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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 등대를 가기위해 전수월산과 수월산을 이어주는 길목인 목넘어를 넘으면 등대까지 1.2km는 동백 숲을 따라 걷는 풍경 있는 산길이 나온다.
 거문도 등대를 가기위해 전수월산과 수월산을 이어주는 길목인 목넘어를 넘으면 등대까지 1.2km는 동백 숲을 따라 걷는 풍경 있는 산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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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섬들 중에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섬들은 대체로 두 글자로 요약된다. 그래서 두 글자로 된 섬들은 연중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단서가 붙는다. 단 신의 영역인 날씨만 허락한다면.

당신은 이 두 글자로 요약되는 아름다운 섬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대개는 그렇다. 십중팔구 이렇게 답한다. 백도, 홍도, 외도, 독도 그리고 인도? 하지만 마지막은 틀렸다. 섬이 아니기 때문이다. 혹 안도라면 몰라도.

한국인이 꼭 가봐야할 곳 거문도

거문도 등대지기의 한식구인 멍멍이과 지게의 모습
 거문도 등대지기의 한식구인 멍멍이과 지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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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한국관광공사가 인터넷 투표를 실시해 국내 관광지 126곳 가운데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을 뽑았다. 그중 거문도·백도가 3위를 차지했다. 거문도가 다시금 주목을 받는 이유다.

비록 섬은 작지만 유구한 역사와 함께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거문도는 볼거리와 함께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특히 지금 맛보는 거문도 은갈치 요리는 기절초풍 지경이다. 또 향후 거문도의 명물로 떠오를 서도와 동도를 잇는 '거문교'가 한창 건설 중이다. 길이 530m의 이 대교가 내년 11월 완공되면 머지않아 거문도 일주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거문도의 명물은 바로 '등대'다. 거문도 섬에는 총 9개의 등대가 있다. 동도에 위치한 거문도 등대와 서도 녹산곶 등대를 포함 8개의 무인등대가 있다. 1박 2일 거문도 등대 체험을 하고 싶다면 여수지방 해양항만청(청장 최명용) 거문도 등대 체험숙소 이용을 신청해보시라. 추첨을 통해 1개의 숙소가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비록 전국에서 많은 경쟁자가 몰려 당첨확률이 바늘구멍이지만.

고도방파제에서 내려 거문도 등대를 가려면 등대입구 목넘어까지 도보로 40분 거리다. 택시를 타면 5분 내 도착한다. 목넘어는 전수월산과 수월산을 이어주는 길목이다. 이곳은 태풍이나 해일이 있을 경우 바닷물이 넘나든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후 등대까지 1.2km는 동백 숲을 따라 걷는 풍경 있는 산길이다. 명상의 거리다. 바다에는 갈치잡이 선단이 무리를 지어 떠 있다. 얼마 전 거문도 은빛 갈치축제가 열렸지만 오리지널 갈치철은 지금이다.

지금 맛보는 거문도 은갈치 요리는 기절초풍이다. 바로잡은 은갈치 구이와 은갈치의 모습이다.
 지금 맛보는 거문도 은갈치 요리는 기절초풍이다. 바로잡은 은갈치 구이와 은갈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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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한가운데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선바위'에선 힘이 느껴진다. 남성의 성기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표지판에는 검푸른 천 위에 노인이 앉아 있는 모양 같다고 노인암이라 부른다고 적혀 있다. 불경스럽다는 이유였다.

어느덧 눈앞을 압도하는 풍경. 거문도 등대에 도착했다. 우뚝 솟은 등대와 등대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는 이곳이 섬의 끝임을 실감케 한다. 거문도에 오면 꼭 들러야 할 코스가 된 이곳. 사람들은 여기에 오면서 어떤 생각을 가질까?

대구의 노인 화선대학에서 1박 2일 관광을 온 한정숙(78) 할머니는 "여기 오니 바다같이 마음이 넓어지는 것 같다"면서 "난 바다를 좋아한다, 내가 목적이 있어 여기까지 왔는데 손주 둘이 대학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래 뭐 기도하는 것보다 여기 와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질 것 같아서 힘들어도 완주를 했다"는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이었다.

하지만 지금이 있기까지 그 모진 세월 거문도 등대는 홀로 얼마나 외로웠을까.

밤배의 눈... 어두웠던 등대의 역사

거문도 등대에 있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108년 된 3등대형 유리를 가공한 프랑스제 프리즘렌지가 장착된 등명기 내부 모습. 여기에서 1000W의 불빛이 나온다.
 거문도 등대에 있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108년 된 3등대형 유리를 가공한 프랑스제 프리즘렌지가 장착된 등명기 내부 모습. 여기에서 1000W의 불빛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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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 등대에 있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108년 된 3등대형 유리를 가공한 프랑스제 프리즘렌지가 장착된 등명기 내부 모습. 여기에서 1000W의 불빛이 나온다.
 거문도 등대에 있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108년 된 3등대형 유리를 가공한 프랑스제 프리즘렌지가 장착된 등명기 내부 모습. 여기에서 1000W의 불빛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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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등대의 역사는 어둡다. 1876년 강화도조약이라는 불평등조약이 체결되면서 제국주의 침략세력은 이권을 먼저 차지하려고 혈안이 되어 싸움을 벌였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인천 개항장에 선박으로 빈번하게 왕래했다.

당시 바닷길은 제국주의 세력이 그 야욕을 이루기 위한 중요한 첫 관문이었다. 일본은 국내 연안에 등대가 설치되지 않아 조정에 등대건립을 촉구하는 외교문서를 보낸다. 조정은 영국과 러시아로부터 비슷한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조선침략의 야욕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일본은 등대를 건설할 위치선정을 위한 측량선의 인천 도착 날짜를 통보하는 독촉장을 보냈다. 힘없던 조정은 결국 열강의 강권에 못 이겨 1902년 인천에 해관등대국을 설치한다.그 해 5월부터 팔미도, 소월미도, 북장자 등대와 백암 등표 건설에 착수해 이듬해 6월에 완공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등대의 효시다. 결국 등대는 우리나라를 넘보던 열강들의 이양선 길잡이 역할을 위한 바다의 이정표였다. 어두웠던 등대의 역사다.

반면 세계 최초의 등대는 파로스 등대다. 기원전 280년 전 지중해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항구에 화강암으로 만들진 등탑의 높이는 120m였다. 나무를 태운 불빛은 55km까지 이르렀다. 이후 1600년 동안 선원들의 길잡이가 되었으나 두 차례의 지진으로 파괴되었다. 이후 지중해 연안에 많은 등대가 세워졌다. 본격적인 근대식 등대는 17세기부터 지금에 이른다.

108년 된 국내 최장 등명기를 가진 '거문도 등대'

거문도 등대 33m 가장 상단에 있는 등탑과 등명기의 모습
 거문도 등대 33m 가장 상단에 있는 등탑과 등명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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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 등대는 1905년 4월 10일 처음으로 불빛을 밝혔다. 당시 등탑 높이는 6.4m. 특히 거문도 등대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108년 된 등명기를 사용하고 있다. 등명기는 렌즈를 고정하고 전구를 사용한 광원을 일정한 간격으로 켜지고 꺼지는 등대의 핵심장비다. 이곳은 초창기부터 3등대형 유리를 가공한 프랑스제 프리즘렌지가 장착되었다. 처음에는 수은통에 등명기를 띄우고 중추로 회전시켜 15초 간격으로 불빛이 깜박였다. 그 거리는 42km까지 뻗쳤다.

이후 2006년 1월, 33m 높이의 새로운 등탑이 신축되었다. 이때 108년 된 후렐렌식 3등대형의 프랑스 등명기를 그대로 쓰면서 중추식 회전장치는 수은통만 없애고 개조해 사용 중이다. 108년 된 1000W의 불빛은 지금도 15초 간격으로 반짝인다. 박물관에 처박혀야 할 유물이 지금껏 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곳 등대지기들이 얼마나 관리를 잘했는지를 증명하는 대목이다. 말하자면 거문도 등대는 21세기 해양유물인 셈이다. 이후 거문도 등대는 계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지금은 전파표지송수신소인 DGPS 송신 안테나가 새롭게 설치되어 어두운 밤 뱃길을 밝히고 있다.

거문도 등대에는 3명의 등대지기가 근무한다. 아니 한 식구가 더 있다. 바로 '멍멍이'였다. 직원들은 그의 이름을 멍멍이라 부른다. 멍멍이는 2006년 거문도 등대 공사를 할 때 인부들이 데리고 왔는데 공사가 끝나고 등대에 두고 떠나 함께 등대를 지키고 있다. 또 흥미로운 건 '지게'다. 등대에는 지게가 3개 있다. 등대지기가 거문도 등대에 오면 지게꾼이 된다. 이 지게의 용도는 등대 보급선이 물품을 싣고 오면 직원들이 지게를 짊어지고 1.2km 이상의 산길로 짐을 지고 날라야 한다. 등대까지 오르는 산길이 험하다 보니 물건을 옮기는 이동수단인 셈이다.

거문도 등대를 자랑하는 한병남 소장의 모습
 거문도 등대를 자랑하는 한병남 소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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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 등대 한병남 소장은 거문도 등대의 자랑거리를 묻자 "거문도 등대는 1905년에 설치된 108년 된 프랑스제 등명기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이런 등명기를 사용한 곳은 없다"면서 "그만큼 오래되어 그 의미가 큰 불빛이 퍼져 배들의 안정운전을 돕고 있다"고 자랑한다. 그러면서 "아직 고장은 없지만 너무 오래되어 관리가 좀 힘든 것이 사실이다, 본부에서 새로운 것으로 교체를 추진 중인데 아직 소식이 없다"고 전했다.

여수는 지금  KTX 기차역이고 여객선터미널 할 것 없이 여수를 찾는 관광객의 길목에 거문도를 홍보하는 펼침막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거문도 역시 배에서 내리자 삼호교 입구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거문도의 경사랄까. 마치 거문도 사람들의 마음을 말해주듯 펄럭이는 펼침막은 오늘도 이렇고 말하고 있다.

"거문도 한번 놀러 오시요 잉~."

거문도. 백도가 한국인이 가봐야할 관광 100선에서 3위를 차지했다. 거문도에 도착해 배에서 내리면 삼호교 입구에 붙은 경축 펼침막이 보인다.
 거문도. 백도가 한국인이 가봐야할 관광 100선에서 3위를 차지했다. 거문도에 도착해 배에서 내리면 삼호교 입구에 붙은 경축 펼침막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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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라도뉴스>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거문도여행, #거문도 등대, #등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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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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