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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국사회의 첨예한 현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양극화 문제다. 양극화 양상은 경제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문화예술 분야도 양극화의 그늘이 깊다. 한두달에 한번 뮤지컬이나 오페라, 클래식 음악회 등을 관람해야 문화인이란 소리를 듣는 것이 요즘 세태. 그러나 해가 바뀌어도 영화관 한번 들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누리는 문화생활은 TV 시청이 전부인 경우도 있다. 게을러서일까. 그렇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06년 문화향수실태조사' 결과 월 소득 3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예술행사 관람률과 관람 횟수는 각각 81.5%, 6.6회로 나타났다. 2003년 같은 조사의 74%, 6.1회 보다 증가했다. 반면 100만원 미만 저소득층의 관람률은 종전 25.3%에서 23.9%로, 관람 횟수는 0.92회에서 0.86회로 감소했다.

경제양극화가 문화양극화로 이어져 계층간 문화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객석나눔에 앞장서고 있는 이유섭 아리소극장 대표.
 객석나눔에 앞장서고 있는 이유섭 아리소극장 대표.
ⓒ 윤평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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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격차 줄이는 '객석나눔', 참여단체 늘어

갈수록 커지는 문화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으로 '문화나눔'이 주목되고 있다. 문화나눔의 여러 갈래 가운데 특히 객석나눔을 실천하는 단체들이 지역에서 증가하고 있다. 객석나눔이란 저소득층을 비롯해 노인이나 장애인, 청소년 등 문화소외계층에게 객석의 일부를 정기적으로 할애해 관람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작년 5월 충남 천안시 신부동 아라리오 갤러리 건너편에 문을 연 아리소극장(대표 이유섭). 아리소극장은 개관 후 줄곧 객석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아리소극장은 100석 규모의 전체 객석 가운데 10%를 매회 공연마다 문화소외계층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9월24일부터 26일까지 지역 외국인 근로자 80여명, 아동복지시설 3개소 1백명을 초청해 추석특별공연을 가졌다. 올해도 '좌석 10% 기부운동'을 계속해 지난 2월에는 성거읍에 소재한 아동복지시설인 익선원의 아동 40여명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무료로 연극을 관람했다. 이날 익선원 아동들은 연극 뿐만 아니라 저녁까지 대접받았다.

민태오 익선원 원장은 "시골에 위치하고 많은 아동들이 한꺼번에 관람해야 하는 탓에 연극 등 평소 문화관람기회가 흔치 않다"며 "아리소극장의 객석나눔 덕분에 아동들이 좋은 추억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신생 지방 소극장으로 자체 운영여건도 넉넉지 않은 형편에서 아리소극장이 객석나눔을 꾸준히 실천하는 데에는 이유섭 대표의 의지가 컸다. 20여 년동안 자동차 부품제조 관련 기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한 이 대표는 아리소극장을 맡기 전까지 연극과 인연이 전혀 없었다. CEO로 성공하기까지 보이지 않는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던 만큼 이제 사회에 환원하는 삶도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지인의 권고로 아리소극장과 인연을 맺었다.

"나눔도 기술이며 연습이 필요하다"는 이유섭 대표는 "우리 스스로 나눔을 연습하고 지역 문화발전을 위한 작은 나눔으로 좌석 기부운동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객석나눔 외에 아리소극장은 공연되어지는 작품의 1회 공연 전석을 기업이 매입해 관내 문화소외계층을 초청 공연하는 '1 By 1 문화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아리소극장이 공연으로 문화나눔을 실천한다면 야우리시네마는 영화로 객석나눔에 참여하고 있다. 야우리시네마는 지난해 기독성심원의 정신지체장애인 15명을 연 4회 초청, 영화관람을 무료로 진행했다.

천안시 충남국악관현악단의 지난 3월 천안개방교도소 연주회 모습.
 천안시 충남국악관현악단의 지난 3월 천안개방교도소 연주회 모습.
ⓒ 윤평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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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도 문화나눔 전개, 문화나눔 촉진 매개체 필요

시립예술단을 운영중인 천안시도 문화격차 해소의 일환으로 문화나눔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문화소외계층을 찾아가는 공연. 지난해 시립예술단 소속의 천안시 충남국악관현악단은 문화공연을 접하기 어려운 충남지역 사회복지시설 24개소를 찾아 '작은 사랑 큰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음악회를 진행했다. 시립예술단은 개방교도소나 소년교도소 등 평소 문화관람 기회가 차단된 시설들도 정기적으로 방문해 공연을 갖고 있다.

올해는 공연을 통한 문화나눔에 교육 기능까지 보탰다. 일회성 공연으로는 문화 소외계층의 문화 해득력을 높이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이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양극화의 여파로 문화예술교육에서 차별을 겪지 않도록 시립예술단의 인력을 활용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읍면지역 초등학교와 교육복지 우선투자지역 초등학교가 대상인 국악예술교육, 소외지역 방과후 체험교육, 학교로 찾아가는 예술가들 등의 프로그램이 조만간 선 보일 예정.

천안시 문화예술팀 이진우 담당자는 "경제력 있는 도심권 가정의 청소년들은 예능 강좌만 몇 종류를 수강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소외계층의 자녀들은 그렇지 못하다"며 "시의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이 문화나눔에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객석나눔은 천안시도 실천하고 있다. 시립예술단의 정기공연이나 천원의 콘서트 등 시가 주최하는 기획공연의 일정 객석에 사회복지시설 등 문화소외계층을 초대한다. 다음달 시가 마련한 어린이날 특별공연의 일부 시간은 전석 문화소외계층에게 할애된다.

각계의 자생적인 문화나눔이 좀 더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숙제도 있다. 우선 문화나눔의 흩어진 정보들을 모아 소통을 촉진할 매개체가 필요하다. 지역내 문화나눔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고 수요자와 공급자가 서로 만나는 마당을 마련해 문화적 선택의 다양성을 강화시켜 주는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 수요자와 공급자간 소통의 부족으로 현재는 소외계층 내에서도 문화나눔이 일부에 편중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름다운재단의 사례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문화나눔을 전개하고 있는 아름다운재단은 문화나눔 기부 참여자를 발굴하는 한편,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문화나눔 참여기업의 객석나눔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관람자들의 후기를 소개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76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태그:#문화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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