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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소 브루셀라병이 우리 농장에도 찾아왔습니다. 벌써 5마리가 감염되었고, 마을 인근 농장에도 브루셀라병이 계속 감염되고 있어요. 현재 25마리가 감염돼 살처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방 백신이 시급한데도 제도적으로 접종할 길이 막막해 바라만 보고 있으려니 괴롭고 답답합니다."

25일 일요일 아침, 경남 밀양에서 한우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장아무개씨는 "브루셀라병으로 살처분을 기다리는 소들을 바라보면 잠이 오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경남 밀양 한우 농가 25마리 브루셀라 감염, 살처분·도축 대상 더 늘 수도 
 
25일 경남 밀양 한우 농장에 브루셀라병에 감염된 한우들이 분류돼 있다.
 25일 경남 밀양 한우 농장에 브루셀라병에 감염된 한우들이 분류돼 있다.
ⓒ 밀양 한우농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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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브루셀라병에 감염된 소가 자신의 농장 외에도 밀양시 인근 4개 축산 농가에서 25마리가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그는 제보를 통해 밝혔다.

장씨는 "2개월 전까지만 해도 검역본부의 검사 결과, 전혀 이상이 없었는데 갑자기 발생한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다"며 "현재로썬 '에어로졸'에 의한 감염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 브루셀라병이 이렇게 전염성이 강한 줄 몰랐다"며 "현재 상황으로 보아선 더 늘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소 브로셀라병은 장씨 한우 농가와 1-2km 반경에 있는 다른 4개 농가에서도 동시에 발생했다. 현재까지 장씨의 한우 5두를 포함해 모두 25두로 이들 한우는 살처분 대상이며, 나머지 사육하고 있는 100두 가량의 한우들도 도축 대상이라고 그는 밝혔다.

살처분 대상의 한우들은 검역관리당국에 의해 땅에 묻히게 되며, 도축 대상은 숙성 상태나 연령과 상관없이 강제로 도축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 때문에 한우 농장이 거의 전멸하게 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이에 장씨는 "예방 접종을 못한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며 "엊그제 낳은 아기 송아지들을 두고 도축장으로 끌려가게 될 어미 소를 바라보면 울음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특히 "당국이 적극적인 대안을 내놓을 때"라고 촉구하는 장씨는 지난해 1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소 브루셀라 발병 위험 지역에 백신접종 허가를 청원합니다'란 글을 올린 그 주인공이란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끈다. 

장씨는 그동안 다른 언론들이 소 브루셀라병 확산과 백신 접종에 대해 별 관심이 없자 <전북의소리>에 여러 차례 인터뷰와 제보 등을 통해 소 브루셀라병 감염 원인과 실태 등을 밝혀왔다.

[관련 기사] 
브루셀라병 감염 소 살처분만이 능사인가? 
"대통령님, 제발 소 브루셀라 백신접종 허가를 청원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홈페이지 캡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홈페이지 캡쳐)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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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인 농장에도 찾아든 브루셀라병 

그는 지난해(2020년) 12월 17일부터 올 1월 16일까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축산 농가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브루셀라 백신 접종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청원 게시판에 이렇게 하소연하며 청원했다. 

"대통령님 그리고 농림축산식품부 담당자님께. 제가 이렇게 청원을 드리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우리 지역에서 2종 법정가축전염병 소 브루셀라병이 확산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결핵 및 브루셀라 방역실시요령 제14조(브루셀라병 예방접종 등)'를 근거로 소 브루살라 병 백신 수입 허가 및 예방 접종 조치를 요청드립니다. 또한, 위험상황에 준하는 방역 조치를 요청 드립니다."


 
어린 송아지를 낳은지 얼마 되지 않은 한우.
 어린 송아지를 낳은지 얼마 되지 않은 한우.
ⓒ 밀양 한우 농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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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올린 장씨는 한우 농장을 운영하는 한 농민으로서, 전국의 많은 축산 농가들이 고충을 겪고 있는 브루셀라 감염의 예방을 하지 못하는 실상과 애로사항을 공유하며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한우 농장에서 똑같은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는 결핵 및 브루셀라 방역실시요령 제14조(브루셀라병 예방접종 등)에 의해 소 브루셀라병 백신을 접종할 수는 있으나, 1998년 이후로 전무한 실정"이라며 "백신접종의 권한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있기에 농가 차원에서의 백신 접종 요청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그는 "'결핵 및 브루셀라 방역실시요령 제14조를 근거로 소 브루셀라 병 백신 수입 허가 및 예방접종 조치를 요청드린다"며 위험상황에 준하는 방역 조치를 촉구하는 글을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으나 불과 3개월만에 자신의 농장에 브루셀라병이 찾아온 것이다.

당장 살처분과 도축을 실시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장 씨는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며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브루셀라병이 감염된 인근 농장들(위성사진).
 브루셀라병이 감염된 인근 농장들(위성사진).
ⓒ 밀양 한우 농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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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살처분 및 권고 도축 후 몇 달 동안 소를 사육 할 수 없게 돼 당장 생계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소는 생애 주기도 길며 인공수정 및 임신부터 송아지 분만 후 출하까지 최소 40개월에서 길게는 50개월이나 걸려 어려움이 더 크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올들어 브루셀라는 경남지역 뿐만 아니라 전북 장수군과 전남 신안군 등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청정 한우로 유명한 전북 장수지역에는 한우 농가에 브루셀라병에 감염됨에 따라 최근 2-3년 사이에 5개 농가에서 키우던 100여마리 이상의 한우가 의심증상으로 살처분됐다. 지금도 많은 축산농가들이 브루셀라 의심증세를 호소하며 불안에 떨고 있다.
 
브루셀라에 감염되지 않았지만 도축 대상인 한우들.
 브루셀라에 감염되지 않았지만 도축 대상인 한우들.
ⓒ 밀양 한우 농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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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소 브루셀라병 발병으로 전국 축산 농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장수군 관내에서도 올들어 연초부터 다시 브루셀라병이 발병해 지역의 한우 농가들이 비상에 걸렸다.

장수군 관계자와 축산 농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브루셀라병이 발병한 장수군 관내 근접 지역에서 최근 소 브루셀라병에 감염된 농가에 올 1월 또 발생해 3두를 긴급 살처분하고 인근 한우 농가들의 검사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 브루셀라병 올해 장수군에서도 발생, 설처분하면 그만?

장수군에서는 최근 3년 사이에 소 브루셀라병이 계속 발생해 60여 마리의 한우를 살처분하는 등 소 가축 농장을 폐쇄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음에도 브루셀라병 예방 접종에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비난을 받아 왔다.

그런데 경남지역에서도 이러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경남MBC는 지닌해 12월 22일 관련 기사에서 "경남에서 제2종 가축 전염병인 소 브루셀라병이 발병해 주의가 필요하다"며 "경남도에 따르면 밀양과 의령, 고성 일곱 농가에서 90여 마리의 소가 브루셀라에 감염돼 일부 살처분됐다"고 보도했었다.

그러데 이러한 내용들이 다른  지역언론들에는 거의 보도되지 않아 축산 농가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전북지역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브루셀라 발병이 확산되는 상황임에도 지역언론들의 보도를 거의 접할 수 없다. 

지자체와 당국이 이 문제를 소극적으로 취급하는 데 일차적인 원인이 있지만 그동안 <전북의소리>가 앞서 여러 차례 보도했듯이 1998년 브루셀라병 백신 사고 이후 살처분을 유일한 대처 방법으로 여기며 지금까지 안일하게 방치해 온 때문이다.
소 브루셀라병은 농장 내에 한번 감염되면 양성우를 색출함에도 불구하고 농장 전체를 감염시키고 양성우 살처분 및 전 두수 권고 도축의 절차를 밟게 되어 결국 폐사(폐농)에 이르게 되는 절차를 밝고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제보자인 장씨는 "살처분 된 소의 한하여 시세의 80% 보상을 해주긴 하나 현실적 보상이 아니다"며 "권고 도축 시 정상적인 출하가 아니어 제값을 받지 못하며 농가가 떠안는 손해는 막심하다"고 말했다.

브루셀라병에 감염된 소는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도살되어 땅에 매립하는 치명적인 감염병이다. 관련 조사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우리나라 농장에서 발생한 소 브루셀라병 감염 건수는 1887건으로, 양성농장 내 거세우가 소 브루셀라에 감염된 사례는 162마리까지 발생할 정도로 선진국에서 대부분 사라진 브루셀라병이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감염이 매년 발생하고 있다.

한우 축산 농가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105개 농가의 소 648마리가 브루셀라병에 감염돼 살처분됐다. 이 중 전북지역에서는 9개 농가에서 80마리의 소가 브루셀라병에 감염돼 역시 살처분됐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소 브루셀라병 확산 정보...왜?
 
브루셀라병 감염으로 폐사 직전의 농장
 브루셀라병 감염으로 폐사 직전의 농장
ⓒ 밀양 한우 농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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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러한 심각한 브루셀라병 감염 확산에 따른 피해 상황이 언론에 잘 보도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뭘까?

장씨는 "자신의 농가와 주변 농가에서 브루셀라병이 발생한 내용을 많은 언론에 제보했지만 보도가 되지 않는다"며 "소 브루셀라병 감염 확산을 조금이라도 막고 예방 백신 접종 허용을 위한 언론과 관계 당국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성병과 유사한 소 브루셀라병은 감염되면 암컷은 유산이나 조산(早産)하는 증세가 나타나고 수컷은 고환염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내엔 1950년대에 들어왔다.  브루셀라에 감염된 소는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도살되어 땅에 매립하는 치명적인 감염병이다.

일반적으로 브루셀라병은 브루셀라균에 의한 인수공통감염병(人獸共通感染病)을 뜻한다. 브루셀라균을 처음 분리한 영국 군의관 데이비드 브루스의 이름을 따 명명된 것으로 소, 돼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감염병이다.

그러나 브루셀라는 사람에게도 전파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브루셀라에 감염된 쇠고기나 유제품을 제대로 익히지 않고 먹거나 상처 난 손으로 감염된 소를 만지면 감염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루셀라병 감염으로 폐사 직전의 농장

감염된 사람은 두통, 근육통이 생기며 척추염, 골수염이 유발될 수도 있다.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브루셀라균은 북한군의 생·화학전 예상 공격수단 중 하나다.

이에 대해 백병걸 전 전북대 수의학과 교수(초대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장)은 "브루셀라는 선진국에선 거의 사라진 전염병"이라며 "그런데 유독 유리나라에서는 지금도 브루셀라가 발생하고 있으며 법정감염병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정부가 잘못된 방역정책으로 국민을 브루셀라 질병에 노출시키고 있다"며 "이미 선진국에서는 사라진 브루셀라병이 왜 한국에서 60년이 넘도록 근절되지 않고 있는지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흔들림 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전북의소리>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소 브루셀라, #축산농가, #경남 밀양, #전북 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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