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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한 교사가 만든 손 팻말.
 서울지역 한 교사가 만든 손 팻말.
ⓒ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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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도 아닌데 초중고 교사들이 '인증샷' 놀이에 나섰다. '국영수' 과목을 향해 학생들을 일제히 한 줄로 세우는 일제고사에 반대하기 위해서다.

교사들 1만여 명은 지난주부터 '일제고사 반대' 민원제출을 시작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학교 앞과 교육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인 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에 인증샷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는 전교조의 조직적 지시가 아닌 스스로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전교조 결정보다 앞선 교사들 스스로 인증샷 놀이

당초 전교조는 일제고사 당일인 26일 하루만 전국 2013개 학교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인증샷 놀이에 참여한 교사들은 전교조 방침에 앞서 지난 6월 초부터 1인시위에 나선 뒤 인증샷을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경기도 부천, 충북 제천, 울산 등지의 교사들은 25일 페이스북 등에 올린 1인시위 인증샷에 다음처럼 적었다.

교사들의 1인 시위 모습 인증샷 놀이. 한 아이의 사진은 교사의 자녀다.
 교사들의 1인 시위 모습 인증샷 놀이. 한 아이의 사진은 교사의 자녀다.
ⓒ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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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7시 30분~8시 30분 부천 소명여중, 여고 앞에서 1인시위를 했습니다. 몇몇 학생들이 '내일 보는 시험?' 이러면서 유심히 보고 지나갈 때마다 조금씩 희망이 보입니다^^"
"오늘부터 1인시위 진행합니다. 이번으로 일제고사는 마지막입니다."
"시내 곳곳에서 일제고사 반대 피켓팅을 진행 중입니다. 이번에는 꼭 없애야 합니다. 꼭!!!"

교사들이 이렇게 직접 나선 데는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의 타락'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제고사 5년째인 올해, 시험 결과에 따라 '문제 풀게 하고 돈 먹기'가 시작됐다.

일제고사 성적이 지표로 들어간 시도교육청 평가에 따라 교과부 지원금은 시도교육청별로 110억 원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학교 성과금에 따라 교원들도 60만∼80만 원의 성과금 편차를 보였다.

이에 따라 전교조가 24일 발표한 전국 교사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제고사 유지'에 찬성하는 교사는 4.4%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95.6%의 교사들은 일제고사 폐지에 찬성했다. 이 같은 사실은 전교조 참교육연구소가 지난 7일부터 18일까지 전국 초·중·고 교사 944명에게 일제고사에 대한 생각을 조사한 결과 드러났다. 이번 조사 대상 가운데 보수 교원단체인 한국교총 교사들 가운데 95.9%도 '일제고사 폐지'에 의견을 같이했다.

교사들이 든 손팻말 내용도 눈길을 끌었다.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것은 "일제고사 반대, 한국에 일제고사 수출한 미국도 거부운동 확산"이라는 것이었다. 일제고사는 2009년 영국, 2010년 일본이 각각 폐지한 데 이어, 2013년에는 프랑스도 폐지를 앞두고 있다.

손팻말 글귀 가운데 압권은 전교조 초등관동지회가 만든 내용. 백일을 갓 넘긴 한 아이가 등장한 이 팻말에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아이의 다음과 같은 말풍선이 담겨 있다.

교사들의 1인 시위 모습 인증샷 놀이.
 교사들의 1인 시위 모습 인증샷 놀이.
ⓒ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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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럽게 웬 일제고사?"

우리나라에서 일제고사는 1970∼1980년대 도학력고사란 이름으로 존재한 바 있다. 당시 승진을 앞둔 상당수 교사들은 회초리를 들고 아이들을 채근했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은 결석을 시켰고, 정답을 알려주기도 해 이에 분노해 교육운동을 시작한 교사도 있었다. 바로 올해 일제고사 반대투쟁을 이끌고 있는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이다.

"70, 80년대 도학력고사가 찾아왔어요"

1986년부터는 학업성취도평가라는 이름으로 평가대상 학년의 1%만 표집으로 진행됐다. 1993년부터는 평가대상 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일제고사 방식으로 실시되다가 교육과정 파행의 심각성 등이 크게 문제가 되자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인 1998년부터 2007년까지는 다시 평가대상 학년의 1~5% 이내 표집으로 시행됐다.

그러다가 영어몰입교육과 학력신장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첫 해인 2008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5회째 일제고사 방식의 시험이 강행되고 있는 것이다.

전교조는 일제고사 당일인 26일 전국 2200개 초중고 앞에서 일제히 일제고사 반대 1인시위를 벌이겠다고 25일 밝혔다. 이날 교육과정 파행을 고발하는 민원접수투쟁도 1만여 명의 교사가 참여해 벌이겠다고 했다. "촌스런 문제풀이 식 일제고사를 없애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창의지성 중심 평가로 바꾸자"는 게 이들의 요구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일제고사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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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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