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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에베소 유적지' 입구에서 본 로마시대 귀족전용 지구. 귀족 지구는 전체 유적지 가운데 5%에 불과하나, 당시 귀족들이 입법 사법 행정을 장악하며 도사를 통하던 핵심기능을 하던 곳. 사진 좌측 너머로 연결된 비귀족 도시유적지가 있는데, 로마문화의 진수를 볼 수 있다.
 터키 '에베소 유적지' 입구에서 본 로마시대 귀족전용 지구. 귀족 지구는 전체 유적지 가운데 5%에 불과하나, 당시 귀족들이 입법 사법 행정을 장악하며 도사를 통하던 핵심기능을 하던 곳. 사진 좌측 너머로 연결된 비귀족 도시유적지가 있는데, 로마문화의 진수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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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시대 최고의 시가지를 볼 수 있는 유적지는 어디일까? 유명세를 탄 곳은 이탈리아 '폼페이'이지만, 이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로마 도시는 따로 있다. 터키에 있는 에베소 유적이 바로 그것이다.

로마시대에는 유명한 도시가 아니었던 폼페이가 후세에 와서 유명해진 까닭은 발굴 당시 유적 보존상태가 양호한 덕택이다. 폼페이는 화산 폭발로 순식간에 잿더미에 파묻혀 몰락한 도시이다. 따라서, 발굴 유적은 다른 도시보다 훼손이 적었고 각광도 받을 수 있었다.

에베소는 로마제국 소아시아 수도로 6대 로마도시 중 하나이며 인구는 폼페이보다 5배가 넘는 10만명에 이르렀다. 인구를 어떻게 계산할까? 로마의 대표적인 유적인 원형경기장 수용인원에 10배를 곱하면 당시 인구를 추정할 수 있다고 한다.

에베소는 폼페이처럼 한순간에 몰락한 도시는 아니다. 항구도시로 번성하던 에베소는 토사 유입으로 서서히 항구가 매몰돼, 도시기능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또한, 산과 갯벌이 공존한 탓으로 말라리아 등 전염병이 자주 발병해 인구감소를 촉진했으며 지진도 자주 일어났다.

로마시대에 최고로 번성한 도시인 에베소는 그렇게 서서히 망가졌다. 이로 인해, 에베소 유적은 다른 로마도시에 비해 발굴이 늦었고 아직도 발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옛 에베소 시가지에 있는 아르테미스 신전 터. 한때는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보다 3배나 웅장해 '7대 불가사의'로 선정되었지만, 지금은 돌기둥 하나만 서있고 신전터만 있을 뿐이다.
 옛 에베소 시가지에 있는 아르테미스 신전 터. 한때는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보다 3배나 웅장해 '7대 불가사의'로 선정되었지만, 지금은 돌기둥 하나만 서있고 신전터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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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소는 로마시대 이전부터 지중해와 동아시아를 잇는 상업 중심도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기원전 620년경 에베소에 세워진 '세계 불가사의 건축물'인 아르테미스 신전(神殿)에는 소아시아에서 그리스에 걸친 수많은 사람들의 참배할 정도로 부흥하던 도시였다.

기원전 6세기 후반 페르시아 지배와 그 후 알렉산더 대왕 그리고 로마시대를 거치면서 이 도시는 부흥을 거듭하며 지중해 연안 소아시아 항구도시로 위용을 떨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귀족들이 활동하는 공간으로 입법 사법 행정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원형 석조건축물은 경기장이 아니고 회의장이다. 원로원 회의 등 주로 입법활동을 하던 곳이며 지붕이 있었던 건물.  원형 건물 앞 수많은 돌기둥은 사법,행정기관 건물에 사용되던 것이다. 사진 중간 윗쪽에 보이는 갈색지붕 건물이 유적지 입구이며 누가 무덤은 입구로 들어오기 전에서 조금 오른편으로 산기슭에 있었다.
 귀족들이 활동하는 공간으로 입법 사법 행정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원형 석조건축물은 경기장이 아니고 회의장이다. 원로원 회의 등 주로 입법활동을 하던 곳이며 지붕이 있었던 건물. 원형 건물 앞 수많은 돌기둥은 사법,행정기관 건물에 사용되던 것이다. 사진 중간 윗쪽에 보이는 갈색지붕 건물이 유적지 입구이며 누가 무덤은 입구로 들어오기 전에서 조금 오른편으로 산기슭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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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지구 건축물 사이로 잘 정비된 하수구 시설이 보였다.
 귀족지구 건축물 사이로 잘 정비된 하수구 시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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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들은 에베소를 로마 최고의 계획도시로 만들었다. 도시 구조는 귀족 전용공간과 비귀족 공간으로 뚜렷이 나눴다. 귀족지구는 행정과 입법을 주로 관장하는 귀족 공간이었고 일반인 출입도 철저히 통제한 게 유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에베소, 로마 최고 계획도시... 로마 부흥도시 상징

황제가 기증한 건물(신전)이 3개나 있을 만큼, 에베소는 로마제국에서 비중이 높은 도시이다. 당대 최고의 기술과 자재를 사용했다. 목욕탕, 원형 극장, 셀수스 도서관, 황제 기증 신전 등 당시 건축물은 부흥했던 로마도시를 상징하기에 충분하다.

10만 도시건설에 동원된 인력은 또 얼마일까? 수많은 인력이 집중 동원됐다. 특히, 도로 건설 등 대규모 공사를 감당한 주역은 바로 로마 군대였다고 한다.  이렇게 로마인들은 지중해 연안 소아시아에 당대 최고 도시를 건설했다.

하지만, 에베소는 7, 8세기에 들어와 아랍인들의 침략을 받았으며 결국 1304년에는 오스만투르크 수중에 떨어졌으며 지진 등으로 급속히 황폐의 길로 접어들었다. 현재, 에베소는 터키 땅이며 그 이름도 '셀주크'로 불린다.

 귀족지구에서 비귀족지구로 연결된 길을 걷는 수많은 관광객
 귀족지구에서 비귀족지구로 연결된 길을 걷는 수많은 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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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지구 끝이면서 비귀족지구가 시작되는 돌기둥. 이 돌기둥 안 귀족진영으론 일반인 출입이 통제됐다. 사진 왼쪽 돋을새김 석상은 사자를 제압한 헤라클레스가 위압감을 나타내고 있다.
 귀족지구 끝이면서 비귀족지구가 시작되는 돌기둥. 이 돌기둥 안 귀족진영으론 일반인 출입이 통제됐다. 사진 왼쪽 돋을새김 석상은 사자를 제압한 헤라클레스가 위압감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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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에베소는 기독교 성지로 유명한 도시로 초대 교회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사도 바울이 주로 활동한 도시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바로 에베소다. 바울은 예루살렘 중심 기독교를 동아시아와 유럽으로 복음을 전파한 장본인이다.

'세계복음화 장본인'사도 바울은 로마를 비롯한 여러 도시로 선교활동을 하면서도 에베소와는 특별한 인연은 맺었다, 복음전파를 위해 2년 동안 상주했다고 성경에도 나올 정도다. 신약성경에도 사도 바울이 에베소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인 <에베소서> <디모네 전서·후서>등이 수록돼 있다.

 기독교 성지 에베소, 사도 바울·누가·요한 등 초대사도 선교도시 

4대 복음서의 하나인 <누가복음>과 사도들의 행적을 담은 <사도행전> 저자인 의사 출신 누가가 주로 활동한 곳도 에베소다. 에베소 유적지 입구에는 사도 누가를 기념하는 교회가 있었던 자리에 세워진 누가의 무덤도 있었다.

'에베소 로마유적지'에 들어가기 전. 왼쪽 산기슭에 사도 누가를 기념 교회 잔해가 있으며, 그 속에 누가무덤이 있다. 비석의 십자가와 황소 문양은 누가무덤을 증명하는 것
▲ 누가무덤. '에베소 로마유적지'에 들어가기 전. 왼쪽 산기슭에 사도 누가를 기념 교회 잔해가 있으며, 그 속에 누가무덤이 있다. 비석의 십자가와 황소 문양은 누가무덤을 증명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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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요한도 에베소에서 왕성한 목회활동을 했다. 그가 예수로부터 성모 마리아를 돌볼 임무를 받고 마리아와 함께 말년을 보낸 곳도 바로 에베소이다. 사도 바울이 순교하자 요한은 바울 대신 에베소의 기독교 지도자가 됐으며 노구에도 불구하고 버가모와 서너마 등에서 선교를 하다가 고문과 유배를 당하는 고초를 당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사도 요한은 <요한복음>을 비롯 <요한1·2·3서><요한계시록>을 남겼다. 에베소 옛 시가지 중심언덕에는 요한을 기념해 세운 교회가 있으며 그 안에 사도 요한의 무덤도 있다. 이처럼 에베소는 초대 기독교 역사와 밀접한 도시임에 틀림없는 곳이다.

셀주크(에베소)시가지 중심 언덕에 있는 요한교회.
▲ 요한교회 셀주크(에베소)시가지 중심 언덕에 있는 요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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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교회 안에 있는 사도 요한 무덤. 두덤을 둘러싼 4개 돌기둥은 4대복음서를 상징하는 듯.
▲ 사도 요한 무덤 요한교회 안에 있는 사도 요한 무덤. 두덤을 둘러싼 4개 돌기둥은 4대복음서를 상징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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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소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국적을 불문하고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세계적인 명소이다. 2009년 6월 28일 에베소 로마 유적지에 갔다. 관광객들이 너무 붐빈다는 정보를 듣고 오전 시간에 갔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입법·사법·행정기관이 집결된 귀족지구를 둘러본 후, 한 길로 연결된 비귀족 지구를 구경했는데 가는 곳마다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특히, 유럽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터키에서 5년 거주한 한국인 출신 여행 가이드는 유럽인들이 에페소를 무척 좋아한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터키인들은 에베소를 어떻게 볼까? 호기심이 발동했다. '로마유적은 터키문화가 아니지 않은가?' '이슬람을 믿는 터키인들이 '기독교 성지'를 아낄 이유도 없질 않겠는가?'는 예단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예단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터키인들도 누구보다도 에베소를 무척 좋아한다는 현지 반응을 여러 곳에서 확인했다. 터키의 유일한 맥주 상표는 '에페스'인데, 그 뜻은 에베소를 지칭한다. 그만큼 에베소에 대한 터키인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단 증거란 설명도 들었다. 조상과 종교는 달라도 세계문화유적을 아끼는 마음은 누구나 똑같은 게 아닐까 한다.

'에베소의 역사' 안내판. 유적지 안에서는 유일한 한글 안내판이며 삼성이 협찬한 것이다.
▲ 삼성 안내판 '에베소의 역사' 안내판. 유적지 안에서는 유일한 한글 안내판이며 삼성이 협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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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소 로마유적지에 한글로 된 '에베소의 역사' 안내판이 보였다. 일행은 다들 깜짝 놀라며 자연스레 눈길이 쏠렸다. 이국땅 세계적인 관광지에서 한글 안내판을 볼 줄이야! 다른 나라 언어 안내판은 하나도 없고 오직 한글 안내판만 섰으니 더 놀라울 따름이다.

삼성에서 협찬한 것이다. 터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삼성 광고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삼성이 유럽의 유명 축구팀(첼시)을 후원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 TV로 유럽축구 경기를 보는 과정에서 삼성브랜드 광고를 본 기억도 났다.

터키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을 빠져 나올 때도 대형건물의 삼성휴대폰 광고판을 본 기억이 났다. 유럽 휴대폰 시장의 경우, 삼성은 경쟁사인 '노키아'보다도 고급제품이란 호평을 받고 있다.   

가이드는 "개인적으로 삼성 기업문화를 별로 좋아하질 않는다"면서도 "안내판 협찬 금액이 얼마나 되겠냐?"고 물었다. 일행은 감히 대답할 엄두를 내질 못하며 서로 얼굴만 쳐다봤다. 가이드는 "상상을 초월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2009년 6월말 1주일간 터키를 가봤습니다. 늦엇지만 기사 올립니다. 10회 분량이 될 것입니다.

이 기사는 제 블로그 '별빛촌 이야기'(http://blog.daum.net/staryc)에도 실었습니다.



태그:#에베소, #터키, #사도 바울, #로마유적, #사도 누가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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