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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자료사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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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말씀을 드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홍일표 행정관 관련 오늘(9일자) 아침 <조선일보> 보도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사 쓸 게 없구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9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자마자 이렇게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이날 <조선일보>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성 출장 의혹'을 "실패한 로비"라며 청와대가 김 원장을 감싸고 있다고 비판하고, 미 존스홉킨스대 산하 한미연구소(USKI) 예산 지원 중단 사건과 관련된 홍일표 청와대 정책실 선임행정관의 부인이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한미연구소 방문연구원으로 연수했다고 보도한 것을 염두에 둔 심경토로였다.

김 대변인은 이례적으로 "<조선일보>에 유감을 표현한 것은 '관계자' 말고 '대변인' 이름으로 써 달라"라고 요청했다.  

"백브리핑의 거친 표현을 물고늘어지는 것, 상도의에 어긋나"

김 대변인은 "첫째, 제가 (지난 7일) 한 이야기를 가지고 1면 톱을 썼다"라며 "제가 어제 이 자리에서 '실패한 로비'라는 표현이 잘못됐다고 설명드렸는데 (<조선일보>가) 말꼬리를 물고 늘어졌다"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그런데 최소한 백브리핑에서 자유롭게 (얘기하는 과정에서) 거친 표현을, 정제되지 않는 표현을 쓴 걸 물고늘어지면서 기사를 쓰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7일 김 대변인은 지난 2015년 5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미국 워싱턴 출장에 이어 유럽에까지 출장간 것과 관련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미국에뿐만 아니라 유럽에도 지부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해서 '김 의원이 판단해 달라'고 (요청)해서 국제기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한 현장 답사에 (김 원장을) 집어넣은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김 원장에 따르면 유럽에 가봤는데 유럽쪽 지부가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 김 원장은 그 다음에 유럽지부 설립을 비토놓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예산을 삭감하면서 유럽 지부 설립이 좌절됐다"라며 "어떻게 보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으로서는 실패한 로비였다"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실패한 로비"라는 규정이 논란이 되자 김 대변인은 다음날(8일) "제가 잘못 말했다"라며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설사 로비차원에서 했더라도 그것은 실패한 것 아니냐는 차원에서 말한 것인데 적절한 표현이 아니었던 것 같다"라고 사과했다.

"홍일표 행정관이 대통령 복심이었다면 정말 큰일 났겠다 싶어"

또한 김 대변인은 "둘째, <조선>의 홍일표 행정관 관련기사는 토요일치에 썼던 걸 그대로 우라까이(베껴쓰기)해서 썼다"라며 "만일 홍일표 행정관이 대통령 복심이었다면 정말 큰일 났겠다 싶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사 구성이나 내용을 보면 행정관에 불과한 홍일표씨가 조윤제 주미대사를 움직이고, 장하성 정책실장을 움직인 꼴이 되고 만다"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부인과 관련된 내용은 이미 지난해 1월에 있었던 일이다"라며 "정권이 출범하기 전이고 (대통령) 선거가 있기도 전인 1월에 행시출신 부인이 (감사원) 국장으로 승진하면서 정당하게 국가비용으로 연수를 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그런데 토요일치 얘기(기사내용)를 보면 마치 부인이 한미연구소 연수를 구재회 소장에게 부탁한 것처럼 보도됐다"라며 "홍일표 행정관의 말에 따르면 부인이 연수중에 구재회 소장이 주최하는 어떤 파티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영상통화로 (홍 행정관이) 구재회 소장과 한번 통화했다는 기억이 난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하나 덧붙이자면 취재할 때 가장 기본적인 게 기초적인 취재 아니겠나?"라며 "예를 들면 <한국일보>는 한미연구소 페이스북과 홈페이지에 들어가 그동안 연구소가 뭘 했는지를 확인해서 기사를 썼다, 이렇게 가장 근접하기 쉬운 내용은 보도하지 않고, 그런 기초적인 것은 빠트리면서 취재하고 기사쓰는 방식도 유감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적도 없고, 재정도 불투명, 책임자는 12년째 장기집권"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한미연구소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청와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청와대가 예산 지원 중단을 통해 보수성향인 구재회 소장을 교체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일축한 것이다. 이러한 의혹의 중심 인물로 홍일표 행정관이 지목됐다. 홍 행정관은 김기식 원장이 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보좌관을 지냈다.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7일 "무슨 진보나 보수의 문제가 아니고 예산 20억 원을 줬는데 실적도 없어서 소장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라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보수적 색채가 강한 소장을 교체하기 위해서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무리한 것처럼 보도했던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한미연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관인데 그렇게 돈을 쓰는데도 실적도 없고, 재정도 불투명하고, 책임자(구재회 소장)가 12년째 장기집권해온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국회가 지난해 여야 합의로 한미연구소에 '2018년 3월까지 불투명한 운영사항을 개선하고 보고하라'는 부대의견을 달아 20억 원의 예산지원 안건을 통과시켰다"라며 "이에 따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을 관리·감독하는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회가 현장점검과 개혁방안을 검토한 뒤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은 구 소장의 교체를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 해결의 가장 큰 주체는 국회 정무위원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인데 이들은 안보이고 홍일표 행정관이 모든 기획자인 것처럼 등장시켰고, 청와대가 이 모든 사안을 주도한 것처럼 프레임을 짰다"라며 "그런 점에서 이 기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태그:#김의겸, #한미연구소, #홍일표, #김기식, #구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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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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