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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5월 8일, 서강대 본관 5층 옥상에서 김기설 당시 전민련 사회부장이 노태우 정권의 실정을 비판하며 분신, 투신자살했다. 노태우 정권 말기였던 당시 사회의 정권에 대한 불만은 극에 달했고, 그러한 불만을 표출하는 세력에 대한 탄압 역시 극에 달해 있었다. 현장에서 두 장의 유서가 발견됐는데, 검찰은 유서의 글씨가 김기설 본인의 것이 아니라 강기훈 당시 전민련 총무부장의 것이라고 주장하며 강기훈씨를 자살방조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기소 내용을 인정해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것이 그 당시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의 대략적인 전개다. 강기훈 씨는 결국 3년을 복역, 1994년 만기 출소했지만 진실은 나중에서야 밝혀졌다. 유서의 필적이 강기훈씨의 필적과 다르다는 것이 판명된 것.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년 필적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국가에 사과와 재심을 촉구했다. 결국 서울고등법원이 2009년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검찰의 항고가 이어졌고, 그 뒤 현재까지 대법원 심리 중에 있어 재심은 이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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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정권, 여론 무마용으로 김기설씨 사건 이용"

1991년 당시 노태우(사진 왼쪽) 정권은 위기에 몰리면서 국내 여론이 좋지 않았다. 이에 노태우 정권은 '사람의 목숨이 혁명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논리를 펴며 정국을 돌파하려 했다. 사진은 12·12 및 5·18사건 선고공판이 열린 지난 96년 8월 당시.
 1991년 당시 노태우(사진 왼쪽) 정권은 위기에 몰리면서 국내 여론이 좋지 않았다. 이에 노태우 정권은 '사람의 목숨이 혁명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논리를 펴며 정국을 돌파하려 했다. 사진은 12·12 및 5·18사건 선고공판이 열린 지난 96년 8월 당시.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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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훈씨는 현재 간암으로 투병 중이다. 주위의 도움으로 어렵게 삶을 이어가고 있다. 대신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시민들이 모였다. 200명의 사회 인사들과 함께 '강기훈의 쾌유와 재심 개시 촉구를 위한 모임'(강기훈 모임)이 28일 발족한 것.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은 28일 김선택 '강기훈 모임' 집행위원장을 만나봤다. 김선택 집행위원장은 "진실규명에 과거 전민련을 같이 한 이들과 더불어 사람들을 모아보니 의외로 반응이 좋게 가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밖에 못하는 검찰의 행태를 알리고 사회에 경종을 울리겠다"고 밝혔다.

20여 년 전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은 강경대씨 사건이었다. 노태우 정권에 실정에 반대하는 시위 도중 학생이 타살된 것. 김 위원장은 "군사정권의 연장선상에서 사회가 굉장히 억압되고 암울했다"며 "저희와 강경대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고 하는 과정 속에서 김기설씨가 얼마 뒤 분신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 전날 기미가 이상함을 느꼈던 동료들이 김씨를 말렸으나 결국 막지 못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당시 정권이 위기에 몰리면서 국내 여론이 안 좋았다"며 "검찰이 사회 여론 무마용으로 악의적으로 사건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정권이 '사람의 목숨이 혁명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논리를 펴며 정국을 돌파하려고 했다는 것. 또 김 위원장은 "처음에 (정권이) 강기훈씨만을 노린 게 아니다"라며 "활동가들을 다 조사하면서 강기훈씨를 집어 각본에 맞추는 과정을 거친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유서 대필? 참을 수 없는 모독"

강기훈씨는 현재 간암으로 투병 중인데, 주위의 도움으로 어렵게 삶을 이어가고 있다. 대신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시민들이 모였다. 그들이 바로 '강기훈 쾌유와 재심 개시 촉구를 위한 모임'이다.
 강기훈씨는 현재 간암으로 투병 중인데, 주위의 도움으로 어렵게 삶을 이어가고 있다. 대신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시민들이 모였다. 그들이 바로 '강기훈 쾌유와 재심 개시 촉구를 위한 모임'이다.
ⓒ 강기훈 모임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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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김 위원장은 2009년 고법의 재심 개시 결정 당시 검찰의 항고에 대해 "원래 과거사진실위원회의 재심 청구는 거의 검사 항고가 없는데 이 사건만은 바로 항고했다"며 "이게 무죄 판결이 날 경우 당시 관여했던 검사들이 문제가 될 것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강기훈 사건을 맡았던 송상규 검사는 2009년 당시 차기 검찰총장 자리를 두고 물망에 오르던 인물이었고, 또 당시 수사가 조작 수사라는 게 밝혀지면 부실 수사보다도 더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막으려고 했다는 것.

김 위원장은 "강기훈의 말에 따르면 어떻게 인간이 인간더러 죽으라고 하면서 유서를 대필할 수 있느냐"며 "이건 인간으로서 참기 어려운 모욕"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사회가 각박하게 변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국가가 인간성을 이런 식으로 말살할 수 있느냐는 이야기다. 또 김 위원장은 "이제라도 대법원의 재심 심리가 고법의 인정 결과를 존중해 신속하게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김 위원장은 "이런 관점을 사회 각계각층에 알려 사법부를 압박할 수 있도록 여론을 형성할 것"이라며 "사법부가 3년째 침묵하고 있는 만큼 정치권의 도움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 야당 의원 숫자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새누리당에도 인간적인 양심을 가지신 분이 계신다면 저희에게 도움을 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태그:#이털남, #강기훈, #김기설, #검찰, #김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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