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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안상수 원내대표의 봉은사 관련 압력 공방이 뜨겁다. 진실 공방에 이념 공방까지 더해져 무엇이 진실인지 큰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단순한 궁금증을 넘어 나라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봉은사 주지인 명진 스님은 21일 법회에 참석한 1500여 명의 대중 앞에서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봉은사 직영사찰 압력이 있었음을 주장했다.

 

안상수씨가 지난 11월 13일 아침 총무원장과 만났을 때 자리에 앉자마자 '현 정권에 비판적인' 명진 스님을 '그냥 두면 되겠느냐'며 직영사찰 지정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또 용산참사에 1억 갖다 준 것을 두고 '돈이 함부로 운동권에 쓰이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안상수 대표는 '황당하다. 사실무근이다'하면서 펄쩍 뛰었다. 조계종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명진 스님이 말한 정치권의 압력이 사실이라면 정교 분리를 규정한 헌법 파괴 행위이자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로써 안상수 원내대표의 정계은퇴를 넘어 이명박 정권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일이다. 조계종은 물론 불교계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울 매우 중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 중요한 문제의 진실을 밝힐 핵심 당사자가 바로 자승 총무원장이다. 그는 지금 문제 한 가운데 있다. 우선, 그는 프라자 호텔 음식점에서 안상수 원내대표와 만난 당사자다. 또 명진 스님에 따르면 총무원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11월 30일 다른 스님도 배석한 자리에서 '나에 대한 외압이 없느냐'고 물었을 때 자승 스님이 '좌파 주지가 돈 많은 자리에 앉았다는 얘기가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 3월 9일 명진 스님이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니까 총무원장 스님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제가 참회합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래서 "어디서 압력 받은 거 아닙니까? 귀신이 씐 것입니까?"라고 물으니까 자승 원장은 "귀신이 그런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고도 한다. 바로 그 귀신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

 

총무원장은 안상수 대표와 프라자 호텔 회동에 참여해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조목조목 밝히고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 압력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명진 스님의 말이 근거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 지 즉시 밝혀야 한다. 이미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른 '외압'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것은 그 자체로 중요하고 또 진실에 대한 밝힘 없이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에 얽힌 의혹을 풀 수 없기 때문이다.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밝힌 조계종의 방식대로 어물쩍 넘어가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나아가 조계종 총무원 대변인 원담 스님이 주장하는 것처럼 명진 스님의 말을 '종단의 자주성'을 해치는 문제로 규정하고 명진 스님을 징계하려들거나 이미 결정한 대로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만드는 절차를 강행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명진 스님이 밝힌 대로 조계종이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만들기 위한 충분한 근거를 밝히고 봉은사 신도들은 물론 주지인 명진 스님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생략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봉은사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면서 얻게된 신도들의 참여 등 소중한 가치를 어떻게 보존하고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전망도 제시하지 않고 조계종에 재정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면서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결정한 것은 그 자체로 큰 문제다.

 

또한 무엇 때문에 여당 대표가 조계종 총무원장과 프라자 호텔 음식점에서 만났는지 밝혀야 한다. 안상수 대표는 총무원장이 '템플스테이 등 불교계 숙원사업에 대해 건의하기 위해' 여당 원내 대표를 만나자고해서 만남이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그런데 불교계 숙원 사업이 있으면 정당한 절차에 의해서 추진해야지 불교계의 수장이 여당 원내 대표와 밀실에서 만나 해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조계종 총무원장이 밀실에서 여당 원내 대표를 만났다는 것 자체가 떳떳하지 못한 행동이다.

 

자승 총무원장은 밀실 모임이 무슨 이유로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 되었으며 밀실거래는 있었는지 없었는지 그리고 명진 스님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자세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모든 국민의 시선이 총무원장에게 향하고 있다.

 

안상수 대표는 '봉은사 주지스님이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무슨 압력을 넣느냐?'면서 명진 스님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 했다. 그러나 명진 스님은 자신이 과천 연주대에 선원장으로 있을 때 안상수씨가 과천 국회의원으로 있었기 때문에 매년 초파일마다 10여년 동안 만났고 사담도 나눈 '너무나 잘 아는 사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안상수 대표는 프라자 호텔 밀담에 김영국 거사는 참석한 적이 없다고 하고 명진 스님은 그 자리에 참석한 김영국 거사에게 안 대표의 발언을 전해 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김영국 거사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서 '명진 스님의 말이 맞다'고 확인해주기도 했다.

 

중앙대 법대 이상돈 교수는 지난해 11월 23일 명진 스님을 만났을 때 안상수 원내대표가 '강남 한복판에 있는 봉은사 주지가 좌파를 하고 있다'고 말한 이야길 전해 듣고 어이 없어했다고 한다.

 

무엇이 진실인가? 자승 총무원장이 답할 차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저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봉은사 명진 스님 , #명진 스님 , #직영사찰 , #안상수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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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최창우입니다. 특별히 내세울 게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마음만은 뜨겁습니다. 옳은 일이랄까 상식이랄까 나름의 기준으로 세상을 보고 때론 슬퍼하고 때론 즐거워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한 여인의 남편이고 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노원구 상계동에서 30년 동안 살아오면서 가난 때문에 힘들고 지친 사람들의 모습을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 현실에 눈감지 않고 할 말을 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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