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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중앙집중 현상, 다른 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들어

 

한국에선 서너 개의 중앙언론이 사실상 전국의 신문시장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언론학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신문구독 가정의 대부분이 중앙지를 보고 있다. 지방지를 구독하고 있는 가정은 여전히 미미하다.

 

이 같은 신문의 중앙집중 현상은 다른 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지방지 보급률도 마찬가지다. 한국광고주협회의 2000년 조사결과 지방지 구독 비율은 8.7%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과 독일의 지방지 구독비율은 94%, 프랑스 73%에 달한다. 

 

언론의 높은 중앙집중도가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의제설정과 여론 형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많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일본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중앙지 비율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1998년 기준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요미우리신문> <산케이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5개 전국지의 발행부수는 전체 일간지의 52%에 이르렀다.

 

하지만 일본 큐슈 남단에 자리 잡은 지방일간지인 <구마니찌신문(熊本日日新聞)>은 해당 지역에서 신문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다.

 

<구마니찌신문>에서 경영회계 및 판매, 사업, 인쇄 분야 상무를 맡고 있는 다가와 겐세이(田川 憲生)씨는 "전국의 중앙지가 한데 뭉쳐 도전해 온다고 해도 우리 신문을 이길 수 없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반면 "인터넷 뉴스시장 확대 등으로 종이신문 구독률과 매출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54년 만에 정권교체를 볼 수 있었다는 그 자체가 행복하다"는 그는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앞두고 동아시아 평화 실현을 위한 한일 언론사 간 공동취재 등 제의에 "가능한 성사될 수 있게 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4일 '안중근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 구마모토 현을 찾은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전 <대한매일> 주필, 상무이사)과 <구마니찌신문>의 다가와 상무가 한일간의 언론 환경과 한일관계에 대해 나눈 대화 내용을 옮겨 보았다.

 

"전국지 대비 우리 신문의 점유율이 약 70%"

 

- (김삼웅 전 관장) <구마니찌신문>에서 '안중근 심포지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예고기사까지 보도한 것으로 전해 들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다가와 상무) "아닙니다. '안중근 심포지엄'이 잘 치러졌으면 합니다."

 

- <구마니찌신문>의 발행부수는 얼마나 되나요? 혹 영업비밀이라면 말씀하지 않아도 됩니다.(웃음)

"조간 35만 5000부, 석간 8만 1000부 등 44만 6000부입니다. 10년 전에는 조간만 40만부를 발행했습니다. 10년 사이 5만부 가까이 줄어들었습니다. 창간한 지는 68년 됐습니다."

 

- 일본에선 <마이니치신문>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전국지가 발행되고 있는 것으로 일고 있습니다. 구마모토 지역에서 전국지 대비 <구마니찌신문>의 시장 점유율은 어느 정도입니까?

"전국지 대비 우리 신문의 점유율이 약 70%에 이릅니다. 때문에 전국의 중앙지가 한데 뭉쳐 도전해 온다고 해도 우리 신문을 이길 수 없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만큼 책임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 일본 시민들이 민주당을 선택해 54년 만에 선거를 통해 정권을 교체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일본에서는 그동안 정권교체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정권교체를 볼 수 있었다는 그 자체가 행복합니다. 자민당 정치가 시대적, 국제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선거결과로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도 자민당 정치가 세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 정권교체로 인해 신문사 논조에 변화가 올 수도 있을까요? 민주당 권력에 우호적으로 보도 논조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적어도 우리 신문은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편집국장으로 있을 때에도 자민당을 예외 없이 비판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었다고 논조가 바뀌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다만 일본의 다른 신문들의 논조가 이후 어떻게 달라지는가에 대해서는 주의 깊게 지켜볼 예정입니다."

 

- 현재 신문 경영과 관련한 고민은 무엇입니까?

"지금 편집국에서 250명, 취재부에서 110명 정도가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표정이 굳어지며) 할 수 없이 구조조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 신문사의 연 매출액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현재 광고매출이 연 30억 엔, 신문판매액은 연 10억 엔으로 40억 엔 정도입니다. 15년 전 한창 때는 연 매출액이 200억 엔 대에 달했습니다."

 

"일본은 종이신문에 대한 신뢰도가 더 높아"

 

 

- 한국에서는 인터넷 매체 영향으로 방송과 종이신문의 영향력이 위축돼 가고 있습니다. 일본은 어떻습니까?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당히 고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타개방안에 대해서는 어느 신문사도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각 신문들이 인터넷 판을 병행하고 있지만 수익이 없어 고심하고 있습니다. 모든 신문사가 신문판매와 광고 수익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둘 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 한국에서는 젊은 층들이 종이신문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보는 경향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신문사 편집국장을 지내고 지금 상무역을 맡고 있는데도 아들과 딸은 종이신문을 보지 않고 인터넷으로 뉴스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웃음) 다만 일본의 경우 인터넷 신문에 비해 아직까지 종이신문에 대한 매체 신뢰도가 더 높습니다. 다른 하나는 독특한 신문배달시스템입니다. 두 가지 특징으로 급격히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서서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 금융위기 여파는 없습니까?

"있습니다. 작년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보았습니다. 올해는 모든 직원의 임금을 20% 삭감했습니다. 그래서 간신히 적자는 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아이들이 모두 다 자라서 큰 부담은 없습니다만 학생 자녀들이 있는 직원들의 경우 부담이 큽니다. 이 때문에 위기감을 갖고 경영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기자에게) 저도 궁금한 게 한 가지 있습니다. 한국의 인터넷 신문인 <오마이뉴스>는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의 <오마이뉴스>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기자) - 제가 다가와 상무께 하려고 했던 질문입니다. 먼저 질문을 하셨지만 다시 묻고 싶습니다. 일본에서 오마이뉴스가 성공하지 못한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개인적인 생각은 한국과 일본의 언론환경이 크게 달랐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인터넷 매체에 비해 종이매체에 대한 신뢰도가 더 높습니다. 한국과 다른 언론환경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한 간 언론매체가 먼저 신뢰 구축해야"

 

 

- 2010년은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이자 한일 강제병합 100주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으로 그만큼 동북아 공동체 건설 등 동아시아 평화체계 구축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한국의 <오마이뉴스> 등 한국 언론과 귀 신문이 공동으로 안중근 순국 100주년 의미나 명성황후 등 동양평화와 관련된 한일관계 관련 쟁점에 대해 공동기획하고 공동 취재해 같이 보도하면 좋을 것입니다. 

"좋은 의견입니다."

 

- 일본 민주당 새 총리로 예견되는 하토야마 유키오가 제안한 '동아시아 공동체'는 의미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한일 언론사가 먼저 나서 동아시아 평화문제에 적극 나선다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적극 검토해 보겠습니다. 편집국장에게 검토를 의뢰해 가능한 성사될 수 있게 하겠습니다. 역사적 상황에서 보더라도 그럴 시점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양국의 신뢰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일한 간 언론매체가 먼저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노력이 일한관계를 올바르게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국을 방문한 적은 있으신지요?

"아직 한 번도 못 가 봤습니다. 대신 20년 전에 일본 사회당 당서기장을 따라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주요 인사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태그:#구마모토, #인테넷 신문, #김삼웅, #구마니찌신문, #동아시아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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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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