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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5일. 강희락 당시 경찰청장이 대변인실을 통해 사퇴의사를 밝혔다.

 

"현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제가 해양경찰청장으로 1년, 경찰청장으로 1년5개월 등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정무직으로 2년 반 가까이 일해 온 만큼 대통령님께서 집권 후반기 국정쇄신을 위한 새로운 진용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되고, 경찰 후진들을 위해 조직이 안정되어 있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여 용퇴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당시 강희락 청장의 사퇴는 임기를 7개월이나 남겨두고 이루어진 것이었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중요하게 추진하고 있던 G20을 3개월 앞두고 있었고, 강 청장이 2년 임기에 강하게 집착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사퇴 배경을 두고 뒷말이 많았다.

 

경찰의 피의자 고문사건과 아동성폭행사건 등이 잇달아 터진 데 치안총수가 책임을 진 것이라는 분석은 '공식 해명'에 가까웠다. 그리고 사퇴하기 이틀 전인 8월 3일, 대구와 강 청장의 고향인 경북 성주를 방문하면서 경찰을 동원한 것이 언론에 보도돼 청와대로부터 '엄중경고'를 받은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강 전 청장이 '함바집' 비리 의혹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함바집 비리로 인한 불명예 퇴진을 미리 막기 위해 중도사퇴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 함바집 수사 시작... 강희락, 7개월 남기고 중도사퇴

 

강 전 청장이 중도사퇴한 지 5개월 만인 10일 오후 2시 서울동부지검에 나타났다. 그는 지난 2009년 경찰 승진인사 때 청탁 명목 등으로  브로커 유아무개(64·구속중)씨로부터 1억 원의 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한 뒤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을 뒤로 한 채 굳은 표정으로 검찰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지난해 7~8월은 강 전 청장에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위태로운 시기였다. 당시 브로커 유씨에게 로비자금을 주며 청탁했던 업자들이 유씨를 고소·고발해 검찰에서 수사를 벌이고 있었다. 특히 검찰수사 결과, 강 전 청장은 같은 시기 유씨에게 "잠시 외국에 나가 있으라"고 해외도피를 종용하면서 40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강 전 청장은 자신에게 닥쳐올 '함바집 비리 사건'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임기를 7개월이나 앞둔 시점에 '중도사퇴'를 선언한 것은 그로서는 불가피했던 선택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가 사퇴한 지 3개월이 지난 지난해 11월 유씨를 구속하고 '함바집 비리사건' 수사를 정관계 로비의혹으로 확대했다. 

 

한 현직 경찰관은 "당시 강 청장이 갑자기 사퇴해서 사퇴를 할 수밖에 없는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최근 강 전 청장이 함바집 비리 의혹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난해 그를 중도사퇴 시킨 것은 결국 '함바집 비리'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전 청장 시절 '경찰청장 비판글'로 부당하게 파면됐다 1심에서 승소한 한 전직 경찰관은 "지난해 강 청장이 갑자기 그만둬야 할 내부적 이유는 없었다"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강남경찰서와 유흥업소 유착 비리가 2008년과 2009년에 연속해서 터졌다. 50~60명의 직원들이 파면 등 중징계를 받았고, 800여 명이 인사이동을 당했다. 그런데 주무지휘관인 한 간부는 2년 연속 총경으로 승진했다. 보통 연대징계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오히려 승진을 시켜준 것이다. '배후'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유씨도 최근 검찰조사에서 "지난 2009년 평소 알고 지내던 경찰간부들로부터 인사청탁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아 현직에 있던 강 전 청장에게 건넸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전국의 총경 이상 지휘관에게 양심고백 차원에서 유씨를 알고 있다면 어떻게 만났고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은 적이 있으면 다 적어 내라고 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검찰은 강 전 청장을 조사한 뒤 빠르면 오늘 중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해양경찰청장과 경찰청장을 지낸 전직 치안총감이 검찰조사는 물론이고 구속되는 것도 유례가 없는 일이어서 그의 구속은 경찰조직에 큰 상처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태그:#강희락, #함바집 비리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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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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