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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청약 당시 최고 488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인천 '송도 코오롱 더 프라우' 아파트의 현재는 초라하다. 상가의 절반 이상은 텅텅 비어 있고, 그나마 상가의 대부분은 건설현장 노동자를 위한 함바식당이다.
 2007년 4월 청약 당시 최고 488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인천 '송도 코오롱 더 프라우' 아파트의 현재는 초라하다. 상가의 절반 이상은 텅텅 비어 있고, 그나마 상가의 대부분은 건설현장 노동자를 위한 함바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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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제일 구석에 있는 저 주상복합 아파트를 누가 사겠어요? 분양가 이하로 내놓겠다고 해도 사는 사람 없어요. 분양받은 사람만 고통이죠."

13일 오전 인천 송도신도시에서 만난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의 말이다. 그는 "4억5천만 원에 분양했던 232㎡(분양면적) 오피스텔은 현재 4억3천만 원에 매물이 나왔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처음엔 이 공인중개사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2007년 4월 청약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도 마찬가지일 터다. 이 주상복합 아파트의 이름은 '송도 코오롱 더 프라우'. 오피스텔 청약 당시 4885대 1이라는 전무후무한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던 바로 그곳이다.

지난 2007년 부동산 광풍에 휩쓸린 대한민국의 모든 이목을 송도로 집중시켰던 이 아파트의 현재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지난해 9월께 시작된 입주는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특히, 상가는 반도 차지 않았고 그나마 상가의 대부분은 인근 공사장 노동자를 위한 '함바식당'이었다.

이는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라는 장밋빛 환상 속에 고분양가 잔치를 벌였던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송도신도시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여기서 의문이 제기된다. 송도신도시는 과연 누구를 위한 개발이었나?

'아파트 허브' 송도, 부동산 개발업자의 고분양가 잔치 뒤에 남은 건...

송도신도시에 들어선 상가들은 비어 있는 곳이 입점한 곳보다 더 많았다. 사진은 더샾퍼스트월드 상가 G동 2층의 모습으로, 30개 점포 중 입점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송도신도시에 들어선 상가들은 비어 있는 곳이 입점한 곳보다 더 많았다. 사진은 더샾퍼스트월드 상가 G동 2층의 모습으로, 30개 점포 중 입점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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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기업 지역본부가 밀집한 국제 비즈니스 도시, 해외관광객 400만 명에 이르는 동북아 3대 관광도시, 아시아 인재들이 글로벌 교육을 받고자 모여드는 글로벌 교육 특구.

송도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청사진이다. 그것도 불과 4년 뒤인 2014년이면 가능하단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성공적이었다는 1단계 사업부터 비즈니스 특구를 지향하기는커녕 아파트만 지어댔기 때문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인천경제청)에 따르면, 송도신도시 개발사업 시행자인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 미국 부동산개발회사인 게일사와 포스코건설의 합작회사)는 당초 21억3500만 달러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1.6%인 3350만 달러를 유치하는 데 그쳤다.

또한 지난 2009년 8월 개발계획이 변경되면서 송도신도시의 국제업무단지 규모는 38% 줄어드는 대신, 주상복합용지는 24% 늘었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국제업무단지를 만든다며 황금갯벌을 파괴해놓고 실제로는 고분양가 아파트를 지어 부동산 개발사업자만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고 지적했다.

NSIC가 2005~2009년 분양한 아파트와 오피스텔 8개 단지 6685세대의 분양수익을 경실련이 추정한 결과, 1조9920억 원에 달했다. 분양원가가 평균 586만 원(3.3㎡당)인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평균 1283만 원(3.3㎡당)에 분양해, 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씌웠다는 것이다.

현재 송도신도시의 많은 아파트들은 이런 고분양가 탓에 집값이 분양가보다 떨어지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현상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 더샾하버뷰' 아파트 입주자들은 분양가가 너무 비싸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상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송도신도시 한가운데 위치한 '더샾퍼스트월드' 상가의 경우, 2005년 8월 분양당시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현재 300여 개의 상가 입점률은 50% 수준이다. 그것도 대부분 1층에 자리 잡은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였다. G동 상가 2층 30여 개 점포 중 입점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인근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분양가가 3.3㎡당 2500만 원으로 비쌌지만, 프리미엄(웃돈)을 기대하고 많은 투자자들이 몰렸다"며 "하지만 지금은 싸게 내놓아도 팔리지 않아 중도금과 잔금을 내지 못한 사람이 전체 분양자의 절반이고, 위약금을 물고라도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사람이 전체의 1/3"이라고 전했다.

황금갯벌 파괴되고 인천시민 고통받고...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쇠락한 인천 남구 도화동 제물포역 먹자골목의 모습은 송도신도시 개발의 그늘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손님이 끊긴 정해순 할머니의 분식점이다.
 쇠락한 인천 남구 도화동 제물포역 먹자골목의 모습은 송도신도시 개발의 그늘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손님이 끊긴 정해순 할머니의 분식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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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신도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송도신도시의 발전이 인천시민들의 고통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9년 8월 지식경제부 장관이 고시한 송도신도시 사업계획에 따르면, 전체 사업비 10조4253억 원 중 인천시민이 부담해야 할 돈이 7조 원이다.

또한 구도심의 성장 동력이 송도신도시로 빨려 들어감에 따라, 구도심의 쇠락은 가속화되고 있다. 인천대학교가 이전하면서 황폐화된 인천 남구 도화동 제물포역 먹자골목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한낮에도 차가 다닐 수 없을 만큼 번잡한 곳이었지만, 지난해 8월 인천대 이전 이후 분식점과 음식점의 절반가량이 문을 닫았다.

이곳에서 12년간 분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해순(73) 할머니는 "갑자기 2만 명에 가까운 인천대생이 사라지니, 골목상권이 완전히 죽었다"며 "대학교 이전 전에 하루 20만 원까지 매상을 올렸지만, 현재 하루 매출은 2만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정 할머니는 눅눅해진 튀김더미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 할머니는 "가게 보증금 1500만 원으로는 갈 데가 없다"며 "인천시는 도화동에서 인천대를 빼앗아가더라도 주민들 먹고 살게끔 해줘야 할 것 아니냐, 우리가 시민으로 안 보이는 모양"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송도신도시 개발 뒤에는 파괴된 황금갯벌과 어민의 피눈물도 남아 있다. 한때 서울시민들이 먹는 조개는 모두 송도갯벌에서 생산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풍부한 생명력을 자랑했던 송도갯벌. 이제는 대부분 매립돼 그 위에 아파트가 세워졌고, 마지막 남은 갯벌도 '송도 11공구'라는 이름으로 오는 10월 매립이 시작된다.

인천시의 마지막 갯벌을 지키는 이들은 고잔어촌계 소속 어민 50여 명. 하지만 이들은 이제 수십 년 삶의 터전이었던 갯벌에서 쫓겨날 처지다. 65년간 송도갯벌에서 조업했다는 박해님(79) 할머니는 "20년 전만 해도 하루 200kg 이상씩 조개를 건져 올렸지만, 이제는 10~20kg도 어렵다"며 "그나마 있던 '송도 11공구'가 매립되면 어민들은 죽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정해 고잔어촌계장은 "황금갯벌을 파괴하고 지은 송도신도시는 명품신도시는커녕, 미분양만 넘치고 있다"며 "황금갯벌을 아파트와 땅 장사하는 데 더는 내줄 수 없다, 이번 선거에서 갯벌을 파괴하려는 후보가 당선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도신도시는 송도의 마지막 남은 갯벌도 삼키려 들고 있다. 오는 10월 매립이 예정된 송도 11공구 뒤로 송도신도시의 고층 아파트가 보인다. 왼쪽 사진은 송도에서 65년간 조업한 박해님(79) 할머니의 모습이다.
 송도신도시는 송도의 마지막 남은 갯벌도 삼키려 들고 있다. 오는 10월 매립이 예정된 송도 11공구 뒤로 송도신도시의 고층 아파트가 보인다. 왼쪽 사진은 송도에서 65년간 조업한 박해님(79) 할머니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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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송도신도시 등 인천경제자유구역 성공적으로 진행돼"

한편, 인천시의 송도신도시 개발 담당조직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기자에게 'IFEZ 부정적 시각에 대한 올바른 이해'라는 자료를 보내 "송도신도시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인천경제청은 외국투자 유치가 부진하다는 지적에 대해 "기반조성을 위한 개발단계(1단계)에서는 외국인직접투자(FDI) 필요성이 낮고, 투자유치 평가 중에서 보조적인 평가 수단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인천경제청은 송도신도시가 아파트 위주로 개발되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 "5% 수준의 낮은 국고보조 상황에서 개발비용 조달을 위해 (아파트 건설이) 현실적으로 최선의 방법"이라며 "아파트 입주 후 국내외 유동인구가 증가해야 투자유치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사업시행자인 NSIC가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는 주장에 대해 인천경제청은 "NSIC는 주거시설 개발이익으로 기반시설을 건립하였거나 건설 중"이라며 "그 예로, 5850억 원짜리 골프장, 2300억 원짜리 송도센트럴공원 등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인천경제청은 "구도심의 시민세금으로 경제자유구역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은 오해로, 인천경제자유구역 전체 사업비의 88%가 민간자본으로 조달됐다"며 "1단계 개발에 따른 지방세 발생수입 9405억 원을 구도심에 재투자했다, 경제자유구역과 구도심재생 등 역동적인 개발사업과 국내외 인천 홍보로 자산가치가 크게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태그:#송도신도시, #송도갯벌, #안상수 인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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