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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23일 한나라당을 찾아가 큰 박수를 받았다. 마치 '개선장군' 같은 대접이었다.

 

김 본부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 참석,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한미 통상장관 협상) 결과를 보고했다. 강재섭 대표는 김 본부장이 의총장에 들어서자 "국민 눈높이에 맞춰 뱃심있게 협상해 미국 정부가 상당히 곤혹스러워 했음에도 돌파해 준 분"이라고 치켜세우며 "고생을 많이 한 김 본부장에게 박수를 치자"고 분위기를 돋웠다.

 

강 대표는 "김 본부장이 협상에 나서기 전까지는 아니었는데, 이제는 반전돼 촛불집회를 그만 두고 각자 제자리에 돌아가 정부가 하는 것을 지켜보고, 경제살리기·국민통합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훨씬 높다"고 주장했다.

 

추가협상 이후에도 계속 타오르고 있는 '촛불'을 겨냥해 "국민 건강을 위한다는 핑계로 쇠고기가 아닌 소 잔등에 올라타 불법폭력집회를 해오는 세력이 있다면 그것은 나라 전체는 물론 국민을 결국 거덜낼 것"이라고 맹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의총을 마치면서도 의원들로부터 "김종훈 본부장, 아주 잘했어요"라는 찬사와 함께 두 번째 박수를 받았다.

 

정국 전환 꾀하는 한나라당 "이제 의심 말고 홍보 주력"

 

한나라당은 이번 추가협상을 발판으로 정국 전환을 꾀하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정부는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파이널 디시전'(최종 결정)을 했다"며 "이제 우리가 어떻게 야당과 국민을 설득할지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여론의 추이도 이제 60% 이상이 쇠고기 문제는 여기서 종결하고 경제·민생 현안에 집중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이제 쇠고기 문제는 이번 주 내에 종료를 하고 이번 주내에 국회를 열어 민생문제를 논의하자"고 야당을 압박했다.

 

그는 의원들에게도 "이제 여론도 반전되고 있으니 (추가협상 결과에 대해) 의심만 하지 말고 지역에 가서 적극적으로 홍보해 달라"며 "이번 주에 특별 당보도 만들어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상황이 한나라당의 의도대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차영 통합민주당 대변인은 추가협상에 대해 "양국 업체간 사업적 이해에 따른 미봉책이자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절차"라며 "미국과 우리 모두 쇼를 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도 "주권국가로서 '검역주권'은 방치한 채 쇠고기 월령만 불분명하게 따지고 와서 자화자찬한다"며 "정부는 더 이상의 꼼수로는 사태해결을 할 수 없음을 직시하고 좀 더 겸손해지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또 박 대변인은 "30개월 이상 쇠고기 반송조치 기간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는 각각 '기한 없는 조치' '과도기적 조치'라고 말하고 있다"며 "명확해야 할 외교 합의문 해석에 벌써부터 이견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식 "미 수출업자 거짓 인증서 붙이면?"... 김종훈 "극도의 의심"

 

이날 의총에서 일부 의원들은 김 본부장에게 한·미간 추가협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국민적 불안에 관한 '까칠한' 질문을 던져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 양국이 합의한 한국 품질체계평가(QSA)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성식 의원은 "미국 수출업자가 만약 30개월 미만의 소가 아닌데도 한국QSA에 따른 인증서를 (거짓으로) 붙일 수가 있다"며 "이를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추가협상대로라면, 미국 수출업체가 한국QSA 인증이 없는 쇠고기를 수출하거나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를 수출해도 우리 정부가 제재 조치를 할 수 없다.

 

또 김 의원은 "(소가 태어났을 때부터 코드를 붙여 전산 관리하는) 이력추적시스템 없이 이빨만으로 감식(치아감별법)해서는 30개월 미만인지 엄격하게 증명할 수 없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따져물었다.

 

김 본부장은 김 의원의 우려를 두고 "극도의 의심"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미국 정부를 믿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그럴 수도 있겠으나(거짓으로 인증서를 붙이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겠으나) 그런 것까지 의구심이 든다면 수출증명(EV)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라며 "(이를 못믿는다면) 수천만 수백만 소비자들이 직접 (미국에) 가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본부장은 "(김 의원의 우려는 미국) 정부의 검역 능력과 신뢰가 완전히 무너지는 상황으로 생각된다"며 "그건 적절치 않다"고 일축했다.

 

그는 "그런 극도의 의심 때문에 QSA를 못 믿는다면 EV도 믿지 못할 것"이라며 "시스템 위에서 권한을 행사하는 정부 당국을 불신하면 '무정부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치아감별법의 신뢰도와 관련해서도 "병아리 감별사처럼 치아감별을 하는 이들도 능력을 테스트 받고 시험도 친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신뢰성을 인정해 줘도 좋지 않나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QSA 위반 업체는 '블랙 리스트'로 관리"

 

김 본부장은 한국QSA를 자주 위반하는 미국 수출업체는 '블랙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한국QSA의 허점을 지적하는 장광근 의원의 질문에 "위반하는 회사들을 주관 부처 주관으로 '블랙 리스트'를 만들어 국민에게 공개도 하고 (국내) 수입업계들에게도 '저 회사는 위반을 밥 먹듯 하는 회사'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하면 실효조치는 될 것"이라며 "다만 이를 어떻게 만들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국내 육류수입업체들의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을 규제하기 위해서도 '블랙 리스트'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국내수입업체의 자격 인정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꾸는 방안에 대해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본부장은 국내수입업체의 자격을 허가제로 바꾸자는 주장과 관련해 "중대한 국제통상 규정 위반이자 자유교역을 저해하는 조치"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다 지혜로운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한다"며 "블랙 리스트 작성 등의 방안이 있지 않겠나 한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이날 추가협상 결과를 설명하면서 과거 미국산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발견돼 반송 조치했던 일을 거론하며 "(당시 우리 조치가) 국제적으로도 정당한 조치라고 보지 않는 걸로 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지난 2006년에 우리가 (쇠고기에서) 손톱만한 뼛조각이 발견돼 전량 반송한 데 대해 굉장히 큰 우려를 갖고 있었고 큰 불만을 표시했다"며 "한미 간 신뢰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적으로도 정당한 조치였다고 보지는 않는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태그:#추가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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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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