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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구 삼산동 신나는어린이도서관 어린이들이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인천 부평구 삼산동 신나는어린이도서관 어린이들이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었다.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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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신이 났다. 대한민국 국회의사당의 숨겨진 비밀을 알았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가면 엄마, 아빠에게 할 얘기도 많이 생겼다. 멀게만 느껴졌던 국회의사당엔 볼거리도 많았다. 인천 부평구 삼산동의 후정초등학교 6학년 최예인 어린이는 "이렇게 클 줄 몰랐고, 재미없을 것 같았는데, 예상외로 신기한 것이 많았고, 마치 박물관처럼 많은 것이 전시돼 있어 느낌이 색달랐다"며 "국회의사당은 한번쯤 꼭 가 봐도 될 만한 곳"이라고 추천했다.

24일 오전 9시, 삼산1동 미래타운 상가에 위치한 신나는어린이도서관(관장 김미진) 앞에 어린이 40명이 모였다. 신나는어린이도서관이 창의체험활동으로 마련한 국회의사당 방문에 함께 하기로 한 학생들이다. 이들은 후정초와 한길초, 삼산초 등에 다닌다. 버스에 오른 어린이들은 출발부터 시끌시끌했다. '안전벨트를 매야 출발한다'는 도서관 선생님들의 말에도 듣는 둥 마는 둥, 통제가 되지 않았다. 오후 2시가 다 되서야 끝나는 일정인데, 아이들이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잘 따를지, 걱정이 앞섰다.

버스가 출발하고 난 후 김미진 관장이 마이크를 잡고, 국회의원과 4월 11일 실시되는 19대 국회의원선거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어린이들의 예상외 반응에 김 관장은 진땀을 흘려야했다.

국회의사당을 방문한 삼산동 신나는어린이도서관 어린이들이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국회의사당을 방문한 삼산동 신나는어린이도서관 어린이들이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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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이 뭘 하는 사람일까요?"
"법을 만들어요.", "악한 사람이에요.",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요.","하하하"
"국회의원은 법을 만들고 고치는 일을 하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세금으로 모인 국가의 예산이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럼 세금은 누가 내죠? 엄마, 아빠가 내고 있죠?"
"아니요. 우리가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때도 세금을 내는 것으로 아는 데요.", "우와~ 똑똑하다."

"4월 11일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죠? 이때 국회의원을 뽑는데, 집에 후보에 대한 선전물이 많이 올 거예요. 그럼 부모님한테 공약을 보고 실천이 가능한 공약인지 잘보고 꼭 투표하러 가자고 하세요. 그러면 국회의원은 어떤 사람이 돼야 할까요?"
"지혜롭고 착한 사람이요.", "꾀 많은 사람이요.", "미친 사람이요.", "사람 때리는 사람이요.", "하하하"
"국회의원은 자신이 내건 공약을 잘 실천하고 정직한 사람이 돼야 해요. 그리고 국민의 의견을 잘 대변하는 사람이 돼야겠죠?"

"해태상 밑에 백포도주가 묻혀있다"

어린이들이 국회의사당 제1회의실에서 국회홍보기획관실의 김보라씨에게 국회의사당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어린이들이 국회의사당 제1회의실에서 국회홍보기획관실의 김보라씨에게 국회의사당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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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한지 40여분 만에 국회의사당에 도착했다. 먼저 국회에 관한 개괄적 역사를 전시해 놓은 국회의사당 4층을 구경하고,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제1회의실로 향했다. 이곳에서 국회홍보기획관실의 김보라씨가 국회의원의 활동과 국회의사당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씨는 국회의원의 활동에 대해 설명한 후 "국회의사당 입구 양쪽에 세워진 해태상 밑에는 백포도주가 36병 묻혀있다"며 "1975년 8월에 지어진 이 건물의 100주년이 되는 2075년에 백포도주를 개봉해 기념 축배를 들 예정이다.

해태상과 포도주의 조화로 건물이 영구히 보존되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사당 건물의 둥근 지붕(돔)이 지을 당시는 동판을 사용해 붉은 색이었으나 점점 녹이 슬어 현재의 녹색을 띠게 됐다"며 "지붕의 무게만 1000톤이 넘으며, 지붕을 받치는 기둥 24개는 24절기와 24시간,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을 의미한다. 돔 지붕은 이 국민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은다는 의회민주정치를 상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회의사당 건물은 남북통일을 대비해 크게 지었으며, 본회의가 열리는 제1회의실 말고도 같은 규모의 제2회의실을 구비해 남북통일을 대비하고 있다"며 "제1회의실 국회의장실 뒤 벽에 설치된 큰 배지는 국회의원들이 착용하는 배지와 같은 모양이다. 국회의원 배지는 순금이 아니라 은으로 만든 제품에 도금을 한 2만 2000원짜리이며, 당선 시에는 무상으로 지급하지만 분실할 경우 국회의원이 돈을 내고 다시 발급받아야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밖에도 국회의원의 임기와 국회의원 수, 국회 회의 과정 등을 설명했다. 국회의사당 방문을 마친 후 어린이들은 국회방문자센터(헌정기념관)로 향했다. 이곳에서 어린이들은 국회와 헌법의 역사 등 국회와 관련된 다양한 전시실을 관람했다.

어린이 국회의원을 뽑다

국회의원 모의투표에서 어린이들이 투표를 하기 전 후보자들의 공약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
 국회의원 모의투표에서 어린이들이 투표를 하기 전 후보자들의 공약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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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 관람 후에는 의원회관으로 가서 식사를 한 후 국회의원 모의투표를 진행했다. 참가 어린이 중 4명을 후보로 정하고 당 이름과 공약을 만들어 유세를 한 후 어린이 국회의원을 뽑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

기호 1번으로 나온 이건우(6년) 어린이는 '여우당'이라는 당명으로 ▲학생 1인당 노트북 한 대 배치(전자교과서의 완성화) ▲일제고사 폐지(학생들의 등급을 매기는 시험이어서) ▲대학등록금 감소(등록금 때문에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많아서)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기호 2번 노정현(6년) 어린이는 '엔젤(천사)당'으로 ▲물가를 내리겠다 ▲대학등록금을 무료로 하겠다 ▲놀이터 안에 수영장을 설치하겠다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기호 3번 백승준(6년) 어린이는 '승준이당당'으로 ▲대통령을 도와 대한민국의 경제를 발전시키겠다 ▲나라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기호 4번 최재형(3년) 어린이는 '꽈당'으로 ▲학교를 놀이터로 만들겠다 ▲남자와 여자가 따로따로 공부하게 하겠다 ▲물건을 모두 50% 할인 판매하겠다 ▲어린이옷만 있고 장난감도 많고, 가격이 싼 어린이 전용 백화점을 만들겠다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선거 유세에선 기호 3번 백승준 어린이가 가장 큰 호응을 받았다. 공약과 연설문을 열심히 외우며 준비한 덕택이다. 하지만 공약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세가 끝난 뒤 어린이들을 이끌었던 일일교사들은 "인맥이나 친하다고 표를 주면 안 되고 공약이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고 좋은 가를 보고 뽑아줘야 한다"고 일러줬으며, 투표용지를 받은 어린이들은 비밀투표 장소로 가 투표했다.

국회의원 모의투표 후 진행한 개표에서 투표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자신이 투표한 후보자가 호명되자 환호하고 있다.
 국회의원 모의투표 후 진행한 개표에서 투표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자신이 투표한 후보자가 호명되자 환호하고 있다.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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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개표가 시작됐는데, 어린이들은 투표된 기호가 불릴 때마다 큰 함성과 한숨을 동시에 내뱉었다. 투표 결과 기호 3번 백승준 어린이가 가장 많은 표를 얻어 당선됐다. 백승준 어린이는 "공약한 것처럼 나라의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말했다. 개표 결과가 발표된 후, 일부 어린이들은 "투표는 역시 공약보다는 인맥"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백승준 어린이는 "인천의 송도국제도시처럼 우리나라의 모든 도시들을 발전시키겠다고 유세에서 말했다"며 "국회의원을 하려면 공약도 중요하지만 말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을 잘한 것이 당선에 영향을 많이 준 것 같다"고 반박했다.

모의 투표를 마치고 국회의사당 앞 잔디밭에서 기념촬영을 한 후 어린이들은 인천으로 향했다. 그 버스 안에서 국회의사당 방문 소감을 적었다. 노정현(후정초 6년) 어린이는 "국회의원이 중요한 일을 한다는 것을 알았고, 친한 친구와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며 "특히 어린이 국회의원을 뽑을 때 2표 차이로 떨어져 아쉬웠다"고 소감을 말했다.

장현서(후정초 5년) 어린이는 "처음에는 국회의사당에 평생 들어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국회의사당을 구경하게 돼서 신기하고 기뻤다"며 "국회에 대한 설명도 듣고 숨겨진 비밀도 알게 됐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해태상 밑에 백포도주가 있다는 사실이다. 또 국회의원 배지가 도금했다는 것도 인상 깊었다. 나중에 국회의원이 돼서 백포도주도 마시고 배지도 달아봐야 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국회의사당, #국회의원 선거, #삼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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