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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일어났던 제천 A초교 시험부정사건을 기억하십니까? 국민들도 놀랐지만 교사들의 충격도 컸습니다. 그 덕인지 교과부는 교육과정파행을 하지 말라는 공문을 더 자주 보내고 학교성과급기준에서 초등학교만 일제고사점수를 제외시켰습니다. 그런데 이 학교에서 올해는 일제고사 파행 문제를 제기한 교사들이 강제전보를 당했습니다. 저는 일제고사의 문제를 계속 제기해왔고 작년 일제고사 때 그 학교 5학년 아이들과 우리학교 아이들이 대천에서 해양수련활동을 같이 해서 남일 같지 않았습니다. 이에 교사의 눈으로 A초교와 제천지역에서 일어난 일을 3회에 나누어 정리해보겠습니다. - 기자말

 

지난 7월 진행된 일제고사가 끝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제천 A초는 일제고사 문제점을 제기한 교사들이 부당전보를 당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담임교체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지역사회도 이 문제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제천 지역에선 일제고사 시행 이후 3년째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부진아는 글도 못쓴다? - 제천 드레퓌스사건의 전말

 

 

이달 초 일제 모의고사(군교육청)를 치른 제천의 한 초등학교. 사흘 뒤 교장은 성적이 나쁜 46명을 불러 학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훈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군을 위반한 세 명에게 전학을 권유했습니다. '학교 평균 깎아 내리지 말고 떠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 학부모들은 발끈했습니다.(09.9.13 mbc)

 

2009년 당시 이 보도가 전국적으로 나가면서 학교장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같은해 9월 15일 전교조 충북지부가 일제고사 파행사례와 교육과정정상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이 일을 겪은 6학년 학생의 글을 공개하여 지역 언론에 파장을 일으켰다. 이 글에는 교장실에 불려갈 당시와 언론에 공개된 이후 변화까지 생생하게 나와있다. 이 학생의 아버지는 문화운동을 하던 분인데, 아이에게 이야기를 듣고 글로 쓰라고 해서 전교조에 제보한 것이다.

 

또, 아버지가 집에서 쉬시는 아이에게는 일해서 애 교육이나 시켜야지 왜 노냐며 나무라셨다.

한 명, 한 명 혼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손으로 바지를 꾹 움켜잡았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어대고, 손에는 땀이 났다. "느그들 엄마, 아빠 보고 돈 더 많이 벌어서 가정교사나 붙여 달라해! 병신같이 말이야" - 학생 글 중에서

 

다음날인 16일, 포털에는 이 글이 '너무 잘 써 대필의혹 부른 초등학생의 글'로 소개되면서 일제고사파행논란이 '대필'의혹으로 전환되었다. 기자는 그 이유로 맞춤법에 대부분 어긋나지 않고 문장구성이 매우 자연스러운 점, 초등학생이 쓰는 용어로 볼 수 없는 수사가 사용되고 출처가 불분명한 것을 들면서 여러 학생 증언을 짜깁기 했다는 식으로 보도하였다. 

 

논란이 커지자 전교조 충북지부는 이 학생이 평소에도 글을 잘 써서 각종 글짓기 대회에 입상을 하고 학생소설까지 썼다는 것을 지역언론에 모두 알렸다. 이 기사를 쓴 교육청 출입 Y기자, 연합뉴스 기자 2명에게는 학생 아버지 연락처를 가르쳐주어 사실확인을 하게 하였다. 17일 10시에는 해당 기자가 의혹을 해소했다는 연락까지 받고 정정보도를 하겠다는 답변까지 받았다.

 

 

그런데 정정보도는 뒤늦게 19일에야 나오면서 학생과 학부모 모두 큰 상처를 받았다. 학교장에게 받은 수모뿐만 아니라 그 진실을 제대로 보지 않고  왜곡보도한 언론 때문에 더 큰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이다. 당시 전교조 충북지부는 17일에 반론보도를 냈지만 대다수의 언론은 잘못된 첫 기사로 내용을 받아썼다.

 

당시 이 글을 쓴 기자가 교육청 출입기자라는 점 때문에 누구의 사주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이가 이 과정에서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를 생각하고 왜 학교에서 이런 비정상적인 일이 일어났는지 심층보도를 해야 하는 것 아닐까? 게다가 제천에서는 법적 권한도 없는 교육장이 공문도 시행하지 않고 군교육청 시험을 3번이나 봤다. 그 학교장은 부정확한 기준으로 학생들을 나누고 미달학생 뿐 아니라 기초학력인 아이들까지 다 데려가 모욕을 준 것이다.

 

혹자는 학교나 교과부가 자의적으로 정한 '부진아'라는 낙인 때문에 한 아이의 능력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왜곡했다는 이유로 이 사건을 '제천판 드레퓌스사건'이라고 하였다.  초등학생이라도 4학년 정도면 사회문제에 자기 의견을 논리적으로 제시할 능력이 된다. 또 고학년이 되면 국어와 수학 능력이 아주 차이나서 교사도 놀라는 아이들이 있다. 그래서 이 글을 보고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아이를 이상한 시험으로 부진아 운운하네"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런데 기자들은 어떠했는가? 초등학생의 수준에 대해 잘 모르는데다 이미 교과부나 교육청에서 '미달'학생이라고 낙인을 찍어버렸다. 이런 선입견을 갖고 학생의 글을 보니 도저히 '학력미달' 학생이 쓸 수 없는 것이라고 단정을 짓고 의심할 수밖에. 이는 비밀편지에 있던 'D' 때문에 간첩으로 몰리고,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진실을 외면당한 '드레퓌스사건'의 재판 아닌가? 아니, 언론에 의해 만신창이가 되고 잠시라도 대필의혹을 받은 대상이 '초등학생'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보도로 정작 질책받아야 할 제천교육장이나 충북교육청의 행태는 묻혀버렸다.

 

시험부정사건, 그 학교만의 일이라고?

 

2010년 일제고사는 7월로 옮겨 13, 14일에 치러졌고, 뒤이어 현직 교감이 답을 가르쳐줬다는 제보가 학부모를 통해 나왔다는 보도가 있었다. 전교조충북지부는 7월 19일에 시험감독부정이 제천만이 아니라 충북 전체에서 이뤄졌다면서 제보받은 사례 중에서 13건을 발표하였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오히려 관련자를 공개하라고 하면서 책임을 회피하였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시험부정을 저지르면 교사로서의 불명예 뿐 아니라 승진에도 지장이 큰데 말이다. 현장에서는 2010년부터 정보공시제에 의해 일제고사 결과를 등급별로(보통이상, 기초학력, 미달)로 공개하기 때문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심지어 학교별 점수순위표가 학교현장에 돌아다녔으니 교육자로서 자괴감을 느낀다는 관리자들도 많았다.

 

이 사건은 국정감사에서마저 논란이 도교육청은 감사 결과 교감과 교사등 6명이 연루되었다면서 교감은 정직 1개월, 나머지 교사는 경징계를 하였다. 학교장은 물론이고 학교장회의에서 시험점수를 들먹이며 점수를 올리라고 압박한 제천교육청 관계자,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아무런 제재도 받았다. 징계를 받은 교사들 중에서도 3명이나 성과급 최고등급을 받았다. 결국 시험부정 사건을 한 학교의 문제로 치부하고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이다.

 

일제고사 파행 사례 여전, 문제제기하면 쫓겨난다?

 

2011년, 일제고사가 4년째 접어들면서 6학년 보충수업은 이제 일상이 되어버리고 점수를 올린 교육청관계자들은 승진가도에 접어들었다. 이에 전교조 충북지부는 3월부터 학교들의 문제풀이 수업이나 학생, 학부모의 동의를 받지 않은 보충수업 사례를 수집하고 도교육청에 관리감독을 요청하였다. 이 중 제천지역이 가장 상황이 심각하여 전교조 제천단양지회가 처음으로 5월 4일에 기자회견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교과부나 도교육청의 2011년 국가학업성취도평가 시행규칙에 위배되므로 시정하라고 요구하였다.

 

<제천 초, 중학교들의 사례>

 

1. 초등 : 일제고사 전까지 6학년 대상 0교시, 7-8교시 보충 실시 학교 6개교

 - 일부는 5시까지 보충, 보충 안하면 학부모에게 지도계획서 제출 강요

 - 월말고사 진도 맞추느라 수업내용 압축해서 진행

 

2. 중학교 문제집 풀이(미참여시 강제 자율학습 참가)

◈ 이상은 2011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기본계획(교과부, 도교육청) 중 지침 위반 사항임

 

- 전교조 제천단양지회 보도자료 중에서 

 

 

그동안은 대부분 이런 기자회견을 하면 지역교육청에서 학교상황을 파악하고 시정조치하겠다는 답이 나왔다. 그런데 제천은 4월부터 교육장이 학교일은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며 만나주지도 않더니, 돌연 5월 18, 19일 교육청 게시판에 A초 학부모라는 이가 교사를 비난하는 글을 오렸다. "보충수업을 반대하는 무개념 교사'라거나 '사교육을 조장하냐'고 하더니 나중에는 '학교에 있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내용들도 있었다. 그 뒤 이 글이 인쇄되어 학교에 배포되고 석연찮은 폭행논란에 이어 이들 교사를 전보시키라는 서명운동 등 일련의 사건이 이어졌다. 결국 두 교사는 강제전보를 당하기에 이르렀다. 논리적으로는 이제 일제고사 파행에 문제제기하면 쫓겨날 각오까지 해야 한다는 선례를 남긴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제천교육청은 어떻게 나왔을까? 처음에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학부모가 A초 학부모가 아니고 내용이 사실이 아니므로 블라인드 처리를 해달라고 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그러다 정보통신법 위반으로 행정심판을 청구하자 그제서야 글을 내리면 행정심판을 취소하겠냐고 회유하였다. 8월 25일에 두 교사의 전보에 항의하러 간 학부모, 전교조, 지역주민들에게 제천교육장은 "나는 의전교육장"일 뿐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이 일의 실질적인 주체는 과연 누구일까?

 

도교육청은 사실관계도 확인되지 않았는데 교사에게만 경고조치를 하였다. 그리고 제천지역의 파행사례를 듣고서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제천교육청, 도교육청 모두 교육행정기관으로서 해야 할 일을 방기한 것이다.

 

일제고사 폐지가 대안

 

제천지역에서 이렇게 3년간 일제고사를 둘러싼 분쟁이 계속되는 건, 충북 전체에서 진행되는 일과 연관성이 크다. 2009년에는 도교육청이 시험점수를 올리기 위해 직접 나섰고, 2010년에는 지역교육청과 학교가 나서고, 2011년에는 점수향상도와 개인성적표 때문에 학교와 6학년 담임교사까지 점수 올리기에 혈안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민주적 교육행정과 교사나 관리자가 좋은 점수를 받아 청주 지역으로 오려고 하는 욕심까지 겹쳐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현장교사들의 이야기이다.

 

일제고사 성적을 학력과 동일시하는 일부 학부모들도 문제를 더 크게 만들고 있다. 참다 못한 시민들이 제천교육희망네트워크를 만들어 일제고사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해본다고 하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사회양극화나 지역격차로 생기는 교육격차의 문제가 일제고사 결과로 재생산되는 상황에서 올바른 교육의 길을 모색해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제천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일제고사이다. 현재 학생들이 배우는 교육내용이 발달 수준이나 지역 상황에 비해 매우 어려운데, 일제고사는 시험에 내기 좋은 문제 위주로만 실력을 평가한다. 문제풀이수업을 하지 않고서는 점수를 올릴 수 없게 되어 있다. 게다가 교과부는 시험점수로 전국 교육청, 학교를 줄을 세우고 학교성과급까지 주고 있다.

 

올해는 연구도 없이 작년도보다 일제고사 점수 향상도, 전국 수준과 비교한 개인 성적표까지 내보낸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이제 일제고사 점수는 일반 가정에까지 갈등을 일으키고 일제고사를 둘러싼 문제들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결국 교육적 효과는 없고 갈등만 키우는 일제고사를 폐지하는 것이 제천의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관련기사>

제천 A초 1탄 - 촛불든 초등학생들, 선생님 가지마세요

제천 A초 2탄 -의혹투성이 교권침해와 폭행시비 -- 일단 나가라?

덧붙이는 글 | 9월에는 올해 본 일제고사 성적이 공개될 예정입니다. 이 성적표 때문에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현장에선 걱정이 많습니다.


태그:#일제고사, #시험부정, #제천교육청, #충북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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