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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 TV토론이 끝난 16일 밤 11시에 경찰이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경찰은 11시에 보도자료를 내고 민주통합당이 '문재인 대선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았다'고 고발한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컴퓨터를 분석한 결과 "댓글을 단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김씨가 임의제출 한 데스크톱과 노트북의 하드를 수사하고, 댓글을 찾기 위해 수십개의 검색어로 '정밀 분석'했다고 주장했으나, '부실수사'·'엉터리 수사'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의 온라인 아이디와 닉네임이 총 40여개에 달하는 것을 확인하고도 포털사이트 등에 김씨의 접속 기록 등을 확인하지 않고, 김씨가 제출한 컴퓨터와 노트북에서 댓글을 달았는지 여부만을 조사해 스마트폰이나 타 컴퓨터로 댓글을 작성한 경우는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경찰은 컴퓨터와 노트북 외에 김씨가 제출하지 않은 휴대전화와 USB 등은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스스로도 "IP를 역추적하려면 압수수색 영장이 필요"해 하지 못했고, "확인한 건 김씨 컴퓨터 2대에서만 댓글 흔적이 없다는 의미"라고 한정하고서는 '김 씨는 문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지 않았다'는 결론부터 내놓은 것이다.

이렇게 부실하고 설익은 수사 결과를 '휴일 밤 11시'에 '긴급'하게 내놓은 경찰에 발표 배경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경찰은 발표 경위에 대해 '윗선의 지시'라고 밝혔고, 서울경찰청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중요한 사안이라 정밀 분석 결과가 나오는 즉시 알린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을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발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대선 TV토론이 끝난 직후 경찰 이 급작스럽게 '국정원 선거 개입'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해 "TV토론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판단을 호도하려는 명백한 경찰의 선거개입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민주통합당의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게다가 국정원의 선거 증언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17일 전 국정원 직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가정보원이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대통령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해 심리정보단을 심리정보국으로 확대 개편해 인터넷 댓글 공작을 벌여왔다"며 "처음에는 이명박 대통령 치적 홍보에 매달리다가 나중에는 민주통합당 등 야당 인사들에게 종북 이미지를 덧씌우는 작업도 진행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번 국정원의 선거개입이 '사실'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한편, 불법 사무실을 차려놓고 새누리당 불법선거 운동을 벌인 혐의로 선관위에 고발된 윤모씨가 "나를 지원하는 분이 국정원과 연결돼 있다", "국정원에서 박근혜를 도우라고 했다"고 한 발언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윤씨는 이에 대해 "<국정방송> 총재라길래 국정원 직원으로 잘못 알았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17일 주요 일간지는 경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전했는데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경찰의 이례적인 '중간 수사 결과 발표'와 부실한 수사를 지적하며 발표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조중동은 경찰 발표 내용만을 1면 톱으로 부각하면서 확정된 결과 발표인양 다뤘다.

경찰의 부실한 조사에 대한 의문점은 민주통합당의 '주장'으로 일축됐고, 이례적인 긴급 결과발표에 대해서는 '엠바고가 깨져서'(중앙), '진실규명을 방치한다는 비판을 받을까봐'(동아)라며 감싸기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중간 수사 결과'라는 말을 언급하지 않고, 마치 종료된 수사결과인양 다루면서 민주통합당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토론 끝나자마자…경찰 '국정원 댓글수사' 긴급발표>(한겨레, 3면)
<"국정원 댓글 흔적 없어" 토론회 직후 기습 발표>(경향, 1면)


한겨레신문은 3면에서 "16일 저녁 열린 제 18대 대선 텔레비전 토론회 직후, 경찰이 국가정보원 직원 김아무개씨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긴급 발표해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휴일 밤늦은 시각에 긴급히 서면으로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초 경찰이 '일주일 이상 걸릴 것'이라고 예고한 후 3일 만에 나온 것을 두고 "'긴급 보도자료 배포' 배경에 의구심이 쏠리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은 1면 톱으로 <"국정원 댓글 흔적 없어" 토론회 직후 기습 발표>을 다뤘는데, "경찰은 이날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대선 3차 TV토론회에서 이 문제로 논쟁을 벌인 후 밤 11시에 예정에 없던 중간 수사결과를 전격 발표했다"면서 기습 발표의 배경과 조사 결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기사는 경찰이 밤에 보도자료를 낸 경위에 대해 "위(서울지방경찰청)에서 자료를 빨리 내라고 해서 밤늦게 발표했다"고 말했다고 전한 후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최대한 앞당겨 발표한 것일 뿐"이라는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의 말을 실었다. 또 "앞서 경찰은 '김씨 컴퓨터를 분석하는 데 1주일 정도 걸릴 것'이라고 밝혔지만 3일 만에 수사가 끝난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씨의 ID나 닉네임 추적은 물론 김씨 컴퓨터의 IP 분석도 완벽하게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면서 "경찰이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TV토론이 끝난 한밤중에 기습적으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TV 토론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판단을 호도하려는 명백한 경찰의 선거개입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민주당의 비판을 전했다.

<컴퓨터 조사한 경찰 "국정원 여직원의 文비방글 발견 못해">(조선, 1면)
<40시간 국정원 여직원 사실상 감금하며 제기한 의혹…허위로>(조선, 3면)
<새누리 "거짓 밝혀져…文이 책임져야" 민주당 "정치적인 수사…결과 못믿어">(조선, 3면)


조선일보는 1면 톱으로 <컴퓨터 조사한 경찰 "국정원 여직원의 文비방글 발견 못해">를 뽑고, "전문 증거관 10명을 투입해 전용 장비와 프로그램 등으로 김씨로부터 받은 하드디스크의 삭제된 파일을 복원하며 인터넷 접속 기록과 문서 파일을 분석했다", "비방 및 지지 게시글이나 댓글을 게재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경찰의 발표를 주요하게 전했다. 이어 '정치적 목적으로 정보기관을 악용한 국기 문란 사건'이라며 '책임을 묻겠다'는 국정원의 입장을 덧붙였다. 경찰 발표를 둘러싼 논란은 언급하지 않았다.

3면 <40시간 국정원 여직원 사실상 감금하며 제기한 의혹… 허위로>는 "민주통합당이 김씨 오피스텔의 문 앞을 40시간 동안 점거, '감금' 논란을 일으켰던 사건의 수사 결과가 6일 만에 나왔다"면서 1면에 보도했던 경찰 수사 과정과 결과를 보다 자세히 보도했다.

이 조사가 '중간발표'이고, 김씨의 포털 로그기록이나 USB 등은 조사대사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은 역시 다뤄지지 않았다. 한편, 민주통합당이 여직원을 '감금'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을 제목으로 뽑으며 민주통합당을 범죄집단인양 몰았다. '감금'이라는 주장에 대해 표창원 교수는 "법을 집행하려던 선관위 직원과 경찰관이 문을 열어달라고 했는데 문을 열어주지 않은 것"이라며 "감금과는 전혀 상관없는 상황", "감금이 아니라 잠금"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국정원 직원 컴퓨터에 문재인 비방 댓글 없어">(중앙, 1면)
<박측 "인권변호사가 인권 유린" 문 측 "경찰 개입한 관권 선거">(중앙, 3면)

중앙일보도 <"국정원 직원 컴퓨터에 문재인 비방 댓글 없어">를 1면 톱 제목으로 뽑는 등 경찰 발표를 강조하고 나섰다. 보도는 "김씨의 데스크톱과 노트북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제출받아 각각 인터넷 주소를 통한 접속 기록을 분석한 결과 여론 조작에 가담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경찰의 발표내용을 전한 뒤 "민주당 관계자 수십 명은 지난 11일 김씨가 살고 있는 서울 역삼동의 S오피스텔 방을 가로막고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함으로써 이틀간 김씨를 감금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경찰 발표에 대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입장을 나열한 뒤 "민주당에 책임을 묻겠다"는 국정원의 입장을 실었다.

3면 <박측 "인권변호사가 인권 유린" 문 측 "경찰 개입한 관권 선거">는 기사 맨 서두에 경찰이 16일 밤 11시에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을 두고 "엠바고(보도제한)가 일부 언론사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명을 먼저 내놨다.

이어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두고 '민주당의 인권 유린과 정치공작이 백일하에 드러났다'고 공세를 새누리당의 입장을 전하고, "민주당은 문 후보가 TV토론에서 국정원 여직원에 대해 공세적으로 나온 직후, 반대 결과가 공표된 데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라며 '관권선거'․'정치행위'라고 비판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17일 김 씨가 다시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인데 이번에는 민주당 관계자들이 '주거침입·감금혐의'의 피의자라고 전했다.

<"국정원 여직원 댓글 단 흔적 없다">(동아, 1면)
<국정원 "여직원 감금 법적책임 물을 것">(동아, 2면)


동아일보는 1면 하단에 <"국정원 여직원 댓글 단 흔적 없다">는 기사를 내고, 경찰 경과 발표를 전하면서 "당초 경찰은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교차 분석이 필요하다며 분석완료시점이 대선 이후가 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가 비판을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2면 <국정원 "여직원 감금 법적책임 물을 것">은 경찰이 당초 대선 이후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가 컴퓨터를 확보한 지 사흘 만에 중간 수사 결과를 내놓은 것을 언급하며 "경찰의 예정대로라면 수사 결과가 대선 후에나 나와 경찰이 정치권 눈치를 보며 진실 규명을 방기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달았다.

이어 "김씨의 비방 댓글 게시 의혹이 경찰 수사결과 일단 사실무근으로 파악됨에 따라 그 같은 주장을 제기한 민주당은 명예훼손 등 상당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고의로 김씨 차와 접촉사고를 냈으며 이틀 넘게 김씨 집 문 앞으로 지키고 선 채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등 인권침해를 저지른 부분도 처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김씨의 스마트폰 소지 여부 등을 조사하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는 '민주당의 주장'으로만 짧게 언급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그:#국정원, #부실수사, #경찰, #조중동, #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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