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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지난 25일 2급 비밀문서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하 회의록)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해 공개했다. 국정원장 직권으로 비밀문서를 일반문서로 재분류할 수 있기 때문에(대통령령 제 21214호 13조 2항), 회의록 공개는 적법하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물론 출발점은 국정원이 보유한 회의록이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 공공기록물이라는 주장이다. 국정원의 주장대로, 적법한 행위가 맞을까? 아니다. 국정원의 회의록 보유 자체가 불법이고, 회의록은 분명 대통령기록물이기 때문이다.

먼저 노무현 대통령 퇴임 이후까지, 국정원이 회의록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다. 2007년 10월 3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었고, 조명균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조정비서관이 대화를 기록하면서 디지털 녹음기로 회담 전체를 녹음했다. 이후 조 비서관과 김만복 국정원장이 기록과 녹음파일을 풀어서 2부의 회의록을 만들었고, 청와대가 1부, 국정원(2급 기밀문서)이 1부를 보관했다. 당시 국정원에 1부를 보관하게 한 이유는 대북 정보수집활동에 지침으로 삼으라는 의미였다.

동법 제 11조(이관)에 따라, 국정원장은 늦어도 노무현 대통령 퇴임일인 2008년 2월 24일 이전에 회의록을 청와대 대통령 기록관으로 이관했어야 했다. 그리고 제12조(회수)에 따라 국가기록원장은 유출되었거나 회수되지 않은 기록물을 이관받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했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국정원장은 회의록을 이관하지 않았으며, 국가기록원장도 국정원에 있는 회의록 회수를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회의록의 불법 보유로 인해 벌어진 현재 사태에서, 두 관련자의 책임이 가볍다 하지 못할 것이다.

다음으로 회의록을 공공기록물로 간주하고, 비밀해제를 통해 공개한 행위 역시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다. 동법 제2조(정의)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대통령이나 대통령의 보좌기관·자문기관·경호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 생산·접수하여 보유중인 기록"을 말한다.

제 16조(공개)에 따르면, 비공개 대통령 기록물의 보호기간은 30년이다. 그리고 제17조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보호)에 따라, 열람·사본제작·자료제출은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고등법원장의 영장, 대통령기록관 직원이 업무를 위해 장의 허락을 받은 경우에 한해 가능하다.

국정원장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적용범위)를 근거로, 회의록을 공공기록물로 간주했다. "공공기관이 업무와 관련하여 생산·접수한 기록물과, 개인이나 단체가 생산·취득한 기록정보 자료"가 공공기록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장의 판단은 대단히 잘못되었다. 과거에 대통령 기록관으로 옮겨졌어야 할 문서이므로, 당연히 대통령 기록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통령기록물에 관한 한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이 다른 법에 우선 적용된다"는 제4조(다른 법률과의 관계) 규정에 따라, 회의록을 공개를 하지 않았어야 했다.

국정원장의 회의록 공개는 불법을 넘어서는 초법적 행위이다. 일차적으로 대통령기록관으로 회의록을 이관하지 않은 당시 김만복 국정원장과, 회수되지 않은 기록물을 이관 받지 않았던 제4대 조윤명부터 제9대 박경국까지 6명의 국가기록원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남재준 현 국정원장은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 국정원이 보유중인 회의록의 존재 과정과 본질을 분명하게 판단하지 못하였고, 결과적으로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고 회의록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임면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이나 해임이 필요하며, 사법기관의 철저한 조사와 징벌이 요구된다.

법은 공동체 유지를 위한 최소이자 최후의 망이다. 민주주의 근간인 자유·평등·사랑에서, 평등의 제도적 의미는 법 앞에서의 평등을 의미한다. 민주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시험대에 서는 반동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태그:#정상회담대화록, #대화록공개, #대통령기록물, #공공기록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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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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