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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가 선정하는 '한국산업 서비스품질지수'. 매년 '콜센터부문' 조사결과를 발표한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가 선정하는 '한국산업 서비스품질지수'. 매년 '콜센터부문' 조사결과를 발표한다.
ⓒ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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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야근, 이튿날엔 야근을 이틀 연속 한다. 그렇게 근무를 들어가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고객 응대다.

정중한 인사와 친절한 웃음(그것이 설령 작위적인 것일지라도)에 더하여 부득이한 경우라도 고객과 절대로 마찰이 있어선 안 된다는 것 등이 기본 업무매뉴얼이다.

하지만 사람은 항상 긍정 마인드와 전지전능의 신이 아니다. 또한 고객 중에는 소위 '진상'도 더러 있어서 보통 골치 아픈 게 아니다. '손님'은 다른 곳에서 찾아온 사람인 '손'의 높임말이다.

고객(顧客)은 상점 따위에 물건을 사러 오는 손님 외에도 단골로 오는 손님을 뜻한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손님'보다는 '고객님'으로 부르고 불리는 게 대세다. 그런데 이 고객 중에는 고객(苦客), 즉 귀찮은 손님도 종종 보이기에 여간 피곤한 게 아니다.

한 번은 툭하면 찾아와서 여직원들을 볼모삼아 농담 따먹기가 습관인 못된 고객, 아니 '진상'이 하나 있었다. 똥은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고 했듯이, 그 자가 출현했다 하면 여직원들은 그야말로 무당 손에 잡힌 사시나무 떨 듯 했다. 툭하면 반말이요 또한 이에 항의코자 하는 직원에겐 "본사 콜센터로 전화하여 불친절사원으로 신고하겠다!"는 등의 협박 아닌 협박까지 일삼은 진상이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진상'이 또 찾아와서 여직원을 희롱하는 일이 벌어졌다. 나의 직장상사가 나서서 제어를 하려 했으나 막무가내였다. 되레 욕지거리까지 마구 퍼부으며 안하무인도 그런 '상놈'이 따로 없었다. 한참을 꾹꾹 참다가 급기야 나도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너는 아비 어미도 없냐? 네 아버지뻘 되는 분에게 어찌 감히 말끝마다 '10 더하기 8'이냐? 너 오늘 잘 만났다!"

나의 이유 있는 태클에 그는 결국 두 손을 들고야 말았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너, 다음부턴 제발 여기 오지 마라! 그땐 나도 널 보면 흥분해서 정신줄 놓을지도 모른다."

그로부터 그는 발걸음을 뚝 끊었다. 직원들 칭찬이 소나기처럼 답지했음은 물론이다.

얼마 전부터 원청 회사(原請, 우리 회사에 경비용역 하청을 주는 기업)가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평가한 2015년도 대한민국 콜센터 서비스품질지수(KSQI)에서 우수콜센터로 선정됐다며 이를 기념하고자 축하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이를 보는 거개의 직원들 시선은 싸늘한 게 사실이다. 전투에서 장수는 빛날지 몰라도 장병들은 이름조차 잊혀져간다는 건 상식이다. 고로 우수콜센터 수상 이면엔 '그 얼마나 많은 감정노동자들의 눈물과 땀이 담보되었을까?'라는 생각이 이심전심의 아픔으로 포개졌음은 물론이다.

즉 그러한 기쁨(회사 경영진) 뒤엔 '쌀 속에 정작 가을이 없는 그저 쭉정이'일 따름이라는 냉소가 만연했다는 생각이다. 밤 열 시가 넘어서야 겨우 퇴근하는 여직원들을 보자면 딸이 생각나서 마음이 시리곤 한다.

감정노동자들은 따지고 보면 고객(孤客), 즉 '외로운 나그네'이다. 진상고객은 상품을 구입한 뒤 특별한 이유 없이 환불을 요구 또는 반복하거나 말도 안 되는 서비스를 강요하는 등 상식 수준을 벗어나는 행위를 하는 고객을 의미한다.

이들은 회사 입장에서도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고객은 손님 내지 고객님으로 불리길 원한다. 그러나 아비가 자식에게 대접을 받으려면 그에 상응한 처신을 해야 하듯 고객도 마찬가지다.

"어휴~ 저 진상 또 왔네!" 소리를 안 들으려면 제발 '쫌'(!) 진상이 아니라 진정 손님이 되어보자.


태그:#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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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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