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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른 아침 남편과 아이들 떠나 보내고 
부산스럽게 뜨개질 소쿠리 챙겨
동네 여인들 몇 몇 모여, 
투명한 봄 햇살 한올 한올 짜는
연분홍 레이스 커튼 내려진
동네 어귀의 '레이스 짜는 방',
 
나는 어제 짜다 꽂아 둔 바늘귀 하나 찾다가 
시간 다 강물처럼 흘려 보내고, 
오후 세시되어서 간신히 
푸른 소나무 한그루 짜올렸다.
 
(잠시 쉬었다 할까)
(쉬기는 난 아직 학 한마리도 못 짰어...)
(그래도 좀 쉬었다 가야지....)
 
한 잔의 뜨거운 커피 찻잔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은 
오후 햇살 속의 미세한 
소금가루 같은 먼지들
얼마간 섞여 마셔가며,
 
모두 이마에 한땀 한땀
태어나는 땀방울 열심히 짜면서
한 땀 한 땀
오래 버려 두었던
추억의 실타래 풀어서
각자의 생의 무늬 같은
아름다운 레이스 식탁보
커튼 책상보 한 올 한 올 짠다. 
 
포크레인으로 반쯤 파 먹힌
앞산의 붉은 노을빛 봄하늘도
쉴새 없이 뭉게 뭉게 
연분홍빛 아기 구름옷 짠다.
 

덧붙이는 글 | 레이스/바탕천 위에 무늬를 가공하는 것이 아니고, 비침무늬를 만들어낸 직물을 말한다. 바탕천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 자수와 다르다. 레이스 기법에 따라 무늬는 복잡하고 다양해 진다. 예술작품이라고 할만 하다.


태그:#레이스 짜는 여인, #자수, #바느질, #여인, #뜨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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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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