀리 홍성 읍내와 광활한 평야지대, 낮은 야산으로 둘러쌓인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금 싱겁다 할 정도로 너무 일찍 확트인 전망을 보니 벌써 정상에 다 온 듯한 기분이 든다. 아담한 능선길을 따라 30여분을 걸었을까, 용봉산의 첫봉우리이자 정상인 381봉에 도착한다.

▲ 용봉산 정상 (정상표지석이 훼손되 있다)
ⓒ 오마이뉴스 박민삼
걸어오는 내내 멀리서만 보이던 최영 장군 활터로 내려서는 암봉능선이 눈앞에 가까이 들어온다. 반대편에는 예산평야의 끝없는 지평선이 펼쳐지고. 1시간도 채 안돼 도착한 정상이라 노적봉으로 가는 길목에서 쉬리라 맘먹고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넓다란 공터가 나오더니 시야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암릉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용봉산의 절경이 펼쳐지게 된다.

정상에서 노적봉으로 이어지는 암릉길과 노적봉에서 악귀봉으로 이어지는 아담하면서도 가파른 암릉능선길은 정말 천하절경이다. 설악산과 금강산의 중요한 절경만 옮겨다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 암석들의 기이한 모습과 주변 전경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산세는 산행의 짜릿함과 묘미를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천하절경도 너무 넘치면 반감되나 보다. 그 넘치지 않는 적절한 감동을 용봉산은 지금 나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힘들지 않게 올라온 가벼운 발걸음에 스릴있는 암릉길을 오르락 내리락하는 즐거움에다, 자칫 밋밋한 시야의 지루함도 말끔히 씻어버릴 수 있는 아름다운 모습들을 계속해서 보여주니 정말 모처럼 기분좋은 산행을 하고 있는 것 같다.

▲ 정상아래에서 바라본 노적봉의 아름다운 모습.
ⓒ 오마이뉴스 박민삼
노적봉을 지나 악귀봉에 도착하니 이곳이 진정 용봉산의 정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봉우리 전체가 거대한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고 특이한 바위모양새가 어찌나 신기하던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주위 조망도 사방 모두 시원스레 펼쳐져 있어 좀처럼 자리를 떠날 수 없게 만든다. 그렇게 한참을 있고서야 하산길로 내려선다. 용봉사로 내려서는 길도 그리 가파르지 않아 편안하게 30여분을 내려서면 넓은 공터에 홀로 서 있는 마애석불을 만나게 된다.

▲ 병풍바위
ⓒ 오마이뉴스 박민삼
용봉사 바로 윗능선자락에 위치한 마애석불은 원형 그대로 잘 보존돼 있는 상태로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특이한 것은 주위에 바위암석이 전혀 없는 데도 홀로 바위에 새겨진 마애석불만이 어색하게 흙으로 둘러쌓인 산자락에 있다는 것이다. 어디선가 옮겨왔던지 아니면 원래 이곳이 암석지대인데 오랜 세월 풍파에 씻겨 다 떨어져 나가고 마애석불만 홀로 남게 된 것 같다. 현재 이곳은 보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었다.

마애석불을 뒤로하고 고려시대 천년고찰 용봉사로 내려선다. 현재는 대웅전과 요사체만 남아있는 조그마한 절이지만 고려시대때는 전각이 99채나 되고 불도를 닦는 승려만해도 천여명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절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절에서 쌀씻는 물이 엄청나 이곳 충청 일대의 모든 쥐들이 용봉사로 모여들었다는 전설도 내려온다. 지금은 그 웅장한 절의 규모를 볼 순 없지만 아담한 절경내를 둘러봄으로써 그 찬란했던 고려불교의 전성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 용봉사 마애석불
ⓒ 오마이뉴스 박민삼

▲ 고려 천년고찰 용봉사
ⓒ 오마이뉴스 박민삼
일주문을 지나 잘 정비된 길을 따라 20여분 내려서자 산행도착지점인 주차장에 도착한다. 아쉬워 뒤돌아본 용봉산의 아름다운 모습에서 알찬 산행의 기쁨과 추억이 스며든다. 산행을 마치고 차로 50분 달려 보령시 천북면 장은항의 천북굴단지에서 맛있는 싱싱한 굴구이와 굴밥으로 멋진 산행을 마무리 한다.

▲ 보령시 천북면 장은항 (천북굴단지가 이곳에 있다)
ⓒ 오마이뉴스 박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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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그 길을 찾고...기록으로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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