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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의 인디라 간디 공항
 델리의 인디라 간디 공항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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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나시에서 델리까지 가는 비행기는 인도의 저비용항공사인 인디고(IndiGo) 에어버스(Airbus) 320이다. 항공사 이름에 걸맞게 비행기의 상징색이 인디고 블루다. 10시 50분에 바라나시를 출발해 1시간 35분 정도 비행한 후, 12시 25분에 델리에 도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1시간 이상 늦은 1시 30분 경 델리에 도착한다. 짐을 찾아 나오니 오후 2시다. 오후에 델리 시내를 관광하기로 되어있는데 시간에 쫓길 것 같다.

그런데 델리 시내로 들어가는 길도 막힌다. 그것은 1월 26일 공화국의 날(Republic Day)을 대비해 곳곳을 통제하기 때문이란다. 우리의 다음 행선지 라지파트와 인디아 게이트로 가는 길은 어떨지 걱정된다. 급한 사정도 모르고, 차들은 '거리를 유지하고, 시속 40㎞를 넘지 말고, 경적을 울리라'는 표식을 다 달고 다닌다. 우리는 또 뉴델리 쪽 한국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어야 하니 정말 마음이 초조하다.

인디아 게이트
 인디아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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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라지파트(Rajpath)에 도착했으나 공화국의 날 연습 때문에 주차할 수가 없다고 한다. 군인들이 행사에 대비 사전 연습도 하고,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디아 게이트를 한 바퀴 도는 것으로 만족한다. 인도에서 처음 하게 되는 차창관광이다. 인디아 게이트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죽은 전몰자들을 기리는 전쟁기념물(War Memorial)이다.

1921년 게이트 건설이 시작되어 1931년 완성되었다. 인디아 게이트는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처럼 승리의 아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것은 또한 파리 개선문과 비교되기도 한다. 인디아 게이트는 높이가 42m고, 상단부에 INDIA라는 글자를 새겨 넣었다. 인디아 게이트를 6각형의 도로가 감싸고 있고, 안쪽으로는 보행자 도로가 나 있다. 1월 26일 공화국의 날이면 라지파트 거리를 따라 인디아 게이트까지 퍼레이드가 이어지기도 한다.
  
인디아 게이트 동쪽으로는 정자 형태의 건조물이 있다. 정자 안에 영국왕 조지 5세의 대리석 조각상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없어졌다. 우리가 인디아 게이트를 제대로 못 본 것 같아 아쉬워하자 버스가 한 바퀴 더 돈다. 그리고는 링 로드를 따라 올드 델리로 간다. 그곳에 있는 간디 관련 시설을 보기 위해서다. 간디의 화장터 라지가트(Raj Ghat), 그의 유품이 있는 간디 박물관, 사진이 전시되어 있는 간디 다르샨(Darshan)이 그것이다. 

마하트마 간디는 인도를 위해 어떤 일을 했을까?

마하트마 간디
 마하트마 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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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는 1948년 1월 30일 힌두교 근본주의자 고드세(Nathuram Godse)의 총격을 받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이미 자신의 암살을 예감하고 있었고,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려 했다. 그는 종교의 차이로 인해 인도가 두 나라로 갈라지는 것을 원치 않았고, 통일된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 마지막 삶을 불태웠기 때문이다. 세상을 떠나며 간디는 '헤 람(ह रम: 오 하느님)'이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가 죽자 인도 수상이자 간디의 오랜 동료였던 네루(Jawaharlal Nehru)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다음과 같은 애도문을 발표했다.

1942년의 간디와 네루
 1942년의 간디와 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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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동지 여러분, 우리 인생의 빛이 꺼졌습니다. 온 세상에 어둠만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할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우리가 아버지(Bapu)라 부르며 따랐던 국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이게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과거에 보아왔던 것처럼 더 이상 그를 보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충고나 위안을 얻기 위해 그에게 달려갈 수도 없습니다. 이것은 저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정말 커다란 불행입니다."

간디가 이처럼 유명해진 것은 1930년 3월 소금세(Salt tax)에 반대하는 행진(Satyagraha)을 주도하면서부터다. 이것은 영국 정부에 대한 비폭력 저항운동이자 시민 불복종운동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여성, 어린이, 불가촉천민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였다. 이와 같은 활동을 통해 간디는 민중의 영웅이자 정치적인 지도자로 성장하게 되었다.

1931년 3월에는 정부대표인 어윈 경(Lord Edward Irwin)과 간디 사이에 협약이 맺어졌다. 그 결과 저항 불복종 운동에 참여하다 투옥된 모든 정치범이 석방되었고, 간디는 인도 국회의 대표로 영국 런던을 방문, 원탁회의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때 간디는 다음과 같은 요지의 명연설을 남겼다.

"죽음 가운데 생명이 존재하는 것처럼, 거짓 속에서도 진실은 존재한다. 암흑 속에서도 빛은 결코 꺼지지 않는다."

윈스턴 처칠
 윈스턴 처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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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영국 보수당의 대표적인 정치가였던 윈스턴 처칠은 간디를 다음과 같이 격렬하게 비판하고 조롱했다. 이처럼 간디가 원하는 진실과 빛은 쉽게 얻어질 수 없었다. 그것은 그에게 정치성과 당파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인도의 산업화에도 반대했다. 그는 종교적인 차별에도 반대했다. 그 때문에 그는 네루와도 같은 길을 갈 수 없었다. 

"선동적인 시골뜨기 변호사에 불과한 간디씨를 만나는 것은 놀랍고도 구역질나는 일이다. 동방에서 잘 알려진 힌두교 수도자 같은 타입을 하고, 반쯤은 벌거벗은 채로 총독궁을 활보하다니... 왕과 황제를 대표한다는 이름으로 협상하기 위해."

간디가 생의 마지막을 보낸 집은 이슬람교도가 살다 떠난 빌라 하우스(Birla House)였다. 1948년 1월 30일 오후 5시 17분 기도 모임을 주재하러 정원으로 나가다 죽음을 당했다. 간디가 이 집에 들어온 지 144일 만이다. 그의 죽음으로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투쟁은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인도라는 한 나라에서 힌두교와 이슬람교가 화합하며 공존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런 측면에서 그의 죽음은 고귀한 희생으로 받아들여진다. 빌라하우스는 2005년 박물관으로 개조되었고, 간디와 관련된 멀티미디어 자료들이 전시되고 있다.

라지가트 자세히 보기

라지가트
 라지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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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간디가 화장되어 묻힌 라지가트로 간다. 라지가트는 사티야그라하(Satyagraha) 거리 건너 북쪽에 위치한다. 약간 경사진 언덕을 오르면, 문 형식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나오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 라지가트가 나온다. 라지가트는 간디의 무덤이다. 일반적으로 인도 사람들은 화장한 뼈를 강물에 띄워 보내지만, 간디는 인물이 가지는 역사성 때문에 이처럼 기념물을 만들어 기려지고 있다.

라지가트 입구에서 우리는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간다. 사각형의 벽 안에 정원이 조성되어 있고, 한 가운데 간디의 묘지가 있다. 묘지라고 하지만 우리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오석으로 네모난 상석을 만들고 그 뒤에 꺼지지 않는 불을 켜 놓았다. 상석 앞에는 향로석을 만들어 놓았다. 이들 돌 위에는 메리골드 꽃이 바쳐져 있다. 사람들은 이 묘지 주위를 돌면서 간디에게 존경을 표한다.

라지가트 가는 길
 라지가트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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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석 전면에는 그가 죽으며 마지막으로 한 말 '헤 람'이 적혀 있다. 그는 마지막까지도 하느님께 인도의 미래를 부탁했다. 그러나 인도는 그의 의지와는 반대로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갈라졌고, 파키스탄에서 또 다시 방글라데시가 갈라져 나갔다. 그가 그토록 원했던 통일조국은 당분간은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었다. 통일조국을 이루기 위해 온몸을 불태우다 반대파의 총탄에 맞아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것이 우리 김구 선생과 비슷해 보인다.   

공항으로 이동하기

시리 포트
 시리 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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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지파트를 보고 공항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가이드는 우릴 기념품점으로 안내한다. 중간에 스포츠 콤플렉스를 만난다. 아시안 게임이 진행되었던 경기장과 숙소가 보인다. 그리고 이 지역에는 시리 포트(Siri Fort)라고 해서 옛 성터 흔적도 보인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뉴델리 남쪽에 있는 차 전문 판매점이다. 그곳에는 다르질링 차 등 인도 차들이 즐비하다. 일부 회원이 차를 구매한다.

그리고는 공항으로 향한다.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이 뉴델리 남서쪽에 있어 거리상 먼 편은 아니지만 퇴근시간이라 그런지 길이 많이 막힌다. 우리가 탈 비행기는 아시아나 항공으로 8시 20분에 출발할 예정이다. 겨우 1시간 전에 도착해 마음이 급하다. 다행히 현지 여행사 직원이 우리를 안내한다. 서둘러 수속을 마치고 안으로 들어가니 8시다. 서점에 들러 필요한 책을 사야 하는데 마음이 초조하다.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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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30분 정도 비행기 출발시간이 늦어진다. 나는 서점에 들러 몇 가지 책을 살펴본다. 문화유산, 문화와 예술을 소개하는 책자들이 눈에 띈다. 시대적으로는 인더스 문명과 무굴제국을 소개하는 책자들이 많다. 그러나 이들 책이 너무 두껍고 비싸다. 그중에는 카마수트라를 소개하는 책도 있다. 카마수트라는 카주라호에서 소책자를 산 게 있어서 그걸 보기로 한다. 비행기 시간에 맞춰 우리는 게이트로 간다. 비행기를 타면 6시간 정도 후 인천공항에 도착할 것이다.


태그:#델리, #인디아 게이트, #라지파트, #마하트마 간디,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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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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