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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는 부당한 업무에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려는 문명고를 규탄한다.

고등학교 중 유일하게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한 문명고는 정교사들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관련 업무를 모두 거부하자, 새로 기간제 교사를 채용해 그 일을 맡기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왜곡과 오류로 점철된 국정교과서에 대한 반대 여론이 하늘을 찌른다. 국정교과서로 수업을 받아야 하는 당사자인 학생들과 수업을 해야 하는 교사들, 심지어 왜곡된 역사를 자식에게 배우게 할 수 없다며 학부모까지 반대하고 있다.

문명고에는 항의가 빗발쳐 입학식도 파행을 겪었다. 문명고 교장은 국정교과서를 학생들이 훼손하거나 학부모가 교육부로 반송할까 봐 배부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교과서는 훼손될까 봐 걱정하면서 그 교과서로 수업을 해야 하는 기간제 교사가 곤란할 처지에 놓이리라는 사실은 왜 외면하는가.

기간제 교사에게 국정교과서 관련 수업과 업무를 맡기는 것은 기간제 교사의 교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또 기간제 교사를 부도덕하고 정의롭지 못한 사람으로 만들어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이다. 더불어 고용이 불안정한 기간제 교사의 처지를 이용해 부당한 일을 맡기는 치졸한 행위이다.

첫째, 가뜩이나 기간제 교사들은 정교사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무시, 폭행, 인격 모독, 수업 방해 등 부당한 일을 종종 겪는다. 그런데 국정교과서로 수업을 할 교사가 기간제 교사임을 모두가 아는 상황이다. 그 교사는 즉시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둘째, 게다가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는 것에 모두가 반대하고 있으므로, 그 기간제 교사는 비겁한 교사, 정의롭지 못한 교사, 양심과 용기가 없는 교사로 낙인 찍혀, 동료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배척당할 것이다. 심지어는 '그러니 기간제 교사밖에 못하지'라는 모욕도 받을 것이다.

셋째,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입학식 파행에서 보듯이, 학생들은 어떤 식으로든 반대 의사를 표현할 것이다. 학생들은 신뢰하지 않는 교사와는 소통하지 않으려 한다. 아무리 실력과 능력이 좋고 도량이 넓다고 해도 자신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 학생들 앞에 떳떳하게 설 수 있는 교사는 없다. 수업 시간은 모멸감과 자괴감으로 교사의 영혼을 갉아먹는 시간이 될 것이다.

넷째, 문명고 교사의 70% 이상이 국정교과서로 하는 수업을 반대한다. 그 수업에 투입될 기간제 교사는 동료 교사들과 우호적인 소통의 관계를 맺을 수 없을 것이다. 고용이 불안정한 기간제 교사의 어쩔 수 없는 처지를 정교사들이 이해는 해 주겠지만, 수업 연구나 대화를 허심탄회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기간제 교사는 '왕따'로 살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기간제 교사와 정교사를 이간질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처럼 기간제 교사에게 국정교과서로 수업을 하라는 것은 '섶을 지고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라'는 말과 같다. 기간제 교사들은 기피 업무나 과도한 수업 배정 등 부당한 일을 겪어도 항의하기 힘든 처지이다. 하지만 기간제 교사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있다. 누가 보아도 옳지 못한 일, 교사로서 신념과 가치관을 저버리는 일, 기간제 교사와 정교사의 관계를 이간질하는 일, 학생들의 불신을 강화하는 일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기간제 교사도 신념을 가진 인간이다.
기간제 교사들은 역사를 왜곡하는 국정교과서를 거부한다.
기간제 교사들은 문명고의 국정교과서 역사 수업과 연구학교 업무를 거부한다.
기간제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라는 요구를 강력히 거부한다.
기간제 교사들은 우리의 열악한 처지를 이용해 부당한 업무를 맡기고 왜곡된 수업 내용을 가르치게 하는 '위교'를 거부한다.
문명고는 당장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하고 기간제 교사 채용 공고를 철회하라.

덧붙이는 글 | 문명고는 기간제교사를 국정교과서 재물로 삼지 마라



태그:#국정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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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차 기간제교사이며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대표임. 기간제 교사와 관련한 기사를 쓰고 있음. 세월호 참사 기간제 교사의 순직인정요구, 기간제 교사 차별 문제 등을 고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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