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의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현대사회의 운영 모델이지만 점차 요구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사회를 모두 대변하는데 한계가 있다. 광주 남구에서 공약이행 평가 주민배심원제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직접민주주의가 실험되고 있는 것이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상임대표 강지원·이하 매니페스토본부) 사무총장은 전국 최초로 광주광역시 남구에서 추진되고 있는 '공약이행평가 주민배심원제'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특정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약이행평가위원회의 한계를 극복하고 주민들의 이해와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기 위한 것이 '공약이행평가 주민배심원단'이다.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단체장의 공약 이행도는 물론 공약 필요성의 여부까지 평가할 계획이다.

 

최초의 공약평가 주민배심원단 활동 관심...무작위 선정·독립적 활동 보장

 

광주광역시 남구(구청장 최영호)가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공약이행 평가 주민배심원제를 실시하게 된 것은 매니페스토본부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11월 매니페스토본부는 전국 228개 지자체에 공약이행평가 주민배심원제를 제안했고 유일하게 광주 남구만이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광재 사무총장은 "정당의 공직후보자 선출을 위한 시민배심원단 구성 사례는 있지만 지자체의 공약 이행 등을 심사하는 배심원단은 전국적으로 처음 시도하는 사례"라며 "특히 대개 지자체장과 친분이 있는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의 구성과 역할, 성격면에서 완전히 다른 것이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이미 두고 있는 공약이행평가위원회의 경우, 구성 단계부터 지자체가 참여해 평가위원들을 선별, 구성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구성 단계부터 지자체가 '참여 위원들을 선별'해 구성하는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심한 경우 단체장에게 유리한 해석과 평가를 내릴 가능성이 그 만큼 높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단체장의 공약 필요성 여부, 공약이행 정도 등을 심사·평가함으로써 지역 문제를 주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그 방안까지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주민배심원제의 취지다.

 

특히 남구와 매니페스토본부는 어떤 인위성도 배제하기 위해 주민배심원단 구성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지역 유지 혹은 동장이나 통장 등 지자체와 관계를 맺고 있는 주민들의 참여 보다 일반 주민들의 참여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주민배심원단은 여론조사전문기관이 주관해, 인구비례에 따라 ARS를 통해 무작위 추첨 과정과 본인의 참여 의사 여부에 따라 배심원단 규모(25명)의 배수의 예비 배심원단을 선발했다. 지난달 30일 이광재 매니페스토 사무총장과 그룹 면담을 거쳐 주민배심원단 24명, 예비 배심원 10명을 최종 결정했다.

 

평가 기준·운영 원칙 직접 결정..."지역 주민에게 도움되는 활동하겠다"

 

주민배심원단은 올 12월까지 ▲공청회 ▲구청장 공약사업 이행 여부 심의․평가 ▲구청장에게 평가 결과를 조언․권고․건의한다. 평가 기준과 배심원단 운영 등에 대해서는 배심원단이 토론 과정을 거쳐 직접 결정한다. 매니페스토본부는 원활한 진행을 위해 노하우를 제공하고 남구청은 평가에 필요한 정보 제공과 행정적 지원만 하겠다는 것이다.

 

이광재 사무총장은 "주민들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심사 평가해 평가보고서를 공개할 것"이라며 "남구와 우리 본부는 필요한 지원만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주민배심원단에 참여한 김봉호(35·남구 봉선동)씨는 "배심원제가 생소하기는 하지만 주민이 직접 참여한다는데 의미가 있고 제 의견이 지역 주민들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참여하게 됐다"며 "솔직히 아직 어떤 공약이 있는지 조차 모르지만 주민의 입장에서 솔직하게 말하고 다른 주민을 대변하는 역할인 만큼 꼼꼼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심원단 나아무개(익명 요청)씨는 "사실은 배심원단인지 모르고 참석하겠다고 했는데 남구 주민으로서 보람있는 일이 될 것 같다"며 "전국에서 처음으로 추진한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영호 남구청장은 "공약은 대개의 경우 주민 생활의 질을 결정하는데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것들이고 주민의 입장에서, 주민의 눈높이에서 공약이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주민배심원제가 제대로 운영돼 실질적인 평가가 이뤄지면 구청장으로서 구정에 반영할 것이다"고 밝혔다.

 

최 청장은 "전문가 시민단체 중심으로 구성된 공약이행평가위원회는 실질적으로 이행도를 점검하고 수정, 보완하면서 함께 공약을 만들어 가는 팀이다"며 "이와 달리 주민배심원제는 공약 이행 정도를 평가하고 감시, 비판하는 기능을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민들이 직접 정책을 결정하거나 법을 개정한 사례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등을 비롯한 국내외 선행 사례가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洲) 정부는 지난 2004년 무작위 추첨으로 선발된 일반 시민들로 '브리티시 컬럼비아 시민의회(BCCA : British Columbia Citizens' Assembly)'를 구성했다.  시민의회는 주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법안을 작성하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시민의회는 11개월 동안 토론 과정을 거쳐  새로운 선거제도를 확정하고 주민투표에 회부한 사례가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07년 부산북항재개발과 관련 무작위 추첨을 통해 주민 1100여 명을 상대로 한 시민공론조사를 통해 마스터플랜을 결정한 바 있다.

 

"주민배심원단 구성과 활동, 주민참여와 직접민주주의의 새로운 실험"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공약이행 평가를 위한 주민배심원제 도입을 제안해 광주광역시 남구에서 주민배심원단 구성, 공무원과 주민 대상 교육, 주민 그룹 면담 등을 진행해 온 이광재 사무총장은 "남구에서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실험이 진행 중 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주민들이 직접 주민들의 눈높이에서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평가, 심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이 과정을 통해서 주민들은 지역 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광재 사무총장과의 인터뷰는 유선으로 진행했다.

 

-. 주민들이 공약이행 평가를 하는 것이 전국적으로 최초인가.

"정당의 공직후보자 선출을 위한 시민배심원단 구성 사례는 있지만 지자체의 공약 이행 여부 등을 심사하는 배심원단은 전국적으로 처음 시도하는 사례다. 또 대개의 경우 배심원단을 원하는 유권자를 모두 배심원단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공약이행 평가를 위한 배심원단은 여론전문기관을 통해 추첨한 것이다."

 

-. 지자체에 이미 공약이행 평가위원회가 있다. 주민배심원단의 역할과 중첩되지 않겠나.

"구성과 역할, 의미면에서 그 성격과 기대치에 차이가 있다. '공약이행평가심의위원회'는 일반적으로 특정 분야의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다. 전문가들은 이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신의 학술, 학자적 명예가 되었든 또 다른 이익이 되었든 이해관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그러나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시민들이 참여함으로써 그 위험성이 사라진다. 또한 시민들이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갈등 상황에 대해 토론하고 결론을 낸다면 그것은 전문가들 보다 더 퍼블릭(public : 공공적인) 한 것이다. 실제로 그런 사실들이 있다. 성격이 다르니 활동 내용 등도 다르다."

 

-. 주민배심원단 구성과 운영, 공약이행 평가 등은 매니페스토본부에서 주도하나.

"그렇지 않다. 본부는 배심원단으로 활동할 주민들이 스스로 평가 기준, 운영 원칙 등을 결정해 활동하도록 교육 시켜주고 도움을 줄 뿐이다. 나머지는 배심원단에서 결정해 운영할 것이다. 정치권에서 경선을 위해 배심원단을 운영했는데 자기 사람을 뽑았지 인구비례에 의해서 무작위로 구성하지 않았다. 모집부터가 다르다. 그래서 의미있는 과정이 될 것이다."

 

-. 배심원단이 직접 결정하고 운영한다는 의미인데 어떤 의미가 있나.

"배심원단 구성 전에 공무원과 주민들을 상대로 1차 교육을 했다. 배심원단 활동은 직접민주주의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다. 이것의 전형은 캐나다 브리티시 칼럼비아주(洲) 시민의회(BCCA)와 세계과학회의(WCS)가 롤 모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산항만(북항)재개발을 위한 부산시민 공론조사가 그 사례다. 부산항만 공론조사 때 무작위 추첨을 통해 배심원단 선발해 마스터플랜을 결정한 선행 사례가 있다. 호주는 이런 방식으로 개헌을 하기도 했다.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실험이 될 것이다. 정치가 전문가에게 맡기면 결론이 나지 않던 문제들이 주민들에게 맡겼더니 공공성에 기초한 합의가 이뤄진 사례다. 이런 점에서 남구에서의 공약이행평가 주민배심원단의 활동은 의미가 있다."

 

-. 처음으로 추진하는 것인데 서울이 아니고 굳이 광주 남구청인가.

"본부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지방자치 활성화, 주민자치 등과 관련한 아이디어 페이퍼를 전국 지자체에 발송한다.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제안인데 지난해 11월 광주 남구청만 유일하게 함께 해보자고 연락해 왔다.

지자체에 평가위원회가 있지만 대개의 경우 단체장과 친분이 있는 전문가, 평가위원 위주로 평가단을 구성하는 것이 관성화 되어 있다. 그런데 남구청장은 용기를 낸 것이다. 그래서 먼저 공무원들을 상대로 교육을 시키고 선행 사례 등에 대해 연구하고 학습을 했다. 모든 지자체에 제안했는데 남구만 함께 해보자는 응답을 받았다. 평가 과정에서 공약 사항이 미주알고주알 공개되기 때문에 쉽게 용기를 내지 못한 것 같다."

 

-. 주민배심원단 선발은 남구청이 한 것인가.

"아니다. 남구청은 행정적 지원만 할 뿐이다. 배심원단 선발은 본부도 관여하지 않은 사항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에 맡겼다. 인구비례에 따라 무작위 추출해 참여 의사를 묻고 동의한 주민들을 50명으로 압축했다. 외부 기관을 통해서 선정한 것이다. 그래야 의미가 있다. 인위성은 최대한 배제한 것이다. 그 후 매니패스토본부가 주민들을 직접 면담해서 적극성 등을 따져서 최종 선정한 것이다."

 

-. 풀뿌리 민주주의 측면에서 어떤 기대를 할 수 있나.

"대의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현대사회의 운영 모델이지만 점차 요구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사회를 모두 대변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가미하려는 움직임이 생긴 것이다. 배심원제에 직접민주주의의 지향점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직접민주주의가 실험되고 있는 것이다."

 

-. 주민들을 면접한 소감은.

"2시간 여 동안 대면 면접을 했는데 감동받았다.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고 오신 분들도 계셨지만 열의가 대단했다. 어떤 분은 실수로 배심원단에 참여하겠다고 전화기 버튼을 눌렀다는 분도 계셨는데 하기로 했고 의미도 있는 일이니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하는 분도 있었다. 배심원단에 참여하신 분들은 옆 집에 사는 주민들을 대신해 구정을 살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결과를  보다는 과정을 잘 지켜보고 기록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 어떤 과정을 거치나.

"배심원단의 활동은 올 12월까지다. 주민들 스스로 평가 기준과 운영 원칙, 일정을 결정해 추진된다. 먼저 구청에서 구청장의 공약 사항과 이행 정도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배심원단은 공청회와 토론을 통해서 평가 보고서를 작성해 구청장에게 제출하고 이를 공개한다. 단체장이 이 평가 보고서를 채택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개의 경우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주민들의 보고서는 채택할 것이다."

 


태그:#공약이행평가 주민배심원단, #매니페스토실천본부, #광주광역시 남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