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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아침 7시 30분 서산 서일고등학교(교장 조한구).  조금 위압감을 주는 교문에 마땅히 있어야 할 생활부원도 지도교사도 보이지 않는다.

서산 서일고등학교는 매일 아침 등교시간마다 교사들이 교문에 서서 학생들을 하이파이브로 맞고 있다.
▲ 등굣길에 '하이파이브' 서산 서일고등학교는 매일 아침 등교시간마다 교사들이 교문에 서서 학생들을 하이파이브로 맞고 있다.
ⓒ 안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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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교장을 포함한 교사들이 교문 안쪽으로 길게 늘어서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고 있다.그런데 이상하다. 학생들이 교문을 들어서면서 교사들에게 고개숙여 인사를 하는 게 아니라 팔을 번쩍 든다. 그에 따라  교사들도 손을 높이 든다. 그리곤 서로 하이파이브를 한다.

그게 이 학교의 아침 인사란다. 아이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하는 8시가 되자 여기저기서 손벽 부딪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리고 "안녕하세요, 선생님" "좋은 아침" 하는 명랑한 말소리가 서로 마주친다.

한 학생이 늘어선 교사들 중 모자를 쓰고 있는 조한구 교장에게 포옹을 한 후 재빠르게 뛰어 달아난다. 등교하는 학생들도 웃고 교사들도 모두 웃는다. 누구냐고 물으니 명랑하고 쾌활하기로 유명한 3학년 2반 반장인 유애연 학생이란다. 

교사들이 늘어선 이유는 학생들과 손을 맞부딪히기 위해서였다.

등굣길 하이파이브는 하루의 시작을 좋게 해 학습효과를 높이는 것은 물론 바른 심성도 키워준다.
 등굣길 하이파이브는 하루의 시작을 좋게 해 학습효과를 높이는 것은 물론 바른 심성도 키워준다.
ⓒ 안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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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학교는 아침마다 생활부원 학생들과 지도교사가 교문에  버티고 서서 복장과 두발 상태를 검사하는데 이 학교는 그런 일반 상식을 깨고 있다.

3학년 윤상수 학생은 "집에서나 학교를 오는 도중 조금 언짢은 일이 있어도 교문에서 선생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나면 정말 말짱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며 밝게 웃었다.

조한구 교장은 "등교시간에 생활부원이나 지도교사가 교문를 지키고 서서 학생들의 옷매무새 등을 매서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흠을 짚어내는 것은 것은 일제와 군사문화의 잔재로 이젠 사라져야 할 것들"이라고 말했다.

조 교장은 이어 "우리 속어 중에 '아침부터 재수없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기분이 좋지 못하면 하루 일을 그르친다는 말로 아침부터 공부하러 오는 학생들에게 위압감을 주고 혼을 내기보다는 용기를 북돋아주는 게 휠씬 교육효과가 크다고 여겨 등굣길 하이파이브를 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태그:#서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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