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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해마다 첫 쥐날(上子日)이나 정월 대보름 전날 논밭 두렁의 마른 풀에 불을 놓아 태우는 풍습을 쥐불놀이 또는 논두렁태우기라 합니다. 쥐불을 놓는 이유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쥐를 잡고 마른 풀에 붙어 있는 해충의 알을 비롯한 잡충을 태워 없앨 뿐만 아니라 타고 남은 재가 논, 밭의 거름이 되어 농사가 잘 되게 해달라는 소망이 담겨있습니다.

논둑에 쥐불을 놓았던 흔적
 논둑에 쥐불을 놓았던 흔적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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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불을 놓는 날이면 동네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까지 들에 나가 함께 불을 놓고 쥐불의 크기에 따라 그해 농사의 풍흉 또는 마을의 길흉을 점치기도 했다 합니다. 이 때 동네 어린아이들은 바람구멍이 숭숭 난 빈 깡통에 솔방울이나 장작개비 조각을 채운 다음 볏집 등 불쏘시개로 불을 붙여 원을 그리며 빙빙 돌리다 둥근 달이 뜬 밤하늘 위로 내던져가며 밤늦도록 놀았습니다.

쥐불에 놀란 쥐는 어디로 숨었나?
 쥐불에 놀란 쥐는 어디로 숨었나?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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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은 농사 짓는게 '빚농사' 그 자체라 풍작을 기원하거나 쥐불 놓을 넓은 논과 밭도 쉽게 찾아보기 힘들고 쥐불놀이 할 줄 아는 아이들도 없어 보입니다. 땅과 벗하며 자연과 함께 자라나야 하는 아이나 사람들이 우리의 생명을 이어주는 농작물(먹을거리)이 태어나는 농지와 농촌의 모습을 구경하고 체험하기 위해서는, 일정액의 돈을 내고 체험캠프에 참여하거나 조잡한 농업박물관이나 공원을 찾아야 하는 처지입니다. 생명이 움트고 자라는 흙과 땅의 기운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그렇게 사람들은 아스팔트에 덮힌 새장에 갇혀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논이 밭으로 변해버렸다. 벼농사를 지어봐야 빚밖에...
 논이 밭으로 변해버렸다. 벼농사를 지어봐야 빚밖에...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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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마을사람들은 벼농사를 계속 지어오고 있다.
 그래도 마을사람들은 벼농사를 계속 지어오고 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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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드넓은 평야와 농경지를 쉽게 접할 수 있던 인천 서구마저 급격한 개발, 김포-검단 신도시다 경인운하다 청라경제자유구역이다 해서 농지가 매립되고 농촌 마을까지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까지 해제해서 삭막한 고층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택지개발을 지금도 계속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 1월 22일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 및 선수촌 신축이 확정되면서, 인천 서구 연희동과 공촌동 일대 그린벨트와 농경지도 곧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인천아시안게임 선수촌 때문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농경지
 인천아시안게임 선수촌 때문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농경지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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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그동안 난개발의 위협을 피할 수 있었던 농지가 사라지려 한다.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그동안 난개발의 위협을 피할 수 있었던 농지가 사라지려 한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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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논두렁에 쥐불 놓을 만한 땅조차 하나 남지 않고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쥐불로 쫓아내려던 쥐가 파란 기왓집으로 모두 숨어들어 그런건지? 대체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지?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논밭이 사라지면 그 땅을 힘겹게 일구며 살아오던 농부들도 그 마을도 사라지게 될 것이고, 그 농부들이 정성스레 기른 농작물로 생명을 이어온 도시 사람들도 먹을거리를 쉽게 구하지 못하게 될 것이 뻔한데 말입니다.

나라의 근본이라는 농촌과 농업을 내팽개치고 식량자급에는 전혀 관심없이, 파국으로 치닫는 터무니없는 막개발을 언제쯤 멈추려는지? 돈이 있어도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하는 끔찍한 상황을 된통 당해 봐야들 정신 차릴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휴대폰과 자동차 팔아서 죄다 수입해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농지가 사라지면 트랙터도 쓸모가 없어진다.
 농지가 사라지면 트랙터도 쓸모가 없어진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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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가 전부 사라지면 쌀 한 톨, 파 한 단 구할 수 있겠냐?
 농지가 전부 사라지면 쌀 한 톨, 파 한 단 구할 수 있겠냐?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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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쥐불, #논밭, #농경지, #그린벨트, #인천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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