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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떠나고 싶고, 어디를 가도 좋은 오월이다. 피천득 시인은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고 했다. 오월은 나이마저 잊게 하는 눈부신 계절이다. 연휴를 이용해 고창에 다녀왔다. 학원농장~무장읍성~상하농원~운곡습지~고인돌 군락~고창읍성을 돌아봤다.

고창은 역사와 문화, 자연, 지질, 인문을 아우르는 보물창고다. 최근 동학농민혁명기록물과 세계지질공원이 등재됨으로써 국내 최초 유네스코 7관왕에 올랐다. 특별한 땅, 고창에 특별함을 더하는 건 경관농업이다. 학원농장과 상하농원은 소문난 6차 산업 현장이다. 도시민들은 이곳에서 감동과 위안을 얻고 돌아간다. 

학원농장과 상하농원

경관농업은 농지와 농작물을 활용해 조성한 경관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농업형태다. 농지에 청보리와 유채, 메밀, 해바라기, 라벤더 등 특색 있는 경관작물을 심어 가치를 높인다. 경관농업은 관광, 체험, 지역축제와 만날 때 승수효과는 배가 된다.

농가소득 증대는 당연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부차적 효과를 낳는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도시농업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5조2367억 원으로 추산했다. 또 경관농업은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고마운 산업이다. 나아가 지방소멸 시대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

그 중심에 학원농장과 상하농원이 있다. 13만여 평에 이르는 학원농장은 사계절 꽃이 지지 않는다. 봄에는 유채와 청보리, 여름은 해바라기, 가을은 메밀, 겨울은 눈꽃이 피고진다. 학원농장 청보리밭 축제는 지역을 바꿔놓았다.
 
매년 청보리밭 축제를 통해 250억원 상당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낳는 학원농장 전경
▲ 학원농장1 매년 청보리밭 축제를 통해 250억원 상당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낳는 학원농장 전경
ⓒ 임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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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2004년, 27만 명 방문) 때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당시 설문조사에서 1인당 5만 원을 지출한다고 답했다. 축제 예산 3000만 원을 지원했던 고창군은 135억 원이란 경제효과에 깜짝 놀랐다. 올해 20회째인 청보리밭 축제는 이제 매년 50만여 명이 찾는다.

축제 하나로 매년 250억 원, 전체로는 연간 400억 원 상당 경제효과를 올리는 셈이다. 진영호 대표는 "보리, 유채, 메밀을 수확하지만 연간 매출은 2억 원이 안 된다. 반면 관광객들이 찾는 식당과 카페 매출은 4억 원이다. 농업소득보다 경관 소득이 두 배 높다. 경관농업이 가야할 길이다"고 했다.
 
매년 청보리밭 축제를 통해 250억원 상당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낳는 학원농장 전경
▲ 학원농장2 매년 청보리밭 축제를 통해 250억원 상당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낳는 학원농장 전경
ⓒ 임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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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농장에서 가까운 상하농원 또한 성공한 6차 산업 현장이다. 민간이 운영하는 학원농장과 달리 상하농원은 기업에서 운영한다. 2016년 4월 문을 연 상하농원에서는 다양한 체험과 건강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햄과 빵, 치즈, 발효식품을 만드는 공방(7개)과 동물농장, 젖소목장, 스마트 팜을 갖추고 있다.

연간 30만여 명이 이곳을 찾아 휴식과 정서적 안정을 찾는다. 상하농원 성공은 지방소멸 시대 해법으로까지 연결된다. 상하농원 직원 150명 가운데 61%(92명)는 고창 출신이다. 또 상하농원은 연간 72억 원어치 농산물을 수매함으로써 지역에 기여하고 있다.
 
성공한 6차 산업 현장으로 자리매김한 상하농원.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 상하농원2 성공한 6차 산업 현장으로 자리매김한 상하농원.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 임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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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6차 산업 모델로 자리잡은 상하농원. 이곳에서는 다양한 체험과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 상하농원1 성공한 6차 산업 모델로 자리잡은 상하농원. 이곳에서는 다양한 체험과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 임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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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총괄이사는 "청년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해 상생하고 있다. 향후 2년제 농사학교 설립, 고창군‧지역농가와 협력해 1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개원 3년 만에 대박친 청농원

2021년 문을 연 2만평 규모 청농원은 이 같은 흐름에 올라탔다. 청농원은 봄 라벤더와 가을 핑크뮬리로 관광객을 모은다. 개원 3년 만에 대박을 쳤다. 학원농장과 상하농원, 청농원을 주변 관광지와 묶어 연계 상품을 개발하기에도 적합하다. 구시포 해수욕장, 운곡 람사르 습지, 선운산, 고인돌 군락지, 고창읍성, 무장읍성을 연결하면 매력적이다.
 
동학농민혁명군이 기포한 무장읍성 전경. 최근 유네스코 세계기록물로 동학농민군 기록물이 등재됐다.
▲ 무장읍성 동학농민혁명군이 기포한 무장읍성 전경. 최근 유네스코 세계기록물로 동학농민군 기록물이 등재됐다.
ⓒ 임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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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고창을 다녀간 관광객은 760만 명이다. 코로나 시기에다 인구 5만5000여 명에 불과한 소도시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덕분이기도 하지만 경관농업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세계 고인돌 유적의 70%가군락을 이룬 고창 고인돌 유적. 460여기가 분포돼 있다.
▲ 고인돌 유적 전경 세계 고인돌 유적의 70%가군락을 이룬 고창 고인돌 유적. 460여기가 분포돼 있다.
ⓒ 임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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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농업 출발지는 일본이다. 홋카이도는 경관을 팔아 돈을 번다. 홋카이도 비에이(美瑛)와 후라노(富良野)가 경관농업을 통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엄청나다. 개인이 운영하는 '팜 토미타(富田)' 한 곳에만 연간 100만 명이 다녀간다. 연간 수입은 80억~100억 원에 달한다.

비에이와 후라노 전체를 고려하면 웬만한 대기업 순이익을 넘어선다. 홋카이도를 찾는 관광객 대부분은 이곳을 찾기 위해 온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 삿포로 역에서 출발(오전 8시)하는 당일치기 패키지 상품이 있을 정도다. 수년 전 이 지역을 돌아보곤 광활한 벌판을 수놓은 꽃구름이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돈이 된다는 사실에 놀랐다.

정부는 2023~2031년까지 매년 1조 원씩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효는 의문시된다. 수도권 집중을 용인하는 이중적인 정책 탓이다. 3기 신도시 건설, 반도체산업 육성을 이유로 수도권에 신규 국가산업단지를 지정하고 수도권 대학 정원을 늘리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 자구노력이 더 중요하다.

홋카이도가 비에이와 후라노를 묶어 관광객을 유인하듯 고창 또한 학원농장과 상하농원을 연계한 관광 상품 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다. 심덕섭 고창군수는 "고창에서 가장 유효한 산업은 관광과 문화체험이다. 산업단지를 조성한 기업유치는 한계가 있다. 청년들이 상하농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좋은 근로환경과 보수에 있다"면서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대안으로 경관농업을 강조했다.

고창군은 경관농업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올해 53개 경관지구(1673㏊ 여의도 5.7배)를 지정해 지원했다. 경관농업 예산도 20억 원으로 늘렸다. 올 봄 고창 심원과 상하, 해리 등 해안지역이 노란 유채 물결로 일렁였던 배경이다. 관광객들은 노란 유채 꽃밭 속에서 쪽빛 서해바다를 바라보며 힐링과 치유를 경험하고 돌아갔다.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는 "농업은 가장 유망하고 잠재력이 뛰어난 산업"이라고 했다. 로저스가 아니라도 농업은 인류가 생존하는 한 유망한 산업이다. 정서적 치유와 심리적 안정감을 선물하는 경관농업은 돈도 벌어준다. 농업이 돈이 되는 시대다.

덧붙이는 글 | - 2021년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내용을 취재를 통해 보강한 글입니다.
- 임병식 기자는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전 국회 부대변인)입니다.
- 이 글의 일부는 한스경제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경관농업, #6차 산업, #유네스코 7관왕, #상하농원, #청보리 밭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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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 여행, 한일 근대사, 중남미, 중동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중남미를 여러차례 다녀왔고 관련 서적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중심의 편향된 중동 문제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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