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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자욱한 가을아침, 무채색의 빛이 몽환적으로 다가온다.
▲ 구절초 안개가 자욱한 가을아침, 무채색의 빛이 몽환적으로 다가온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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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글송글 맫힌 이슬에 구절초 피어나다.
▲ 이슬과 구절초 송글송글 맫힌 이슬에 구절초 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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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이파리 위에서 밤을 지새웠는지 여치의 몸에 이슬이 가득하다.
▲ 여치와 이슬 배추이파리 위에서 밤을 지새웠는지 여치의 몸에 이슬이 가득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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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아침이 펼쳐진다.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아침에 만난 가을빛은 무채색의 몽환의 빛이었다. 안개가 끼었다는 것은 바람이 자고 있다는 증거고, 바람이 자고 있는 안개낀 아침이라면 풀잎에 이슬이 맺혔을 것이다.

풀잎에 맺힌 이슬에 구절초 피어나고, 밤새 배추이파리에서 밤을 지새웠는지 여치의 몸에 온통 이슬이 맺혀있다. 그들은 피부로 온 몸으로 가을을 느낀다.

자작나무 이파리에 어느새 노란 단풍이 들었다.
▲ 자작나무 자작나무 이파리에 어느새 노란 단풍이 들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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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달팽이, 구절초 꽃잎에서 잠시 쉬어가는가?
▲ 달팽이와 구절초 내가 좋아하는 달팽이, 구절초 꽃잎에서 잠시 쉬어가는가?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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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이 비추자 안개가 서서히 제 갈길을 가고, 아침 햇살에 숲의 빛깔이 선명해 진다.

자작나무도 어느새 단풍이 들었다. 아직 완연한 가을은 아닌데, 어떤 것은 완연한 가을인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달팽이, 위태위태 꽃잎에 앉아있다. 아무래도 자기의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는지 그 느린 달팽이의 걸음걸이가 빨라졌다. 가녀린 꽃잎에 무심결에 몸을 실었다가 아래로 휘어지니 얼마나 놀랐을까? 부지런히 거슬러 올라가 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모습을 보니 하나도 느리지 않다.

자기만의 걸음걸이가 있고, 속도가 있고, 그 정도면 빠르지 않아도 충분하지 않은가?

가을햇살이 안개낀 숲으로 들어오자 안개가 자기의 자리를 서서히 비켜준다.
▲ 가을빛 가을햇살이 안개낀 숲으로 들어오자 안개가 자기의 자리를 서서히 비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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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곱게 들었다. 고운 단풍은 보기에도 부드럽지만, 마음도 부드러룰 것이다.
▲ 박태기나무 단풍이 곱게 들었다. 고운 단풍은 보기에도 부드럽지만, 마음도 부드러룰 것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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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이 완연한 날, 코스모스가 가을 빛에 자기의 빛깔을 뽐낸다.
▲ 가을빛 가을빛이 완연한 날, 코스모스가 가을 빛에 자기의 빛깔을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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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경계를 하면서도 먹이를 주자 슬금슬금 다가온다. 두 놈 사이에 앞장서는 고양이가 서열이 위였다.
▲ 길고양이 잔뜩 경계를 하면서도 먹이를 주자 슬금슬금 다가온다. 두 놈 사이에 앞장서는 고양이가 서열이 위였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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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두 마리가 잔디밭을 어슬렁거린다. 어젯밤 쓰레기봉투를 뜯어놓은 놈들일 터이다. 배가 고플듯하여, 먹던 음식을 조금 나눠주니 제법 맛나게 먹는다. 그들 사이에도 서열이 있다. 먼저 앞장선 놈이 다 먹고 자리를 비켜주자 뒤따라 온 놈이 남은 음식을 먹는다.

아마도 길고양이에게 가을은 여느 계절에 비하면 제법 살만한 계절일 것이다. 가을빛 좋은 날, 여치와 달팽이와 길고양이를 만났다. 모두들 친구들이다. 그들은 나처럼 가을을 나처럼 느끼지 않고 온몸으로 느낀다. 그래서 그냥 가을과 하나가 된다.

햇살이 좋았던 가을 날, 오늘은 종일 밖에서 가을빛과 어울리며 지난 봄에 심었던 것들을 거뒀다. 몸은 고됐지만, 결실의 기쁨이 고됨을 상쇄하고, 간혹 가을과 하나된 친구들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한데다, 이것저것 거두었으니 참으로 풍성한 가을을 마음껏 누린 날이었다.



태그:#가을빛, #길고양이, #달팽이, #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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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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