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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100세 시대라고 합니다.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고, 성장 환경이 다르고, 생활 여건이 모두 다르니 모두가 같을 수는 없지만,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저 역시 아버지께서는 조금 일찍 돌아가셨지만, 작은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90세를 더 사시다 돌아가셨으니 보장 된 바는 없으나 집안내력이나 시대적으로 봐 90살까지는 살 수 있을 거라고 어림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유지되고 있는지 모르지만 제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 같은 연애라도 연애 하는 방법이나 성격이 나이에 따라 다르다는 걸 알게 해주던 돌림 노래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연애는 눈깔사탕 연애고, 중학교 연애는 편지쓰기 연애다. 고등학교 연애는 불장난 연애고, 대학교 연애는 결혼준비 연애다'하며 부르던 노래였습니다.

맞습니다. 같은 남녀가 만나 사랑을 나누는 연애일지라도 어느 나이쯤에 만나느냐에 따라 상대를 대하는 방법, 상대에게 갖는 생각, 연애로 만나는 만남 자체에 두는 의미가 달라집니다. 연애만 그런 게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 끊어지는 듯하지만 사실은 계속되고 있는 인생을 되돌아보는 눈높이 또한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인문학자 김열규의 마지막 사색 <아흔 즈음에>

<아흔 즈음에> 책표지.
 <아흔 즈음에> 책표지.
ⓒ (주)휴머니스트 출판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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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즈음에>(지은이 김열규, 펴낸곳 (주)휴머니스트 출판그룹)는 한국학의 거장 김열규 교수가 인생 마지막 순간까지 붙잡고 있던 삶의 주제들을 엮은 내용입니다. 인생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었던 삶의 주제들을 육필원고와 컴퓨터로 정리한 글들이 당신의 유작으로 출판된 것입니다.

김열규 교수는 1932년 2월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지난해 10월, 82세를 일기로 돌아가셨습니다. 여든 세월의 삶을 넘겨 아흔에 즈음하는 세월 동안 김열규 교수가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었던 인생 주제들은 과연 무엇이었을 지가 궁금합니다.   

29살부터 강단에 서기 시작한 교수, 한국 사회에서는 상류 지도자급으로 분류되고 있는 교수의 삶을 사신 분이니 우리들과는 동떨어진 인생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정작 김열규 교수가 인생 아흔 즈음까지 붙잡고 있던 주제는 우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덧대어 그려진 내용입니다. 

'약골'에 '책벌레'라는 별명이 따라다니던 유년기 시절부터 현재진행형으로 살고 있는 아흔의 삶에 되돌아 본 삶, 매듭처럼 얽힌 이야기들은 풀고, 굳은살처럼 딱딱한 이야기들은 되새김질을 하듯이 누그려 트려 놓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독자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고, 자신이 겪었던 일들처럼 동감할 이야기들입니다.

회고란 그런 것. 돌이켜보는 지난날이란 그렇고 그런 것이다. 여든 훌쩍 넘어서 머지않아 아흔이 될 나이에 되돌아보는 세월, 그저 어제 같고 그저께만 같다. 손 흔들어 부르면 지척인 듯이 메아리칠 것만 같다. 사무치게 아쉽다. 농사꾼들이 가을걷이를 하고는 논바닥에 떨어진 벼이삭을 줍듯이, 나의 지난날 발자취에서 잔잔한 일들을 두고 소곤소곤 되새기고 싶다. -<아흔 즈음에> 111쪽-

먼 길을 나설 때, 준비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찾아갈 곳을 미리 확인해 봅니다. 예전 같으면 일일이 지도를 찾아 확인했겠지만, 요즘은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확인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좀 더 준비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찾아가고자 하는 곳을 아주 잘 알 수 있는 다른 정보들을 찾으려 노력하고 또 노력 할 것입니다.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우리는 저절로 나이를 먹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만나게 되는 삶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준비하고 개척해 나아가야 할 우리들 몫입니다. 일기예보를 들어 비가 온다는 것을 미리 알면 우린 우산을 준비합니다. 그러면 비를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처럼 눈이 온다는 예보를 들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교통 혼잡도 피하고 빙판길 사고도 예방합니다.

우리네 인생도 그럴 겁니다. 먼저 사신 어르신들이 들려주는 경험담, 발자국처럼 남겨주는 인생지도를 새기게 된다면 세상을 보는 눈은 넓어지고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는 훨씬 지혜로워 질 것입니다. 여든 인생을 살아보지 않고도 여든의 삶을 진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여든의 삶을 먼저 산 어르신들을 통해서만이 가능합니다.

그 팔자걸음은 옛적 우리 여성들에게 주어진 팔자였다. 팔자걸음을 타고난 팔자, 그게 두어 시대 전 우리 할머니들의, 어머니들의, 그리고 누나들의 사주팔자였던 것이다. -<아흔 즈음에> 180쪽-

내 나이 아흔 즈음을 미리 되돌아 볼 수 있는 가늠자

책 내용은 분명 김규열 교수님을 주인공으로 한 인생사며 사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저자의 인생을 빌어 앞으로 내게 다가올 인생을 미리 에둘러 본다면, 앞으로 나갈 바를 정정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아흔 즈음엔 이런 것들을 저렇게 되돌아보며 아쉬워하기도 하고, 뿌듯해 하기도 하고, 후회하기도 하고, 아련해 할 수도 있는 다는 것을 예보처럼 들을 수 있다면 좀 더 멋지고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아흔 즈음, 아직 멀기만 한 세월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다가 올 수 있는 게 아흔 즈음이며, 아흔 즈음에 되돌아 봐야 할 삶이 지금 살고 있는 하루하루라 생각됩니다. 시계의 초침처럼 현재진행형으로 살고 있는 삶이 내 나이 아흔 즈음에는 어떻게 되돌아 봐 지거나 회고되려는 지를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는 가늠자로 <아흔 즈음에>(지은이 김열규, 펴낸곳 (주)휴머니스트 출판그룹)를 선택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아흔 즈음에>┃지은이 김열규┃펴낸곳 (주)휴머니스트 출판그룹┃2014.1.13┃1만 5000원



아흔 즈음에 - 우리 시대 인문학자 김열규의 마지막 사색

김열규 지음, 휴머니스트(2014)


태그:#아흔 즈음에, #김열규, #(주)휴머니스트 출판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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