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 해의 마지막에서 지인들에게 안부 문자를 보내려고 핸드폰을 열었다가 잠시 멈칫거리고 말았습니다. 핸드폰 번호 목록에 상투적인 '새해 인사' 문자 보내기도 어색할 만큼, 멀어진 이름들이 참 많이 있다는 것, 2009년의 끝에서야 알았습니다.

 

싸웠다거나, 그저 불편하다는 이유로, 또 때론 원인과 결과도 없이 기억 속에서 잊어 버린 사람들.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그들은, 처음부터 알지 못한 사이보다 더 불편한 관계가 되어 버렸습니다.

 

한 해의 끝에 와서도 그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처럼 느껴집니다. 거기에는 상대방이 내게 연락을 하지 않는데 내가 굳이 먼저 연락해야 하느냐는 알량한 자존심이 한 몫 크게 자리 잡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였을까요? 2009년의 12월 31일 밤, 친한 사람, 편한 사람들만 핸드폰 목록에서 골라 새해 문자를 보냈습니다. 마치 음식을 편식하듯 말입니다. 잠시 후, 답변이 왔습니다.

 

<친구야~ 올 한해도 수고했어. 내년에도 행복하자>

<응, 해피 2010>

<복 많이 받고 내년에도 화이팅>

 

친한 그들이 보낸 문자에 기분이 즐거워집니다. 항상 서로를 챙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마음 든든한 일입니다. 그렇게 기분 좋게 2009년의 끝맺음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핸드폰을 바라보니, 문득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제대로 소식조차 전하지 못한 어색한 관계의 이름들 때문입니다. 오랜만에 먼저 안부를 물어볼까 생각해보게 되지만, 무응답이 무서워 잠시 주저하게 됩니다. 상대방의 답변이 없다면 괜히 실없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소심한 마음 때문입니다.

 

하지만 핸드폰 목록을 찬찬히 살펴보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핸드폰에 저장된 저마다 이름마다, 하나하나의 소중한 추억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요.

 

크게 싸운 이후, 오랫동안 연락이 끊어진 K군은 한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친구였고, 취업이다 뭐다해서 연락이 뜸해진 Y양은 대학 때 같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친구입니다. 늘 좋은 조언을 아낌없이 전해줬던 U 선생님, 격의 없이 지냈던 J취재원도 마찬가지로 편했던 사람들입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어쩌다 그들과 연락이 끊어졌을까 아쉬운 마음입니다. 그동안 사소한 다툼과 개인적인 바쁨 속에, 제게 있어 중요한 사람들을 망각하고 있지는 않았나 반성해 보게 됩니다.

 

그래서 작은 용기를 내게 됩니다. 까짓것, 그깟 자존심이 대수입니까. 2009년의 마지막 날이란 것을 핑계로 그들에게 나의 마음을 전합니다.

 

<2009년 마무리는 잘하고 있나요? 새로운 한 해에도 빛나는 날 되길 바래요>

 

참 자존심이란 게 무서운 것 같습니다. 혹시나 연락이 안 오면, 전체 문자로 보냈다는 핑계를 대기 위해 삭막, 건조하게 문자를 썼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 문자 이면에는 다시금 당신과 연락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답변이 오지 않을 것이란 생각 속에, 기대는 애시당초 접고 다른 일에 몰두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참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드르르륵, 드르르륵 핸드폰 진동이 멈추질 않는 것입니다. 잊혀졌던 친구들의 반가운 답변이 한꺼번에 몰려 왔기 때문입니다.

 

제가 먼저, 마음을 열기 전에는 10년, 100년 동안에도 소식 못 전할 것 같던 그들과 마치 방금 전의 친구처럼 다시 가까워졌습니다.

 

<새해는 더욱 행복하고 기회 될 때 한번 봐요. 해피뉴이어>

<진성 오빠 맞죠? 폰 잃어버려서 번호가 없었어요>

<빨리 만나요. 엄마가 입원하셔서 정신이 없었어요. 조만간 꼭 봐요>

 

알고보니 친했던 그들과 연락이 끊어졌던 데에는 다 그만한 사정과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먼저 소식을 전했으면 되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소중한 친구들과 소원해진 결정적 원인이 되었던 것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여전히 그들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다행입니다. 2009년의 마지막, 먼저 용기를 내지 않았더라면 소중한 친구들을 기억 속에서 잃을 뻔 했습니다. 그렇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됩니다.

 

이제 어느덧 2009년이 지났고, 2010년의 새 날이 밝았습니다. 새로운 한해의 시작을 맞은 여러분도 혹 저처럼, 예전에 친했던 누군가와 관계가 소원해지지는 않았나요? 그래서 그 흔한 새해 문자 보내기조차 주저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그렇다면 작은 용기를 내보세요. 그 의미 있는 행동 하나가 여러분의 잃었던 친구를, 소중한 사람을 되찾게 해 줄 것입니다.


태그:#새해 문자, #친구, #지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잊지말아요. 내일은 어제보다 나을 거라는 믿음. 그래서 저널리스트는 오늘과 함께 뜁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