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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에게 지속적인 폭언과 인격모독 및 심각한 성희롱 발언은 물론 비상식적인 학교운영 등으로 교사들이 파면을 요구했던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 교장을 경기도교육청 징계위원회에서 '강등' 처분과 함께 연천의 초등학교로 교감 발령을 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경기도 의정부와 연천의 교사, 학부모들은 큰 충격과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해당 교장은 지난 3일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첫 번째 충격은 교사들의 탄원이 사실로 드러난 만큼 부정비리 척결의지를 보여 온 경기도교육청에서 엄중한 잣대를 적용해 배제징계를 할 것이라는 기대가 깨졌기 때문입니다. 두번째 혼란은 교육자 자격이 없는 사람이 초등학교 아이들과 교사들의 곁에 있게 되리라는 근심 때문입니다.

 

교사인 저도 이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충격과 혼란을 경험했습니다. 우선 아직까지 학교사회에서 교장이 일방적으로 교사들에게 폭언을 하고 전횡적인 행태를 할 수 있는 위계적인 학교 조직의 분위기가 존속한다는 사실에 놀라웠습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교사들이 교장의 성희롱 발언이나 파행적인 학사운영에 선뜻 나서기 힘들었다는 것을 알기에 고통 당했을 교사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러나 이와 비슷한 일들은 일선 학교 현장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경기교육감은 혁신적인데 경기교육은 바뀌지 않는 이유

 

그래서 새로운 학교, 혁신적인 경기교육을 강조한 경기도교육청에 거는 기대는 컸습니다. 교육계 비리가 척결되고, 교사들은 수업에 전념할 수 있응 민주적인 학교운영을, 학생들은 인권이 존중받는 학교를 기대하는 등 혁신적인 변화가 이뤄지리라 더 많은 기대를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 이번 사례와 같은 일이 근절되고 있지 않습니다. 학교장이 학교예산인 업무추진비를 개인적으로 전용하는 일이 관례라는 이름으로 공공연히 여러 학교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또 방과후 학교 강사비를 부당 수령한 교사와 그를 알고도 조치하지 않은 학교장에 대한 탄원을 제기해 사실로 드러나서 철저한 감사와 처벌을 요구했지만 관련자를 '경고'한 것에 그치는 일도 있었습니다.

 

학생 인권과 관련해서 경기도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제정을 추진하고 2학기부터 등교 시 교문지도를 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냈으나 오히려 아침정문지도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경기도교육청의 의지가 일선 학교현장에 잘 전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경우처럼 교사와 학부모들이 크게 용기를 내어 잘못된 것을 탄원하고 엄중히 처리해할 것을 요구하고, 감사를 진행한 해당교육청에서 배제징계를 건의했습니다. 하지만 경기교육청 징계위원회의 솜방망이 징계의결은 오히려 학교 현장의 이러한 자정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교원징계위에 전문가와 학부모 등 참여해야

 

경기도교육청 교원 징계위의 경우 위원 9명 중 학부모 1명을 제외한 8명이 전·현직 관리직 공무원입니다. 이런 인적구성에 따라 성희롱 교장한테도 관행적으로 온정주의와 감싸기식으로 인해 배제징계가 아닌 솜방망이 징계가 내려졌습니다. 진정으로 경기교육의 혁신을 추진한다면, 우선 징계위원회의 혁신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반수 이상 외부의 교육 관련 전문가와 교사, 학부모가 참여해 교육비리를 척결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장 부적격 교장·교감을 양산하는 승진시스템을 고칠 수 없다면 교장·교감 등의 학교 관리자가 분기별로 성교육 연수와 인권 연수를 함께 받도록 의무화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과 교사들 그리고 학부모가 행복한 진정한 경기교육의 혁신이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충익 기자는 전교조 의정부 지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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