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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산인해’ 인파로 뒤덮인 유등천 썰매장
 ‘인산인해’ 인파로 뒤덮인 유등천 썰매장
ⓒ 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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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의 3대 하천 중 하나인 유등천에 천연 썰매장이 등장에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 천연 썰매장은 대전 중구 산성동 버드내 다리 옆 하천에 자리하고 있으며 지난 1일경부터 개장한 것으로 알려진 일명 ‘유등천 썰매장’이다. 이 썰매장은 가족, 연인, 친구단위로 찾는 명소가 됐다.

기자는 썰매장이 개장한 날부터 관심을 보이기 시작, 도심 속 아이들이 천연으로 만들어진 썰매장에서 노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보기로 했다.

8일 취재 첫날, 천연스럽게 썰매 타는 아이들을 보고 카메라 셔터를 정신없이 눌러댔다. 그때였다. 한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다가왔다. 안전 관리자였다.(나중에 알았지만 이 안전 관리자는 자체적으로 만든 안전요원이었다.)

-안전 관리자 : "왜 사진을 찍는 거예요?"
-기자 : "(그냥)사진만 찍는데요.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닙니다. 그런데 왜 그러시죠?"

이때 썰매장에서 커피, 라면, 어묵 등을 팔고 있는 한 여상인은 안전 관리자와 얘기 나누고 있는 동안 기자의 카메라를 보고 기겁하며 경계심까지 드러냈다. 기자의 자초지종을 들은 여상인은 그때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안전 관리자가 썰매장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
 안전 관리자가 썰매장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
ⓒ 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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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관리자 : "그래요. 며칠 전에 (우리에게)안 좋은 기사가 나오는 바람에 손님이 줄어들었고 혹시나…"
사실이 그랬다. 기자가 대전지역 언론사를 뒤져 찾은 기사 내용에는 안전 관리자의 경계심을 뒷받침할만한 내용이 올라 있었다.

-기자 : "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안전 관리자 : "모 언론사에서 기사를 좋지 않게 내보내는 바람에 시민들의 발길이 눈에 보이게 뚝 끊겼다. 또 시청과 경찰서에서 관계자들이 썰매 장을 찾아왔었다"
-기자 : "시청 직원이나 경찰 관계자가 나와 무슨 특별한 얘기는 하지 않았나요?"
-안전 관리자 : "별다른 제재는 하지 않았지만 천막 치는 것은 자제해달라고 하더군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노점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드는데 제가 무슨 (법적)권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오지 마란 소리는 할 수 없는 거 아녀요."

썰매를 타며 즐거워하고 있는 아이들.
 썰매를 타며 즐거워하고 있는 아이들.
ⓒ 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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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아 네.”
-안전 관리자 : “솜사탕 파는 아주머니는 하루 2만원 벌이밖에 안돼요.”
-기자 : "이밖에 특별한 일은 없었나요?"
-안전 관리자 : "기자님, 잠깐만요"

기자의 두 번째 질문에 안전 관리자는 썰매를 대여하는 한 상인을 불렀다.
-기자 : “경찰 쪽에서 무슨 연락이라도 왔나요?”
-상인 : “아직은 없는데, 7일 후 다시 경찰서로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기자 : “안전사고가 발생한 건가요? 아니면…”
-상인 : “발생한 건 없고요. 안전 관리가 미흡하다는 이유인거 같아요.”

‘데이트도 썰매장에서’ 연인으로 보이는 한 커플이 썰매를 타고 있다.
 ‘데이트도 썰매장에서’ 연인으로 보이는 한 커플이 썰매를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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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관리자는 시청 직원과 경찰 관계자가 현장을 다녀간 후 안전과 썰매장 주위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썰매장이 처음 운영되던 날 기자가 찾았을 때는 안전선이 한 줄로 처져 있었을 뿐 얼음이 깨지기 쉬운 부근으로의 접근을 막는 안전판도 보이지 않았다.

-기자 : “안전요원은 몇 명이나 배치돼 있나요?”
-안전 관리자 : “평일에는 2~3명 배치하고요, 주말에는 배로 (안전요원을)배치해서 아이들의 안전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안전 관리자의 말에 따르면 얼음이 깨지기 쉬운 징검다리(물 흐르는 부분) 부근에 두 줄로 된 안전선 치고 안전판을 세웠다고 말했다.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쓰레기가 발생하는데 라고 말하자 ‘(상인들)일이 끝나면 썰매장 주변을 돌며 쓰레기를 줍는다'며 상인들 스스로가 썰매장을 관리하고 있었다.

‘동심으로 돌아간 노인’ 한 할머니가 썰매를 타고 있다.
 ‘동심으로 돌아간 노인’ 한 할머니가 썰매를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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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아이와 함께 썰매 타러 문화동에서 왔다는 강모씨(36세. 여)와 인터뷰를 했다.
-기자 : “놀이공원에 안 가시고 이곳으로(썰매 타러) 오신 이유라도 있나요?”
-학부모 : “대전에는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 놀 장소가 마땅찮아요. 방학은 끝나 가고 그동안 함께 하는 시간이 적었는데 이런 곳에 썰매장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아이와 썰매 타려고 왔어요. 넓은 썰매장 보니까 너무 좋네요.”
-기자 : “아네.”
이번에는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어린이에게 물었다.
-기자 : “썰매 타는 거 재미있어 보여, 무섭지는 않겠어?”
-초등생 : “어제도 왔어요. 너무 잼(재미) 있어요”
-기자 : “그렇게도 좋으니?”
-초등생 : “네에!”

썰매를 타던 한 초등학생이 카메라를 들이대자 웃음 짓고 있다.
 썰매를 타던 한 초등학생이 카메라를 들이대자 웃음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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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장 수심을 직접 확인 한 결과 아이들이 썰매 타는 썰매장 아래 수심은 3~40cm 가량으로 그다지 익사사고의 위험성은 작아보였고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얼음 깨짐을 방지하기 위해 해질 무렵 상인 몇몇이 배수펌프를 동원해 썰매장 위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썰매를 대여하는 한 상인은 작은 썰매는 3천원, 큰 썰매는 5천원으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지칠 때까지 탈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인파 속으로’ 발 디딜 틈 없이 썰매어가 꽉 찬 썰매장.
 ‘인파 속으로’ 발 디딜 틈 없이 썰매어가 꽉 찬 썰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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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5시 45분쯤 시청직원이 썰매장을 찾았다. 시청 직원은 안전 관리자에게 설 연휴가 끝나고 28일쯤 강제 철거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기자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임을 밝히고 “언제쯤 철거하실 건가요? 이유라도…”라며 물었다.

시청직원은 “잔디 훼손의 우려가 있다. 설 연휴가 끝난 28일에는 철거 하겠다”며 철거 의지를 밝혔다. 이어 시청 직원은 커피, 라면, 어묵 등을 팔고 있는 상인에게 연락처를 물었으나 상인은 연락처 밝히는 것을 꺼려했다.

안전 관리자에 말에 따르면 “상인들이 많이 몰려들어 잔디 훼손과 도시 미관을 헤친다” “28일에는 자진철거 하겠다. 저분들(시청직원)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며 자진해서 철거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췄다.

 ‘아! 신난다’ 한 아이가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얼음 위로 미끄러지고 있다.
 ‘아! 신난다’ 한 아이가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얼음 위로 미끄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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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 장에서 노점상을 하는 김모씨(35세. 여) “(너무한다. 아이들도 좋아하고 어른들도 좋아하는데” 라며 운을 띄운 뒤 “(아이들이 방학하면) PC방에만 가고 PC방에만 있으면 체력도 저하되고 또 썰매 장 가려면 경제적인 부담이 되는데 이곳(썰매 장)에 오면 저렴하고 썰매 타면 운동도 되고 좋은데…”라며 철거를 앞둔 시점에 놓인 상인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 장사하면서도 썰매 타는 아이들이 행여 다칠까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8일에 철거하게 되면 더 이상 노점상을 할 수 없게 되는데 심정이 어떤가는 질문에
“시청 쪽에서 너무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노점상의 심정을 토로했다.

‘오빠 빨리 가!’ 썰매를 타던 남자아이가 멈칫하자 뒤따르던 여자아이가 썰매 채로 등 뒤를 찌르고 있다.
 ‘오빠 빨리 가!’ 썰매를 타던 남자아이가 멈칫하자 뒤따르던 여자아이가 썰매 채로 등 뒤를 찌르고 있다.
ⓒ 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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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또 다른 노점 상인을 만나러 간 시청관계자와 인터뷰 시도를 하려 했으나 관계자는 현장을 떠나고 보이지 않았다.

썰매 장을 찾은 한 시민은 “대전에서는 아이들이 방학하면 갈 데가 마땅치 않는데 이런 썰매장이 생겨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거리를 남겨줄 수 있어 좋은데 철거된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취재를 마치고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손자와 썰매 타는 한 할머니’의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유등천 썰매장은, 도시와 동심을 연결해 주는 곳. 썰매 삼매경에 빠진 아이들, 엄마, 아빠, 할머니 등 누구랄 것도 없이 그들의 표정은 동심 그 자체였다’

한편 대전지역의 이번 추위는 다음 주말쯤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이번엔 내 공격 받아!’ 아빠와 눈싸움을 하는 아이가 아빠의 공격을 피해 눈덩이를 던지고 있다.
 ‘이번엔 내 공격 받아!’ 아빠와 눈싸움을 하는 아이가 아빠의 공격을 피해 눈덩이를 던지고 있다.
ⓒ 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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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본 기사는 지난 08일부터 24일까지 썰매장을 찾아 취재한 내용입니다.



태그:#대전유등천, #유등천썰매장, #썰매장, #대전3대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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