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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초원에서 만난 유목민 가족.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여유만 있다면 조금 더 그들의 삶을 모습을 보고 싶지만, 시간이라는 족쇄를 차고 있기에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여행의 종착지로 향한다. (이전 기사: 하늘 아래 가장 행복한 집을 소개합니다.)

조금씩 주변을 덮어 오는 어두운 그림자. 히말라야 산 중턱에 걸린 태양이 온 힘을 다해 빛을 발산해 보지만 넓은 티베트를 덮기에는 그 힘이 부족하다. 기계의 힘에 의존해 어두운 길을 뚫고 달려가는 자동차. 녀석도 지쳤는지 쉬었다 가자며 말썽을 부린다.

늦은 밤 도착한 티베트 민박. 조명 하나 없이 이곳에서 화장실은 물론 음식은 상상할 수 없기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이불 속에 들어가 잠을 청한다. 흔들리는 창문 사이로 빠르게 들어오는 바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방안을 맴돌며 이불 속으로 나를 밀어 넣는다.

밍밍한 육수의 '중국식 국수'... 여행자에겐 최고의 아침 

티베트 작은 마을에서 맛 본 중국식 국수. 다소 심심하지만 따듯한 국물은 최고이다.
 티베트 작은 마을에서 맛 본 중국식 국수. 다소 심심하지만 따듯한 국물은 최고이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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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흔들리던 창문에서 따듯한 햇살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뼈마디 마디에서 소리가 들리는 듯 온몸이 굳어 버린 상황. 차가운 이불에서 벗어나 식당으로 가 몸을 녹일 수 있는 음식을 부탁한다. 5분이 지나지 않아 뚝딱 만들어 온 중국식 국수. 밍밍한 육수에 다소 간이 부족하지만 밤새 추위에 떨었던 여행자에게는 최고의 아침 식사가 아닐 수 없다..

힘을 모아 유류차를 밀고 있는 사람들. 유류가 가득찬 차는 1m도 움직이지 않는다.
 힘을 모아 유류차를 밀고 있는 사람들. 유류가 가득찬 차는 1m도 움직이지 않는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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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로 얼었던 몸을 녹이고, 가방 한쪽에 넣어두었던 물티슈를 꺼내 깨진 유리를 거울삼아 바라보며 간단히 세수하고 떠날 채비를 하고 차에 오른다.

지프에 올라 달린 지 20여 분, 저 앞에서 도로를 가로막고 멈춘 유류 차가 눈에 띈다. 많은 사람이 붙어 밀어도 꼼짝 하지 않는 녀석. 차에서 내려 거들어보지만, 어린아이 심통 부리듯 꼼짝 하지 않는다.

또 다시 멈추어 버린 자동차. 쉬지 않고 달려온 만큼 녀석도 피곤하지 않을까?
 또 다시 멈추어 버린 자동차. 쉬지 않고 달려온 만큼 녀석도 피곤하지 않을까?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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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티베트 오는 길 몇 번의 경험이 있어 이제는 익숙하지만 돌아가는 항공편이 정해져 있는 만큼 언제가 될지 모르는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도로를 벗어나 오프로드로 달린다.

'저 높이면 장애물도 아니지!! '
'응. 지금까지 더 심한 길도 왔는데 이쯤이야'

지금까지 어떤 길도 잘 달려온 녀석인 만큼 모래 언덕은 쉽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쉬지 못하고 며칠을 달려서 피곤한지 모래 중턱에 엎드린 듯 누워 버린다.

나에게 따라오라며 손짓을 하고 자전거를 몰고 가는 티베트 아이.
 나에게 따라오라며 손짓을 하고 자전거를 몰고 가는 티베트 아이.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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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만난 유류차와 똑같이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는 녀석. 무엇이 문제인가 보닛을 열어 살펴보니 연기가 자욱하다. 정확하게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유류차와 마찬가지로 이 녀석도 잠시 쉬고 싶을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에 생각에 쉬었다가 가기로 하고 달콤한 휴식을 취한다.

티베트 여인은 왜 이곳에서 물을 끓이는 것일까?

언덕 위에서 우리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티베트 꼬마가 알아듣지 못하는 티베트어로 말을 걸어온다. 알아듣지 못하는 내가 답답한지 따라오라는 듯 손짓을 하고 자전거로 길을 안내하는 녀석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한다.

동물 배설물을 태워 물을 끊이고 있는 티베트 여인. 아무도 없는 곳에서 왜 혼자 물을 끓이고 있을까?
 동물 배설물을 태워 물을 끊이고 있는 티베트 여인. 아무도 없는 곳에서 왜 혼자 물을 끓이고 있을까?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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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이끌림에 도착한 공터. 휑하니 아무것도 없는 공터 한쪽에서 양 배설물로 불을 지펴 물을 끓이고 있는 티베트 여인이 눈에 띈다. 이곳으로 이끈 꼬마 녀석과 어떤 관계인지 알 수 없지만, 여인을 사진으로 담으라며 카메라를 응시한다.

주변을 살펴보니 도로 공사 흔적이 눈에 띈다. 무력으로 티베트를 강제 점령한 중국 정부. 중국 정부는 군대를 앞세워 티베트인들은 원하지도 않는 도로 공사를 진행하였고, 그들의 삶을 통째로 바꾸어 놓았다. 아침이면 일어나 공사장으로 와 하루 10시간 이상 노동을 하며 하루 일당 30~50위안을 받으며 살아가는 티베트인들.

말도 통하지 않는 공간에서 나홀로 물을 끓이고 있는 여인의 모습에 옛 식민국의 핍박에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던 우리의 모습이 비친다.

카메라를 응시하는 꼬마 녀석들 얼굴에 옛 식민국의 힘든 삶을 살아야 했던 할머니, 할아버지 모습이 그려진다.
 카메라를 응시하는 꼬마 녀석들 얼굴에 옛 식민국의 힘든 삶을 살아야 했던 할머니, 할아버지 모습이 그려진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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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배낭돌이)를 이곳으로 이끌어온 꼬마 녀석과 주변으로 몰려든 아이들. 녀석들이 이곳에서 일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녀석들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표정을 바라보고 있으니 옛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진다.

언제쯤이면 이들에게도 조국이 생길까? 이 아이들이 자라 20대가 되었을 때는 중국어가 아닌 티베트어를 사용하며 식민국이 아닌 자신들의 나라를 발전시키고 만들어 갈 수 있는 티베트가 되길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티베트, #식민국, #자유, #여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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