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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신청인 진술이 바뀌어 일관성이 다소 떨어져도 전체 정황으로 봐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할 정도가 아니라면 난민인정 신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코트디부아르 국적인 아비 지리뇽 필로멘(여,48)은 로랑 그바그보 대통령과 같은 종족인 베테족의 일원으로 부아케 지역에서 집권당인 FPI의 여성 코디네이터로 활동했는데,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내전이 발생한 이후 FPI 지역 서기관인 사촌오빠 집에서 기거하면서 정치활동을 했다.

그러던 중 2004년 반군으로부터 베테족의 일원으로서 FPI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사촌오빠가 살해당하고, 자신도 심한 구타를 당하다가 가까스로 구조된 뒤 2005년 3월 한국에 입국해 "코트디부아르로 귀국할 경우 반군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며 난민인정 신청을 했다.

법무부는 그러나 2009년 6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제1조와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 제1조에서 난민의 요건으로 규정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를 가진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난민인정을 불허했다.

출입국관리법에 의한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종, 종교, 민족,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자신의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에 해당해야 한다.

난민 인정의 요건으로서 그 외국인이 받을 '박해'란 '생명, 신체 또는 자유에 대한 위협을 비롯해 인간의 본질적인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나 차별을 야기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같이 법무부가 난민 인정을 불허하자 필로멘은 법원에 문을 두드렸으나, 1심과 항소심은 필로멘이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난민인정불허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면담조사 당시에는 원고와 사촌오빠가 대통령과 인척관계에 있기 때문에 반군의 표적이 됐다고 주장하다가, 소송에 이르러 인척관계는 아니고 같은 종족일 뿐이라고 진술한 점, 사촌오빠가 살해당하고 자신이 폭행당한 시점에 대한 진술이 계속해서 바뀌어 원고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돼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설령 원고의 주장대로 종족이나 정치적 활동 등을 이유로 반군으로부터 심한 구타를 당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속한 베테족은 코트디부아르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최대 종족이고 집권당인 FPI의 당원의 수 역시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FPI에서 특별히 반군의 표적이 될 만한 지위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2007년 대통령과 반군지도자 사이에 평화협정이 체결돼 대통령이 반군지도자를 총리로 임명하는 등 내전이 실질적으로 종료된 이후 정세가 호전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원고가 귀국할 경우 반군의 표적이 돼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가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코트디부아르 국적의 아비 지리뇽 필로멘이 "본국으로 송환되면 반군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다"며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난민인정불허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난민 인정'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박해의 경험에 관한 난민신청인의 진술을 평가할 때 진술의 세부내용에서 다소간의 불일치가 발견되거나 일부 과장된 점이 엿보인다고 해서 곧바로 신청인 진술의 전체적 신빙성을 부정해서는 안 되고, 그러한 불일치와 과장이 박해의 경험에 따른 정신적 충격이나 난민신청인의 궁박한 처지에 따른 불안정한 심리상태, 시간의 경과에 따른 기억력의 한계, 우리나라와 서로 다른 언어감각의 차이 등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진술의 핵심내용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일관성 및 신빙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난민신청인이 여성으로서 심각한 박해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그 가능성과 이에 따른 특수성도 진술의 신빙성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염두에 둬야 한다"며 "그리고 만일 난민신청인이 주장하는 과거의 박해사실이 합리적으로 수긍되는 경우라면 그 출신국의 상황이 현저히 변경돼 박해 가능성이 명백히 소멸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난민인정의 요건인 박해에 관한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원심은 원고의 진술이 바뀌자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으나, 원고는 난민인정을 신청할 때부터 재판에까지 일관되게 FPI 당원으로 활동하다가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내전이 발생한 이후 사촌오빠 집에서 기거하면서 정치활동을 했는데, 2004년 반군의 습격으로 사촌오빠가 살해당하고 자신은 의식을 잃을 정도로 심한 폭행을 당했고 이후 목사의 도움으로 병원 치료를 받다가 반군의 위협을 피하고자 한국에 입국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1심이 인정한 코트디부아르의 국가정황에 비춰 충분히 그 발생 가능성을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또 "원고의 진술내용이 세부사항에서 서로 불일치하더라도, 이는 여성이 원고가 겪었을 정신적 충격, 난민신청인으로서 처한 처지, 시간의 경과에 따른 기억력의 한계, 우리나라와 코트디부아르 사이의 언어감각 차이, 코트디부아르의 정치상황 등을 감안할 때 원고 주장의 전체적 신빙성을 부정할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원고에 대한 과거의 박해사실이 인정된다면 1심 판결이 드는 2007년 3월 평화협정 체결과 같은 잠정적 과도적 조치만으로 코트디부아르에서 원고가 종족이나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명백히 소멸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며 "따라서 원고에게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난민인정의 요건으로서 박해가능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어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낸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난민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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