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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골당
 납골당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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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납골당! 아무래도 옮겨야 할 것 같아. 갑자기 공사를 한다면서 말이 많아. 속상해 죽겠어!"

친구는 돌아가신 엄마의 유해를 납골당에 모셨다. 거리도 멀고, 관리도 어려운 선산보다는 찾아가기 좋은 가까운 사찰 납골당에 모시기로 결정한 것이다.

"엄마는 유해를 뿌려 달라고 했어. 차라리 엄마 유언을 따랐더라면 이런 속상한 일도 없었을텐데…. 아버지가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면, 나중에 서운할 것 같다고 하셔서 납골당으로 모신 건데…. 이제 와서 옮기니 마니 말이 많으니, 아버지도 충격을 받아서 많이 편찮으셔…."  

어머니 모신 지 백일 무렵, 유해 옮겨야겠으니... 그리 알라

돌아가신 어머니를 납골당에 모시자고 한 결정은 장례식장에서 급히 이루어졌다. 암으로 몇 달 병석에 계셨기는 했지만, 회복하고 있어서 장례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상을 치르고 있는데, 병원 장례식장 직원이 와서 묻더라고. 매장을 할 것인지 납골당에 모실 것인지…. 엄마를 보낸 슬픔도 슬픔이지만, 손님 치르랴 뭐하랴 정신이 없다 보니 여기저기 알아볼 겨를도 없었고…. 뭐! 특별한 문제가 있을 것 같지도 않고 해서 장례식장에서 결정한 거야."

어머니를 납골당에 모신 지 백일 정도 되었을 무렵, 납골당 관계자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사정이 생겨서 어머니의 유해를 옮겨야겠으니, 그러게 알라는 것이다.

"어머니가 모셔져 있는 단을 바꿔야 된다는 거야. 들어갈 때, 납골당 비용 300만 원에 5년 치 관리비를 포함하여 선납해 놓았어. 이제 와서 옮기라니 무슨 말이냐며 따졌지만, 처음부터 그런 조건으로 계약된 거라면서 옮겨달라고 하더라. 꼭, 사기당한 것 같이 황당하더라고."

지금까지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추스르지 못해 툭 하면 눈물 바람인 친구는 이야기하는 내내 엄마 생각을 하며 펑펑 울었다. 친구의 하소연을 듣고 납골당 측에 문의를 해보니, 계약 당시부터 약간의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한다.

"원래 계약한 어머니의 납골당은 1인 실이었죠. 납골당에 들어 올 당시에 부부형이 여러 개가 비어 있어서 당분간은 비교적 넓은 부부형을 쓰다가 나중에 1인실로 옮겨드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부부형은 가격도 훨씬 비싼데, 말씀도 드리지 않고 그럴 리가 없지요."

그러나 계약서 어디에도 이후 어머니를 모신 자리를 이동한다거나 공사를 할 수 있다거나 하는 조건은 명기되어 있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계약서에 표시된 어머니의 자리와 실제 봉안된 자리의 호수도 차이가 있었다. 어찌된 일인지 계약서상에 명기된 납골당 이용한 비용과 실제 납골당에 들어간 비용 사이에도 많은 차이가 있었다.

납골당 측, "나중에 옮길 수 있다"고 가족에게 전했다 

엄마의 납골당을 찾은 친구
 엄마의 납골당을 찾은 친구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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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확인한 바로는 납골 사용료 명목으로 납골당에 전달된 비용은 총 300만 원이었다. 그러나 계약서에 적혀 있는 금액은 납골당 사용료 명목으로 시주 금액이라고 처리되어있는 150만 원과 납골당 5년 치 관리비 15만 원 등 165만 원이 전부였다. 그렇다면 나머지 135만 원은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했다.

납골당 측에서는 계산이 틀리지 않았으며 300만 원도 크게 할인된 가격이라고 했다. 원래 1인용 납골당 사용료의 경우 위치에 따라 100만 원부터 400만 원까지인데, 어머니처럼 성인 눈높이에 위치하는 단은 로얄단으로 분류, 350만 원~400만 원이 일반적인 가격이고 거기에 유골함 가격(70만 원)과 선납해야 하는 5년치 관리비(15만 원)가 추가되면 500만 원에 육박하지만, 그 모든 것을 포함해 300만 원을 받았으니 월등하게 저렴한 가격이라는 것이다.

실제 납입한 금액 300만 원과 달리, 계약서상 165만 원이 게재된 것에 대하여 몇 차례 궁금증을 가지고 관리사무소 측에 문의를 했다. 돌아온 대답은 저렴한 가격으로 해 주었다는 등 엉뚱한 말만 늘어놓았다. 

유족 측, "말 들은 기억 없다"... 이럴거면 왜, 꽃장식 했나?

더구나 유골함 가격은 유골함 공장으로 직접 들어가는 금액이라 중계만 할 뿐이니 납골당 측이 실제로 받은 돈은 250만 원이 전부라고 한다. 사용료가 300만 원 이상인 로얄단을 5년치 관리비 15만 원을 포함해 250만 원에 계약했으니, 최대한 배려를 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 와서 엄마의 유해가 모셔진 단이 계약서에 명기된 1인용 단이 아닌 임시로 사용하기로 한 부부단이라 둘로 나누어 1인용 단을 하나 더 만들어야겠다는 것이다.

납골당 측은 계약 당시 가족에게 임시로 부부단 즉, 넓은 곳을 사용하다가 나중에 옮길 수도 있다는 말을 전했다고 하지만, 가족들 중 누구도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이 없다고 한다. 다만 처음 납골당에 모실 때만 해도 시설 개장 초기라 대부분 썰렁하리만큼 비어있었기 때문에 아무 곳이나 마음에 드는 자리를 선택하면 그곳을 사용하게 해 주겠다고 해서 지금의 자리를 선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옮겨야 된다고 했다면 꽃 장식을 왜 했겠어? 1인용은 사이즈 꽃장식은 5만 원이고, 부부용은 10만 원이야. 3개월 만에 옮겨야 한다면 뭐, 하러 그랬겠어? 옮긴다는 생각은 꿈에도 없었지."

유족의 항의가 이어지자, 납골당 측에서는 몇가지 제안을 해왔다. 지금 사용하는 부부단을 추가 비용 없이 그대로 사용하되 아버지가 돌아가실 경우, 그때 추가로 비용을 납부하고 사용하는 방법과 부부단에 대한 비용 100만 원을 추가로 지불하고 이후 계속해서 사용하는 방법(추후 추가 비용 없음)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미 마음이 상한 가족은 더 이상 그곳에 어머니를 모시고 싶어 하지 않았다. 납골당 측에 계약 해지와 함께 환불을 요청했다. 납골당 측에 300만 원을 냈고, 납골당 측의 사정으로 계약조건을 이행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300만 원을 돌려주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납골당 측에서는 이런저런 비용을 들어 200만 원만 돌려 주었다.

유골함은 이미 사용하고 있으니, 돌려줄 수 없고 중간에 영업사원에게 들어간 수수료(보통은 20%~30% 선이라고 함) 또한 이미 지불된 것이라 부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공정위 지침에 따라 선 납부된 관리비 중 일부 역시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

"유골함 값 말야... 그거 받는 납골당은 없더라"

엄마를 잃은 지 겨우 백일 만에 엄마의 유해를 놓고 납골당 측과 실랑이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 가족을 힘들게 했다. 결국, 100만 원의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엄마의 유해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납골당 측과 싸워봐야 고인이 된 엄마나, 살아 있는 가족들에게 상처만 될 뿐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옮기고 나니 기분이 홀가분해. 아버지도 좋아하시고…. 다른 곳에 옮겨보니 거기가 잘못된 걸 알겠더라. 납골당 비용과 관리비 모두 합산한 금액으로 현금영수증도 받았고, 계약서도 꼼꼼히 읽어봤어. 유골함 값 말야. 그거 받는 납골당은 없더라. 물어보니까 장례식 비용에 다 포함되는 거래. 엄마 돌아가시기 전에 조금만 알아봤더라면 이런 일 당하지 않았을 텐데…. 우리가 너무 몰라서 당한 거지 뭐."

수차례 언론의 질타를 받아왔지만, 가족을 읽은 유족의 슬픔을 미끼로 지나친 폭리를 추구하는 장례식장과 상조회사의 행태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납골당 이용이 증가하다보니, 납골당 관계자까지 끼어들어 유족의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장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작은 약관까지 챙겨보지 못한 유족의 책임도 없다 할 수 없지만, 슬픔에 잠겨 올바른 판단이 어려운 유족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정부차원에서 엄격한 규정을 마련하고 감시와 감독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다.


태그:#납골당, #장례비용, #상조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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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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